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문화예술위원회 발표지원 선정작
신발을 벗는다
한 번도 가지 못한 길을 상상하는 것은 식상한 일이 되어 버렸다. 갈 수 있는 길을 못 가는 바보가 되었다. 하얀 발이 내딛는 곳에서 무지개다리가 뜨는 동화 같은 일은 더 이상 일어나지 않는다.
설탕 조각 같은 꿈
늘 미라보 다리 위에 있었다.
새벽의 외출
푸른 핏물이 흐르는 신선한 스테이크를 써는 너, 흰 셔츠에 묻은 물감이 붉게 웃는 창가와 뒤에 감춘 꽃다발을 갑자기 내미는 손,
함께 몽마르트르에 오르는 순정 만화 같은 환희의 길목
바람이 불었지
늘 사라졌으니까
아무도 없었으니까
검은 식탁보가 휘날리는 집은
어느 날
체리로 가득 찼다.
인형들은 손에 손을 잡고 둥글게 원을 만든다. 소녀의 초상화에서 체리 과즙이 흐르고 열린 창밖에는 비행물체가 떠 있다. 어디서 본 듯한 장면이 연출 된다면 착각인 것이 분명하다 믿음이란 얼마나 위험한 일인가
아버지의 장례식에 화관을 쓴다
검고 딱딱한 아버지의 입안에 체리를 물려준다
지하 묘지 회벽에 갇히는 여자의 입술처럼
체리에서 시작한다
아주 작은 믿음이라는 기억에
손을 뿌리치는 엄마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