먼 하늘에는 구름이 흩어지며 파란 하늘 사이로 밝은 햇살이 비쳐옵니다. 구름의 그림자는 습기가 가득한 초록의 정원을 고즈넉하게 만들어주고요. 초록의 나무들 사이로 뭔가 익숙한 꽃이 보입니다. 이곳에도 박주가리가 피고 있네요. 반가운 마음에 나뭇잎을 헤치고 들어가 보니 솜털이 보송보송한 연한 보라색 꽃이 활짝 피어있네요. 커다란 초록의 잎 사이에서 활짝 웃으며 맑은 향기를 내뿜고 있군요. 반갑게 굿모닝이라고 인사를 해봅니다.
제법 큰 매자나무의 붉은 열매가 익어가고 있는 이곳에서 박주가리도 자라고 있었군요. 꽃이 피니 이제 알게 되네요. 반가운 마음으로 꽃을 이리저리 바라보고 진한 향기도 맡아봅니다. 그녀의 산뜻한 모습을 보니 이 아침이 더욱 상쾌하네요. 마치 공처럼 모여서 여러 방향으로 활짝 피어나기도 합니다. 솜털이 가득한 별 같기도 하고 불가사리 같기도 한 꽃 안에서는 꽃술이 구불구불 올라옵니다.
긴 줄기에 늘어서 송이송이 피어있는 꽃에서는 향기가 연달아 전해집니다. 맑은 미소의 그녀는 초록의 나뭇잎 사이로 살짝 고개를 내밀어 인사를 하네요. 어떤 그녀는 매자나무 가지를 타고 올라가려나 봅니다. 길게 늘어진 매자나무에는 초록색이 섞인 붉은 열매가 익어가고 있습니다. 가지 끝에서 박주가리의 꽃과 인사를 나누는 듯도 합니다.
박주가리의 진한 향기를 기억하며 다시 천천히 걸어 좀작살나무를 만납니다. 밝은 분홍색의 작은 꽃들이 아직 활짝 피어있는데 가지 끝에서는 연두색 꽃봉오리도 커지고 있군요. 가지 아래쪽에서는 꽃이 열매가 되고 있습니다. 그런데 초록의 열매들은 벌써 많이 커졌네요. 이제 산책자의 시선은 점점 열매로 향하게 되겠군요.
그늘에서 잠시 쉬며 노래도 한 곡 듣기로 합니다. 푸치니의 오페라 라 보엠 중 무제타의 왈츠 '내가 걸어갈 때면(Quando me'n vo)'를 소프라노 안나 네트렙코의 목소리로 들어봅니다. 그런데 어쩌면 걷는 건 산책자가 아니고 꽃이 피고 열매를 맺는 그녀들일 듯합니다.
초록의 나뭇가지들 위로 여러 가지 덩굴이 솟아오르고 있습니다. 그런데 커다란 잎 사이에서 아주 작은 꽃이 피어나는군요. 연한 노란색의 꽃과 연한 연두색의 꽃봉오리의 색감이 말간 느낌입니다. 알고 보니 열매가 포도처럼 진한 보라색으로 익던 댕댕이덩굴의 꽃이네요. 어쩌면 그동안 스쳐 지나쳤을지도 모르는데 이제 보니 아주 작은 꽃들이 정말 사랑스럽군요. 댕댕이덩굴을 아래쪽에서 올려다보니 긴 줄기마다 작은 꽃봉오리가 달려있고 꽃도 피어나고 있습니다. 그런데 꽃 앞의 줄기와 잎사귀에는 작은 개미들이 바쁘게 움직이고 있습니다. 그들도 꽃을 좋아하는 걸까요?
낙상홍의 가지를 휘감고 커가는 긴 줄기에 원통형의 꽃이 피어있습니다. 이제 보니 이 꽃이 계요등이군요. 이름은 알고 있었는데 꽃은 처음 봅니다. 왠지 반가운 마음에 이 모습 저 모습을 살펴보게 됩니다. 꽃은 연한 아이보리 색감인데 안쪽이 붉네요. 여러 송이가 모여서 피어있으니 꽤나 화사한 느낌입니다.
어느 빵집 앞에 놓인 화분에 하얀 꽃봉오리와 빨간 꽃이 강렬한 느낌입니다. 왠지 뜨거운 느낌도 듭니다. 하얀 꽃봉오리가 터지며 안쪽에서 또 다른 빨간 꽃봉오리가 모습을 드러냅니다. 빨간 꽃 안에서 길게 뻗어 나온 꽃술도 힘차 보이네요. 이름을 알아보니 덴드롱이라고 하는데 활짝 피어나는 꽃들이 뜨거운 햇살 아래에서도 산뜻한 모습입니다.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테이크 아웃해서 정자에 들어서는데 뜨거운 햇빛 속에서 땀을 흘리며 무언가를 관찰하고 있는 소년을 만납니다. 작은 굴을 오가며 집단으로 싸우고 있는 개미들의 전쟁이 신기하다고 합니다. 비비탄 권총을 쏘다가 개미들을 보게 되었다는 초등학교 오 학년 소년은 그 후로 엘리베이터에서 만날 때마다 인사를 하네요.
피어나는 꽃들 사이를 천천히 걷는 어떤 여름의 아침은 꽃들의 미소와 향기로 가득합니다. 사랑스러운 그녀들과 함께 노래를 한곡 더 들어보기로 합니다. 푸치니의 오페라 라 보엠 중 '오, 사랑스러운 아가씨여(O soave fanciulla)'를 로날도 빌라존과 안나 네트렙코의 듀엣으로 골라봅니다. 사랑에 빠진 로돌포와 미미의 아리아가 멋지게 울려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