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세상이 울긋불긋합니다. 햇빛에 따라 다양한 색감을 보여주는 초록의 수풀에는 흰색, 노란색, 분홍색, 붉은색, 보라색 등 여러 색깔의 꽃이 피어있습니다. 밝은 햇살이 내려오는 파란 하늘에는 흰 구름이 흘러갑니다. 세상은 참 여러 가지 색깔로 가득 차 있군요. 영어로 말하자면 컬러풀하네요.
오래전에 '어둠 속의 대화'라는 전시를 체험한 적이 있습니다. 가이드의 안내를 받아 들어선 전시장은 그야말로 완전한 어둠이었습니다. 깜깜한 공간은 시간이 지나도 어떤 물체도 볼 수 없었고 대상을 알아차릴 수 있는 것은 시각 이외의 감각이었습니다. 그래서 가이드의 친절한 목소리가 더욱 집중되어 들리기도 했고 지폐의 금액을 촉감으로 구별하는 것도 알게 되었습니다. 전시장을 나오니 다시 세상을 볼 수 있었습니다. 볼 수 있다는 생각에 감사하는 마음이 들며 여러 가지 색깔의 세상이 더욱 아름다워 보였던 기억이 납니다.
누구에게는 당연할 수 있지만 어느 누구에게는 볼 수 있다는 것은 대단한 축복일 수도 있습니다. 물론 다른 감각도 마찬가지겠지만 세상을 인식하는 시각은 꽤나 중요한 듯합니다. 그래서 '보는 것이 믿는 것이다'라거나 '견해' '편견' 등 세상을 바라보는 자세에 볼 견자를 쓰기도 하겠지요. 문득 아름다운 세상을 볼 수 있다는 사실에 감사하는 마음을 느끼며 꽃들을 둘러봅니다.
꽃들이 피어있는 낮은 언덕은 작은 꽃동산이 되었습니다. 하얀 흰말채 나무 꽃, 주홍의 영산홍 그리고 노란 죽단화가 어울려 피어있습니다. 다들 산뜻한 색감입니다. 그런데 서로가 서로의 색깔을 더욱 선명하게 느끼게 해 주는군요.
붉은 영산홍이 강렬한 느낌입니다. 진한 분홍색 꽃에서는 마치 자외선이 뿜어져 나오는 듯합니다. 여러 가지 색깔의 영산홍이 봄날의 햇빛을 가득 받고 있습니다. 여러 가지 색깔이 모여있으니 더욱 화려한 느낌이네요.
꽃을 보며 걷다가 선생님의 손을 잡고 산책 나온 어린이집 아이들을 만납니다. 어느 아이들은 활짝 핀 꽃을 바라보고 몇몇은 뭐가 재미난 지 깔깔거리네요. 아이들의 호기심 가득한 표정에는 꽃들의 미소가 담겨있는 듯합니다. 그들을 바라보는 산책자의 얼굴에도 왠지 미소가 피어오릅니다.
초록 잎 사이로 보이는 파란 하늘에는 흰 구름이 떠가네요. 초록 잎 사이마다 소담스레 피어나는 흰 말채나무 꽃들도 마치 흰 구름 같습니다. 가까이 바라보니 흰말채 나무의 꽃은 마치 하얀 별들이 가득 모여있는 듯합니다. 꽃은 누구에게는 별이 되는 듯도 합니다.
매자나무의 긴 가지 끝에 피어있는 노란 꽃 한 송이가 시선을 끄는군요. 주변의 여러 색깔들과 어울리며 화려한 풍경이 됩니다. 빨간 영산홍을 배경으로 맞은편에서 바라보니 또 다른 느낌이 듭니다. 그런데 초록 잎 앞에서도 붉은 꽃 앞에서도 노란 매자 꽃은 아름답기만 하네요.
오래 전의 흑백영화가 생각납니다. 하지만 사진 기술이 아직 흑백이었던 시절에도 세상은 컬러였습니다. 지금도 흑백 필름이 사용되기도 하지만 그것은 영상미학을 위한 선택이지요. 세상의 색깔은 다채롭고, 그 아름다움을 느낄 수 있는 시각을 가진 우리가 세상을 흑백으로 보아야 할 이유는 없어 보입니다. 어쩌면 생각도 마찬가지겠지요.
오늘도 세상의 화려함을 느껴봅니다. 각각의 색깔로 피어나는 꽃들이 활짝 웃으며 인사를 하는 듯합니다. 생각보다 많은 것을 누리며 살아가고 있다는 생각을 하며 엘가의 사랑의 인사를 들어봅니다. 마치 한 송이 꽃이 맑은 미소로 인사를 하는 듯한 멜로디에는 사랑의 기쁨이 담뿍 담겨있는 듯합니다. 꽃을 보며 향기를 맡고 커피를 맛보며 음악을 듣는 오늘이 좋네요. 얼굴에 느껴지는 바람결도 부드럽고요. 마음만은 언제나 컬러풀한 봄날의 꽃들과 함께하고 싶어 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