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Sea Dragon Jun 26. 2023

부담은 특권이다

        세계 최대의 수용력을 자랑하는 테니스장 아서 애시 스타디움    사진출처= GettyImagesKorea


"부담은 특권이다(The burden is a privilege)"라는 말이 있다.      


매년 US오픈이 열리는 USLTA 빌리진킹 내셔널 테니스 센터의 메인 코트인 아서 애시 스타디움으로 들어서는 벽면에도 이 명언이 새겨져 있다. 누구나 부담을 느끼게 되면 자신도 모르게 긴장하고 떨기도 하고 심장은 벌컥벌컥. 온 심신이 흥분하게 된다. 예전에 중요한 업무발표회에서 때에 맞춰 손가락으로 자판기 엔터키만 두드리면 되는 역할을 할 때가 있었는데 그 사소한 행위조차 얼마나 떨리던지. 이렇듯 부담은 부담일 뿐일진대 오히려 특권이라니!    

  

자신에게 쏟아지는 온갖 심적 부담을 잘 극복하게 되면 오히려 특권처럼 누릴 수 있다는 의미일까. 2만 3천 명 이상을 수용하는 아서 애시 스타디움에 입장하는 선수 모두에게 이 순간을, 이 특권을 그래서 즐기라는 것 같다. 부담감은 현재 이 위치까지 오른 그대만이 느끼는 특권이며, 아무에게나 함부로 주어지는 것이 아니라고 말하는 것 같다.    

 

운동선수들에게 대회나 시합 간에 발생하는 심적 부담은 어쩔 수 없는 자연발생적이다. 동시에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한다. 선수들은 평소에 자신의 실력과 결과에 대한 기대와 함께 많은 사람으로부터 관심을 받는다. 성과가 좋으면 좋을수록 더 잘해야 한다는 심적 부담도 더 커지게 마련이다. 반면에, 적절하게 긴장을 잘 조정하게 되면 부담은 자신에게 선택된 낙관주의와 긍정적인 에너지도 가져다줄 수 있다.      


아직도 테니스계에서 부동의 세계 1위를 고수하고 있는 조코비치도 “세계적인 스타로서 느끼는 부담을 어떻게 대응하고 있는가?”라고 묻는 기자 질문에 “압박감은 특권이다. 정상에 오르고 싶다면, 압박감에 어떻게 대응할지를 먼저 배워야 한다.”라고 하지 않던가.     


이처럼 "부담은 특권이다"라는 말에는 책임과 의무가 있는 직책이나 그런 지위에 있는 사람들이 강하게 느끼는 부담감에는 일종의 특별한 권리도 가지고 있다는 의미가 담겨있는 듯하다. 부모가 자녀를 키울 때도 마찬가지가 아닐까 싶다. 부모가 자녀 학비나 장래 문제 등 때로는 책임감으로 때로는 의무감으로 양육 자체가 부담스러울 수는 있지만 그것이 두려워서 스스로 책임을 회피하는 경우는 드물다. 선생이 학생을 가르치는 것도 그러하다. 당연한 교육과 훈육이 그들의 책무이지만 마찬가지로 누구도 포기하지 않는다. 학생들의 성장과 발전을 도모하기 위해 기꺼이 자신을 희생하고 도우려 한다. 학생들 또한 공부하면서 느끼는 심적 부담감이 당장은 힘들어도 미래를 위해 필요하다고 받아들인다. CEO나 대표이사와 같은 회사를 운영하는 이들도 많은 부담을 갖는다. 회사의 성장과 발전 그리고 직원들의 안정적인 일자리를 보장하는 것이 그들의 책임이다. 매월 월급날이 돌아올 때면 그렇게 부담스러울 수가 없다고 하면서도 이를 감내하며 회사를 성장시키는 소명을 가지고 있다. 한번 책임지는 역할을 하게 되면 쉽게 포기할 수도 없고 함부로 포기하지 않으니, 책임도 일종의 특권인 셈이다.    

 

만일, 이런 부담이 부담스럽다면 그 자리를 그만 내려놓아야 한다. 그만 징징대물러나라. 부모가 아니라면, 선생이 아니라면, 회사 대표가 아니라면 어찌 그런 부담이 주어지겠는가. 자기 삶의 의미에 소중한 가치를 더 보태려면, 그런 부담을 스스로 받아들일 줄 알아야 한다. 과정에서 오는 어떠한 곤란과 어려움도 모두 감내하고 안아야 한다. 모든 일에는 끝이 있는 법. 언젠가는 그 부담도 해결될 날이 있지 않겠는가. 부담을 회피하는 것보다 책임을 다하려는 태도가 우리를 더 성장시키고 이 사회에 조금이라도 기여할 것이다.     


물론, 아무리 부담이 필요한 특권이라고 해도 살다 보면 불가피하게 발생하는 이런저런 삶의 무게, 그 부담 때문에 적잖게 스트레스를 받고 살아가는 것도 사실이다. 나도 가끔씩은 먹고사는 아주 사소한 일부터 막중한 일까지 내 마음을 짓누르는 이놈의 부담만 없다면 얼마나 좋을까 싶을 때도 있다.     


누구든지 부담을 더 이상 부담스러워하지 않고 그래도 내게만 주어진 특별한 권리라고 여기며 감사하는 마음으로 하루하루를 시작한다면 그 부담. 조금이라도 가벼워지지 않을까 싶다. 그만 징징대고.


매거진의 이전글 실수에 너그러워야 성공한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