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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블루윈드 Mar 28. 2023

꽃이 피는 삼월에, 향기로운 봄날에

매화가 피며 봄이 오는가 싶더니 어느덧 여러 꽃들이 연달아 피어나며 완연한 봄날이 되었나 봅니다. 조용히 향기를 날리던 봄날이 갑자기 화사하게 밝아지는 듯합니다. 이곳저곳에는 연두색 새순과 함께 꽃봉오리가 돋아나고요. 미세먼지도 사라진 듯 하늘은 파랗고 아침 햇살은 따스하게 비쳐옵니다. 


아름다운 여인의 달콤한 미소 같은 분홍색 살구꽃이 봄바람에 하늘 거립니다. 마치 진한 자주색 치마에 분홍 저고리를 입은 여인이 파란 하늘을 배경으로 춤을 추는 듯합니다. 부드러운 율동이 일어날 때마다 분홍색 향기가 퍼져 나오는 듯도 합니다. 


그녀의 얼굴에는 화사한 미소가 가득합니다. 아침 햇살에 눈이 부신 듯 살짝 고개를 돌리다가 산책자와 눈이 마주치자 활짝 웃어오는군요. 조금씩 벌어지는 입술에는 맑은 향기를 머금고 있고요.


산들바람에 꽃은 노래가 되고 춤이 됩니다. 부드러운 리듬에는 향기가 담뿍 담겨있고요. 이곳에는 금방 분홍색 즐거움이 가득해집니다.


스스로의 가지에 그늘이 져도 꽃들의 미소는 여전하네요. 그렇게 그윽한 미소로 따뜻한 봄날을 맞이합니다. 


멀리 보아도 아름답고 가까이 보아도 사랑스럽습니다. 조금 더 다가가니 꽃잎의 미세한 떨림이 느껴집니다. 낮은 바람 때문일까요? 아니면 함박 미소와 함께 어떤 설렘이 더욱 커져가기 때문일까요?


아침 햇살이 비쳐오는 파란 하늘로 봄을 맞이하는 꽃들의 즐거운 울림이 퍼져나갑니다. 겨우내 말라 보였던 검은 가지에서 분홍 꽃들이 터지듯 피어나네요. 아마도 봄은 마술사인가 봅니다.


분홍색 미소 가까이에서는 또 다른 미소가 피어납니다. 벚꽃의 하얀 꽃송이가 하늘로 날아오르는 듯한데 앞쪽의 커다란 미소는 맑고 싱그럽습니다. 그녀의 미소를 바라보는 산책자의 마음은 상쾌해집니다. 


그녀들의 하얀 웃음소리는 하늘에 퍼져가고, 그 모습을 바라보는 산책자도 덩달아 미소를 짓게 됩니다. 파란 하늘에는 다시 하얀 즐거움이 가득해지는군요. 


분홍색의 꽃망울이 터지며 연분홍이 배어있는 벚꽃도 피어납니다. 그 모습을 물끄러미 바라보자니 꽃은 더욱 붉어지는 듯합니다. 좋은 날씨라고 인사를 하는 산책자에게 동의라도 하는 듯 살짝 고개를 끄덕이며 미소 짓네요.


하얀 손을 흔들던 꽃들이 산책자를 반기며 활짝 웃어 옵니다. 반가운 인사와 함께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는데, 누구를 향해 손을 흔들었냐는 질문에는 그저 미소만 지어 보이네요. 아마도 파란 하늘을 향한 동경이었으리라 짐작해 보며 더 묻지 않기로 합니다. 그런데 그녀는 알고 있을까요? 산책자에게는 파란 하늘에서 아름답게 춤추고 있는 그녀가 동경의 대상이라는 것을요.


햇살이 가득한 양지쪽의 매화는 벌써 지며, 마치 나이 든 여인의 희끗희끗한 머리칼 같은 꽃술만이 길게 말라갑니다. 하지만 시간에 따라 변해가는 그 모습은 어쩐지 숭고해 보입니다. 꽃은 지지만 이제 새로운 생명이 열매로 커갈 테니까요.


하얀 꽃잎이 점점이 박혀있는 길을 걷다가 바라본 하늘에는 아직 매화가 피어있습니다. 살구나무 가지 사이로 비쳐오는 햇살에 반짝 웃으면서요.


그렇게 은은한 향기를 날리며 그윽한 모습을 보여주기도 합니다. 봄이 왔음을 알려주더니, 꽤나 오랜 시간 동안 이렇게 우아한 미소를 보여주는 매화를 어찌 사랑하지 않을 수 있을까요?


매화의 하얀 꽃잎이 떨어진 벤치에 앉아 바람에 흔들리는 꽃들의 노래를 들어봅니다. 머리 위로 한 올 한 올 떨어지는 매화의 맑은 향기를 느끼며 꽃 속에 잠겨 들게 됩니다. 햇살은 따스하고 꽃들이 피어나는 봄날은 꿈같습니다.


눈을 지그시 감고 조수미의 목소리로 레하르의 '입술은 침묵하고'를 들어봅니다. 화사한 햇살과 부드러운 바람 그리고 은은한 꽃의 향기와 함께 달콤한 노래가 주위에 가득 퍼져가네요. 피고 지는 꽃들과 함께 손을 마주 잡고 왈츠라도 추고 싶어 집니다.


하얀 얼굴에 연한 분홍색 미소가 배어있는 앵두꽃이 환하게 웃어옵니다. 초록의 새순도 손짓을 하는군요. 햇빛이 가득한 파란 하늘에는 꽃들의 즐거운 웃음소리와 명랑한 재잘거림이 함께 날아가는 듯합니다.


다소 거칠어 보이던 마른 가지에서 마치 분홍색 입술 같던 꽃봉오리가 돋아 오르는가 싶더니, 벌써 활짝 웃고 있네요. 긴 가지를 타고 이어지는 미소가 해맑은 느낌입니다. 이런 미소를 간직하고 있기에 빨간 앵두도 탐스러운 것이겠지요.


가는 가지의 끝에서는 한 다발의 꽃들이 산들바람에 흔들리며 햇빛을 가득 받고 있습니다. 아침 햇살은 꽃잎에 스며들고 꽃은 더욱 하얗게 빛납니다. 


파란 하늘 아래 분홍색 꽃술이 돋보이는 하얀 앵두꽃의 흐드러진 웃음이 가득합니다. 초록색 새순은 싱그러움을 더하는 듯하네요. 방글방글 웃는 그녀들에게서는 봄날을 즐거워하는 합창 소리가 들려오는 듯합니다. 그녀들이 부르는 봄노래는 어떤 것일까 하고 상상을 해봅니다.  


새순이 돋아나는 정원에도 밝은 햇살이 가득합니다. 아침의 싱그런 울림은 매자의 가지를 반갑게 흔들고, 반짝이는 햇빛은 부풀어 오르는 매자의 꽃봉오리에 스며듭니다.


알록달록한 새순 사이에서 돋아나는 붉은 꽃망울의 낮은 호흡이 느껴지는군요. 이제 꽃봉오리는 부드러운 햇살의 속삭임에 금방 깨어나겠지요. 봄이니까요.


머지않아 이곳에는 노란 꽃들이 가득해지겠네요. 그런데 이런 꽃봉오리의 꿈틀거림에서는 아름다운 생동감이 느껴집니다. 새로운 생명을 시작하는 꽃봉오리와 새순이니 또한 아름다운 것이겠지요.


연두색 잎새 사이로 솟아오르는 연두색 꽃봉오리가 햇빛을 받고 있습니다. 마치 연두색 둥지 안에 있는 작은 새끼 새들의 지저귀는 소리가 들려오는 듯합니다. 점점 부풀어 오르는 야광나무의 꽃봉오리를 보니 머지않아 이곳에는 하얀 꽃이 가득 피어날 듯합니다. 


봄바람에 낮게 살랑이는 조팝나무의 하얀 꽃에도 밝은 햇살이 스며듭니다. 아니 햇빛이 하얀 꽃잎에 반사되어 튀어 나는 듯도 하네요. 


그늘에서 자라 늦게 피어난 매화는 여전히 해사한 미소를 짓고 있습니다. 아침 햇살이 투과하는 흰 꽃잎은 투명하게 빛나고, 멀리 햇빛을 받는 꽃들의 미소는 흰 구름처럼 퍼져갑니다. 연두색 향기가 나는 그녀에게 다가가 오랫동안 아름다운 모습을 보여주어 고맙다는 말을 전해봅니다.


천천히 걷는 걸음마다 여러 꽃들의 즐거운 웃음소리가 들려옵니다. 땅에도, 나무에도 그리고 하늘에도 꽃들이 가득하네요. 멀리 보이는 키가 큰 살구나무와 벚나무에는 분홍 꽃과 하얀 꽃이 달콤하게 어울립니다. 흔들리는 꽃잎 사이로 햇살이 흩어지는군요. 그 곁에는 하얀 목련이 활짝 웃고 있고 자주색 목련의 꽃봉오리는 진한 미소를 지어옵니다. 


완연한 봄날을 알려주며 피어나는 꽃들의 미소는 화사하고 또한 향기롭네요. 연달아 혹은 같이 피어나는 꽃들을 보며 '모차르트의 플루트와 하프 협주곡' 2악장을 들어봅니다. 마치 봄꽃들의 속삭임 같은 플루트와 하프의 선율이 마음에 낮은 물결을 일으키며 번져갑니다. 


그런데 영상의 화면에는 장 오노레 프라고나르의 '그네'가 보입니다. 영상을 만든 분의 마음이 짐작됩니다. 그림은 꽃이 핀 숲 속의 밀회 장면 같은데 왠지 매혹적인 느낌입니다. 분홍색 드레스를 입은 여인이 힘차게 그네를 타며 꽃나무 사이에 비스듬히 누워있는 남자에게 다가가나 봅니다. 아마도 저 신발은 그녀가 일부러 벗어던지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드는군요. 아름다운 협주곡의 선율과 세 남녀의 알 수 없는 이야기는 마치 봄날의 또 다른 달콤한 유혹 같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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