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슷하지만 다른
러시아는 그 땅 크기만큼이나 다양한 교통수단이 있다. 익숙한 버스와 지하철부터, 예전에는 있었지만 지금 한국에는 없는 트람, 버스와는 비슷하지만 더 민첩한 마르쉬루트, 통근열차와 러시아의 고속열차 등 이러한 교통수단을 살펴보는 것 또한 러시아의 문화를 엿보는 좋은 수단이 될 수 있을 것이라 생각된다.
시내버스는 한국과 크게 다를 건 없다. 다만 깔끔하게 도색된 한국의 버스와 다르게, 불곰식 투박한 페인트칠은 버스를 바퀴 달린 양철로 보이게 만든다. 그래도 2018년에 열린 월드컵을 준비한다고 모스크바에서는 꽤나 깔끔한 버스들이 많이 돌아다니곤 했다. 좌석배치는 한국 버스와 비슷한 편이고 서있는 사람이 많다면 러시아인 특유의 퀴퀴한 냄새가 날 수도 있으니 주의해야 한다. 마을버스라는 개념대신 마르쉬루트카라는 봉고차가 있다. 정원은 약 10명 남짓인 이 교통수단은 가끔은 시내버스 노선에도 다니기도 하고 시내버스가 다니지 않는 곳곳을 다니기도 한다. 시에서 운영하는 것과 민간인이 운영하는 두 종류가 있는데, 당연히 시에서 운영하는 것은 일반 대중교통 카드를 내고 탈 수 있지만, 민간인이 운영하는 것은 현금을 내고 타야 한다. 근데 내가 기다릴 땐 꼭 민간 마르쉬루트만 오더라. 모스크바와 도시들의 도로에는 뜨람(트램)이 다닐 수 있는 선로가 파여있다. 특히 이동수요가 많은 곳에 선로를 보기가 쉽고 버스보다도 자주 다닌다. 전쟁에서도 쓸 수 있을 것처럼 아주 단단해 보이는 몸통을 가지고 있지만 겉바속촉처럼 자주 고장 나서 다른 뜨람의 길과 종종 도로까지 막아 교통혼잡의 주원인이 된다. 교통체증이 심한 도시 1위가 모스크바인데 도로상태와 사고처리 과정에도 문제가 있지만 나는 뜨람도 충분한 주요 원인이라 본다.
모스크바의 지하철은 굉장히 독특한 구조를 가지고 있다. 제일 중앙에 작은 원과 그를 감싸는 큰 원이 있고 (반지 - 러시아어로 깔쪼라고도 부름) 각 노선은 이를 교차로 통과하여 흡사 거미와 같은 모양을 가지고 있다.
러시아의 지하철에는 독특한 것들이 참 많다. 먼저 지상과 지하철까지의 거리가 꽤나 멀다는 것이다. 때문에 거의 대부분 에스칼레이터로 연결이 되어있고 에스칼레이터의 속도도 상대적으로 빠른 편이다. 전쟁이 나면 방공호로 쓰기 위해 지하철은 깊숙한 곳에 파서 그런 것이라 들었다. 또한 환승역은 각 호선마다 이름이 다를 수 있고, 같은 이름의 지하철 역이 환승역이 아닌데도 있는 경우가 있다. 한국의 지하철 출구 시스템을 벤치마킹해서 점차 출구 번호를 붙이고 있다고 들었지만 2014년부터 2017년까지 있는 당시만 해도 출구번호가 없었고, 러시아 친구들은 시내로 가는 방향 지하철의 꼬리 쪽 혹은 머리 쪽 출구로 나오라는 등 굉장히 불편하게 소통을 하였다. 지하철은 창문을 열고 달리는데(이유는 모름) 지하철이 기다리건 지하철을 타고 가건 소음이 굉장히 심한 편이며 스크린 도어 같은 게 있을 리 만무하다. 이른 아침 지하철을 타면 그리 밝지 않은 조명아래, 시끄러운 소음, 아직 피곤한 러시아인들의 창백한 피부 등이 어우러져 종종 으스스하다. 참고로 북한의 지하철도 소련이 지어준 것이라 지하철 역의 모습, 지하철 디자인, 소음 등 거의 모든 것이 상당히 비슷하다 한다.
택시 (2023.1.23 업데이트)
도시에서 가장 주의해야 할 교통수단은 택시이다. 물론 한국도 전에 택시사기가 빈번했지만 모스크바 공항에서의 사기는 도가 지나치다. 게다가 택시기사들이 러시아 마피아들과 연관되어 있다는 무시무시한 소문도 들리기 때문에 사기행각을 보았더라도 그들의 심기를 거스르는 일은 자제해야 한다. 제일 안전하게 택시를 타는 방법은 얀덱스 택시를 이용하는 것이다. (현재 Yandex Go라는 어플로 대체되었음) 확인결과 영어로도 사용이 가능하기 때문에 어플을 다운로드 받고 출발지와 목적지를 입력하면 가격과 시간 등의 정보를 확인할 수 있다. 물론 러시아어를 못하면 통화가 제한되기에 (러시아인들은 영어를 못함) 기사를 찾기가 조금 힘들지만 그래도 저렴하고 안전하게 택시를 이용할 수 있기에 특히 공항으로 가거나 공항에서 출발할 경우 가장 선호되는 대중교통이라 수 있다.
군대를 가본 사람이라면 쉽게 이해할 수 있다. 군대를 안 갔다면 중고등학교 때 대절한 버스와 비슷하다고나 할까, 한 열에 둘둘 네 명씩 앉고 마지막 열에 다섯 자리가 있는 45인승을 생각하면 된다. 뒤로 의자를 젖힐 수 있는 기능은 있지만 큼직한 불곰 형님 누님들이 뒤에 계신데 별로 기대하지 않는 것이 좋다. 다만 야간 버스를 타는 경우에는 다들 드러누우니 눈치껏 행동하면 생명에는 큰 지장이 없을 것이다. 다른 도시는 잘 모르겠지만 모스크바에는 일렉트리치카라는 교외철이 존재한다. 빠드모스크비예, 그러니까 모스크바 교외 지역과 모스크바를 잇는 교외철로 아룔이라는 모스크바에서 네 시간가량 떨어진 곳까지 가는 것도 있는 등 꽤나 먼 지역까지 다닌다. 먼 지역을 오랜 시간 가기에 화장실로 갖추어져 있지만 웬만하면 급한 건 출발 전 해결하고 가고 특히 여성분들은 꼭! 화장실을 미리 다녀오고 이동 중엔 음료나 물을 삼가자. 예쁜 것만 보자.
좀 더 먼 곳을 여행할 경우에는 기차나 항공편을 이용할 수 있지만 시간이 조금 걸려도 러시아인들은 기차를 선호하는 편이다. 땅이 너무 넓기 때문에 웬만한 도시에는 거의 다 공항이 있다고 볼 수 있다. 러시아에서 비행기를 타면 이착륙 시 사람들이 박수를 치는 재미난 경험을 할 수 있는데 오늘도 살았다는 안도의 박수 같아서 굉장히 흥미롭다. 나도 나중에는 같이 박수를 치고 가끔 기분이 업 된 날에는 환호를 하기도 했다. 러시아에서 비행기를 타며 미친 척 삶의 감사함을 즐겨보는 것도 색다른 경험이 될 것이다. 기차는 일반석인 플라츠캇, 2등석인 쿠페, 1등석인 룩스로 나누어져 있고 러시아에서 기차여행을 빼놓으면 굉장히 섭섭하다. 러시아 기차와 관련된 자세한 내용은 횡단열차 글에도 일부 있으니 함께 확인하면 좋을 듯하다 (링크). 최종 목적지가 기차역의 이름이 되곤 한다. 예를 들어 키이우로 도착하는 노선의 기차역 이름은 어느 도시나 키옙스카야 역이다(키예프는 러시아식 이름). 일부 구간, 예를 들어 모스크바와 상트 페테르부르크 사이에는 쌉산이라는 고속 열차가 있다. 일반 기차로 10시간의 거리를 3시간 반 정도만에 갈 수 있다. 우리나라로 치면 KTX랄까, 제일 최신이고 제일 깔끔하다.
큰 나라만큼이나 대중교통의 개념 또한 다르다. 우리에게 4시간이면 서울에서 부산까지 갈 수 있는 굉장한 거리이지만, 러시아에선 고작 통근열차가 다니는 거리밖에 되지 않는다. 기차로 약 하루정도는 가야, 조금 갔네라고 하니 불곰국 스케일은 역시 다르다는 걸 새삼 느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