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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리 Oct 30. 2022

서로 다른 언어로 조금씩 다가가는 중입니다.

마음을 열어줘서 고마워.



-서로  다른 언어로 조금씩 다가가는 중입니다.

 


 

무심한척 다가와 아닌척 하며  기대는 뽀삐.



우리 정말 많이 친해진거 같아!




뽀삐의 수술이 우리의 관계에 큰 변화를 주었다.  

그동안 구석에 숨기 바빴던 뽀삐는 이젠 나의 껌딱지가 되었다. 나와 눈이 마주치면 귀를 펄럭펄럭거리며  나에게로 천천히 다가왔다. 내가 움직이면 뽀삐도 따라 움직인다. 화장실을 가면 화장실 안까지 따라오고 내가 주방을 가면 주방으로 따라오고 이젠 뽀삐가 나의 스토커가 되어  하루 종일 졸졸 따라다니게 되었다. 너무 놀라 온 일이 아닌가.   

내가 앉아 있으면  옆에 와서 엉덩이를   몸의 일부에 붙여서 아닌 척하고 자리를 는다. 아직은 조금 쑥스러울까. 아니면 자존심이  조금 허락하지 않은 건가? 

뽀삐의  엉덩이가  몸에 닿은 순간  따뜻한 체온이 그대로 전달이 되어   마음을 따뜻하게 만들어 주었다. 나의 뾰족한 마음의 모서리를 점점 둥글게 만들어주었다.


강아지가 주인과 함께 하는 게 너무 당연한 일이겠지만 그동안의 나와 뽀삐와의 사이에서 아주 특별한 일이라  나는 요즘은 매 순간이 놀라울 뿐이다. 그래서 사소한 순간조차도 놓치고 싶지 않아서  핸드폰을 항상 쥐고 다닌다.  그동안 나의 핸드폰 속  대부분이 남편의 사진이었는데 지금은 뽀삐 사진과 영상으로 도배가 되었다.



 

서로를 바라보게 되다.


  앞에 자리를 떡하니 잡고 앉아 나를  빤히 쳐다본다.  오랜 시간을 나를 가만히 뚫어지게  바라볼  마치 뽀삐가 사람같이 느껴지는 착각이 들기도 한다.

 

‘너는 도대체  무슨 생각을 하는 걸까.

 나에게 매번 무슨 말을 하는 걸까. '


 나의 두 눈은  늘 뽀삐를 향해 있었는데 이젠 뽀삐가 나를 향해 있다.

 우리는 놀랍게도 이젠  서로 바라보는 사이가 되었다.  



사랑해, 뽀삐야.




 밝고 빛나는 선물 같은 뽀삐.

가만히 들여다보는 것만으로도 힘든 시간들이 있었어.

그래서  무게에 짓눌러 아름답고 소중한 나를 잃어버렸던 거 같아.

너로 인해 내 마음속의 상실감과 공허함이  다른 어떤 위로의 말보다 더 위로가 되어주었어.

비로소 나를 둘러싼 세상이 다시 보이게 되었어.


가끔은 상상을 해. 우리가 앞으로 언제까지 함께   있을까. 너와 함께   있는 시간이 짧다는 사실을 생각하면 너무나도 퍼. 그래서 매일 하루가 얼마나 소중한 시간인지 몰라.

지난 시간 동안 너와 나는 서로 다른 언어로 조금씩 다가오고 있었어. 마음을 열어줘서 고마워.

우리는  서로를 위로하며 필요한 존재가 된 거 같아.  함께하는 그날까지 너의 마음속에 지워지지 않는 행복이 남을 수 있게 끝까지 지켜주고 싶어.

이젠 나에게 기대어도 돼.


 너의 보호자로, 너의 두 번째 엄마로.

 사랑해, 뽀삐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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