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로가 필요한 사람에게 건네면 좋을 색은?

지금 당장 텔레파시를 보내보아요.

by 유리



'걱정이 되는 사람에게 그 존재를 생각하며 마음의 분홍색 텔레파시를 보내 보아요.'


색채상징 수업 시간에 교수님이 던진 이 한마디가 내 마음을 세차게 흔들었다. 누군가를 걱정하는 애틋한 마음을 담아, 위로가 필요한 사람에게 가만히 건네면 좋을 색. 그것은 바로 다정하고 따뜻한 ‘분홍(Pink)’이다.


분홍의 어원은 중세 라틴어로 장미를 의미하는 Rosa에서 왔다. 셰익스피어는 자신의 작품인 로미오와 줄리엣에서 ' I am the very pink of courtesy' (나는 분홍만큼이나 예의가 바르다)라고 말했다.

이와 같이 분홍은 누군가의 영역을 침범하지 않고 나서지 않으며 예의 바른고 다정한 색을 의미한다.


색채 심리에서 분홍은 생리학적 관점에서 아주 놀라운 치유의 힘을 가지고 있다. 생리적으로 분홍색은 뇌의 노르에피네프린(norepinephrine) 분비를 도와 에너지를 서서히 안정시키고 근육을 이완해 준다. 스트레스가 극에 달해 신체 균형이 깨졌을 때, 자율신경계를 자극하여 심신을 회복시키는 준다고 한다. 실제로 신경증약으로 유명한 약 중에 항불안제로 사용하는 알약이 분홍색이기도 하니, 분홍은 분명히 훌륭한 처방약임에 틀림이 없다.


심리적, 정서적 측면에서 분홍은 의미가 있다. 강렬한 빨강과 차갑고 순수한 흰색의 사이에서 부드러운 힘을 발휘하며 타협하는 분홍은 여성적이고 부드럽고 다정한 색이다. Joan Kellogg(1992)는 그림에서 분홍이 많이 나타나면 '자신의 연약함을 인정하고 드러내는 것을 두려워하며, 보호받을 필요성을 나타낸다'라고 했다. 동시에 섬세한 애정, 사랑받고 싶은 욕구, 침착하고 나서지 않는 명랑함과 즐겁고 행복한 상황을 표현하는 특징을 나타내기도 한다(정여주, 2016 재인용). 여기에 나타난 모든 단어 하나하나 들이 마치 나를 두고 쓴 말과 같다.



나의 지독한 분홍 사랑


나에게 분홍은 그저 단순히 취향을 넘어서 사랑의 색이자 포근한 안식처이다. 가족과 떨어져 지내며 회색과 서늘한 파랑으로 뒤엉키었던 낯선 환경에서 나는 분홍이 필요했다.

일상에서의 불안한 마음에 안전함을 원하며 보호받고 싶었던 대학교 시절 내내, 그리고 가족이 생기기 전까지 나는 내 방 안의 이불, 의자 옷 등 온통 분홍색으로 가득 채웠던 기억도 있다. 그때는 이유를 모른 채로 분홍을 가까이 두었는데 , 지금 돌이켜보면 무채색의 나의 세상에서 벗어나 분홍의 색을 통해서 안정감을 스스로 찾기 위한 본능적인 자기 치유의 방법이었다.




그 치유의 흔적들을 의식적으로 찾아보았다. 나의 일상에 아주 깊이 배어있는 분홍 찾기.

매 순간 함께하는 핸드폰 케이스, 다이어리, 볼펜, 머리끈, 명함, 구두, 가방, 텀블러, 소파. 테이블에 심지어 주방의 싱크대도 분홍으로 제작을 했다. 그뿐만 아니라 봄여름 가을 겨울 사계절의 옷들에도 나는 분홍의 옷들과 함께한 흔적들로 가득했다.


누군가는 분홍색을 촌스럽거나 유치한 색이라고도 한다. 또는 튀고 싶은 색으로 생각하기도 한다. 분홍색은 명도와 채도의 차이에 따라 50가지가 넘게 나누어진다고 한다. 그 수많은 분홍의 색 중에서 내가 가장 좋아하는 분홍은 파스텔 톤의 분홍이다. 쉽게 말하면 흰색이 부드럽게 섞인 딸기 우유색이다. 색채 심리에서 흰색이 섞인 여린 분홍의 색은 서두르지 않는 에너지로 아득한 체온이라고 불린다. 이처럼 부드럽고 따뜻한 사랑스러운 분홍은 늘 곁에서 나를 가장 따뜻한 체온으로 위로해 준 고마운 색이었다.



분홍빛 텔레파시를 건네다.


분홍의 따뜻한 온기를 나누고 싶어서 나는 최근에 마음이 힘들어 보이거나 지친 사람들을 마주하게 되면 작은 감정 카드를 선물로 전해주고 있다. 나를 보호해 준 따뜻한 분홍이 누군가에게 닿아지길 바라는 간절한 마음 때문이다. 그래서 나는 서툰 솜씨로 감정카드를 만들었다. 앞장에는 분홍의 각기 다른 사진들을 넣어서 그 순간 가장 끌리는 이미지를 선택하게 하고, 뒷장엔 동일한 문구로

'나는. 오늘 나에게 이렇게 말해주고 싶어요.'

라고 적어서 스스로 자신의 마음의 이야기를 들여다보게 하는 감정 카드이다.

굳이 길게 위로의 말을 보태지 않아도, 작은 분홍 카드가 전하는 침묵의 위로가 내가 전할 수 있는 가장 다정하고 애정의 마음의 선물이라 믿기 때문이다.


내가 분홍의 아이템을 장착하고 분홍의 감정카드를 전하다 보니, 신기하게도 주변에도 분홍의 색들이 조금씩 스며드는 중이다. 나의 동료 중 원래 분홍을 좋아하지 않았는데 나의 분홍 아이템 덕분에 분홍을 좋아하게 되었다고 한다. 자신도 모르게 분홍을 곁에 두다 보니 기분이 한결 나아지고 몽글해진 일상을 보낸다고 하니 그저 감사할 따름이다. 어쩌다 보니 걸어 다니는 분홍 전도사가 되는 중이다.


직접 제작한 색 감정 카드



나의 결핍을 채우기 위해 방안을 온통 분홍으로 도배를 했던 나는, 어느덧 상처받은 이들에게 분홍을 나누어 주는 사람이 되었다. 오늘 하루, 달콤하고 사랑스러운 분홍의 색을 나에게도 건네어보길 바란다.

마음이 어지러울 때 괜찮지 않은 서투를 하루를 보낸 날, 스스로의 연약함을 인정하며, 위로가 필요한 순간 나에게 세상에서 가장 따스한 분홍을 건네어보길.

그리고 가만히 떠올려 보자.


글을 읽고 있는 당신은 지금 누구에게 다정한 분홍의 텔레파시를 보내고 싶으신가요?




이전 04화내가 좋아하는 색과 마주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