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폰의 앱이 환자에게 약이 될 수 있을까
저 또한 비디오 게임 때문에 종종 아들과 실랑이를 벌이는 부모 중 한 사람입니다. 아이가 시간을 잊고 게임에 지나치게 몰두할 때 조심스럽게 잘 타일러 컴퓨터에서 떼어 놓곤 합니다. 일반적으로 아이들은 비디오 게임을 하게 되면 집중을 넘어 집착에 가깝게 발전하지요.
부정적인 시각에서 보면 중독성이 있다고 볼 수 있겠지만 비디오 게임은 긍정적인 측면에서 보면 집중력을 높이는 효과가 있습니다. 집중력이 부족한 아이들, 특히 근래 많이 이야기되고 있는 ADHD (주의력결핍 과잉행동 장애)가 있는 아이들에게 어쩌면 치료의 수단이 될지도 모릅니다.
ADHD가 있는 아이들에게 비디오 게임을 놀게 하여 집중력을 키운다는 생각을 최초로 임상적 실행에 옮긴 회사가 있습니다. 미국 보스턴에 위치한 아킬리 인터액티브(Akili Interactive)가 바로 그 회사입니다. 아킬리의 공동 창업자인 아담 가잘리(Adam Gazzaley) 박사는 캘리포니아대학 샌프란시스코 의대에 신경정신과 의사로 오랫동안 환자들의 인지능력에 대한 연구를 해온 전문가입니다. 그는 과학저널 '네이처'에 비디오 게임을 놀때 인지능력과 멀티 태스킹 능력이 개선되는 연구성과를 발표했었습니다. 인지능력을 객관적으로 측정하기 위해서는 그는 디지털 기능을 활용할 수밖에 없다고 생각해왔었습니다.
2011년 그는 캘리포니아에서 EA(Electronic Art), 루카스필름 게임 (조지 루카스가 세운 게임회사) 등에서 게임을 개발하던 메트 오머니크(Matt Omernick)을 만나 벤처 캐피털에 투자를 받고 아킬리를 창업하였습니다. 그리고 아킬리는 2020년 6월 미국 식품의약 당국인 FDA로부터 8-12세 ADHD 환자를 위한 제품인 엔데버Rx (EndeavorRx)의 판매에 대한 승인을 받았습니다. 최초의 ADHD 환자를 위한 디지털 치료제였던 셈이지요.
엔데버Rx는 전 세계 아이들이 즐기는 일반적인 비디오 게임과 크게 다를 바가 없습니다. 상상의 세계 속에서 정해진 목표를 이루어가며 점수를 따내는 방식은 전혀 새로울 것이 없습니다. 다만 환자가 게임을 놀 때 환자의 인지능력이 측정, 분석이 되며 게임의 난이도가 환자에 맞춰진다는 숨겨진 기능이 있습니다. 이것 가지고 600명 이상의 아이들을 대상으로 임상시험을 수행하였고 결국 집중력을 높이는 효과가 있음이 입증된 것이죠.
사실 디지털 치료제는 엔데버Rx가 최초는 아닙니다. 2017년 FDA의 허가를 받은 리셋(reSET)이라고 하는 애플리케이션이 최초의 디지털 치료제로 기록이 되어 있습니다. 리셋은 알코올이나 마약 등에 중독되어 있는 물질 사용장애를 가진 환자들이 사용하는 스마트폰 기반의 앱으로 역시 미국 보스턴에 위치한 페어 테라퓨틱(Pear Therapeutics)라고 하는 스타트업에 의해 개발되었습니다. 리셋은 엔데버Rx와 같은 비디오 게임은 아니며 스마트폰에서 조작이 가능한 디지털 재활 프로그램이라고 설명하는 것이 더욱 정확할 것입니다. 이 회사는 리셋의 승인에 이어 솜리스트(Somryst)라는 만성 불면증 치료 앱을 FDA로 부터 승인받았으며 현재는 우울증, 외상후 스트래스 장애(PTSD) 치료 앱을 개발 중에 있다고 합니다.
그 외 미국 뉴헤이븐에 위치한 스타트업 위 테라퓨틱스(Oui Therpeutics)는 자살 방지용 앱 OTX-202를 개발하고 있으며 현재 임상시험 중에 있다고 합니다. 과거 자살의 충동을 느꼈던 환자들을 대상으로 극단적인 선택을 할 리스크를 줄이기 위한 방법을 앱을 통해 가르치고 관리하는 방식입니다.
이들 디지털 치료제는 약물과 병행하여 사용하는 것이지 그 자체만으로는 큰 효과를 보기는 아직 어렵습니다. 약물이 할 수 없는 역할을 디지털 치료제가 보완하므로 우울증, 자폐증과 같은 정신질환을 더욱 효과적으로 대처하기를 기대하고 있은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