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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은후 Feb 04. 2023

홀리는 보드게임, 바둑

드라마가 바둑을 우러러본다

집을 짓는 고상하고 절제된 미학이라고 해야 할까.

가로와 세로선이 만든 반듯한 선의 교차점에 돌을 놓아 공간을 채우는 보드게임 바둑이다. 화투나 카드와는 다른 더 많이 집을 짓는 쪽이 이긴다.


바둑이 매력적이라고 느끼게 된 것은 순전히 드라마 탓이다. 첫 번째는 미생이란 드라마이다. 내공과 실력을 겸비했지만 녹록지 않은 현실에 부딪힌 장그래가 원 인터내셔널에 인턴으로 입사한 후일담이다. 매 회차마다 바둑의 기법이라 해야 할까. 손자병법 같은 삶의 지혜가 숨어 있었다. 드라마는 웹툰이 원작이지만 배우들의 싱크로율도 만만치 않았다.


매 회차가 끝날 때마다 여운이 길었다. 바둑을 배우면 저렇게 사회생활과 인간관계를 잘할 수 있을까. 고졸이란 보잘것없는 학벌임에도 기원에서 오랫동안 다져진 근력은 인턴에 불과할지언정 연륜과 사회생활 판에서 결코 밀리지 않는다. 사람을 홀리는 바둑의 세계가 궁금하다. 겉으로는 평온한 잔잔한 물결이 속에선 용트림 치는 비상을 언제라도 할 수 있는 만반의 자세가 아름답다. 도를 깨우친 노자가 환생한다면 이런 모습이 아닐까.


보이는 것보다 보이지 않는 영역이 더 광범위함을 이제는 안다.

보고 있으나 볼 수 없고 듣고자 하나 들을 수 없는 한계가 그것을 막고 있을 뿐이다. 바둑을 배우면 보려 하나 볼 수 없는 미지의 영역을 들여다볼 수 있을 것만 같다. 그만큼 바둑은 절제된 무예를 닦는 것 같다. 조용히 좌정하지만 머릿속으로 무술을 다지고 있는 것처럼 보이는 것은 왜일까.


두 번째는 응답하라 1988이다. 골목길을 두고 동네 사람들이 함께 정을 나누며 사는 휴먼 스토리이다. 김택은 바둑 프로 기사로 나온다. 그의 실제 인물은 알파고와 세기의 바둑 대결을 겨룬 이세돌이라고 한다. 이세돌은 알파고를 한번 이긴 세기의 인물이 되었다. 김택은 순둥순둥하고 바둑 이외에는 관심이 없어 큰돈을 잘 빌려준다. 여자친구인 덕선이가 야무지게 그를 관리하는 이유이다. 바둑은 이겼다고 또 졌다고 일희일비하지 않는다. 김택이 그래서 한결같이 잔잔한 물 같았다.


상선약수, 최고의 선은 물과 같다고 한다. 바둑에서 이긴 바둑 기사는 크게 기뻐하는 표정을 짓지 않는다. 또한 졌다고 해서 크게 상심하지 않는다. 언제나 위에서 아래로 흐르면서 잔잔한 절제미가 있다. 출렁거리는 파도처럼 기분을 적나라하게 드러내지 않는다. 이겼어도 진 것처럼 졌어도 이긴 것처럼 표정이 안온하다.


세 번째는 글로리이다. 표정에 감정이 드러나지 않는 하도영은 바둑사랑이 남다르다. 흑돌을 쥐어준 인생을 사는 이 남자는 모든 것이 탄탄대로이다. 이 남자 눈엔 불투명한 것이 없다. 오죽하면 일부러 문동은이 바둑을 배웠을까. 이 남자에게 접근하기 위한 큰 그림이었다. 모든 것이 투명한 삶이 궁금하다. 바둑을 배운다면 어느 정도 가능하지 않을까. 물론 그렇지 않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바둑은 인류가 만든 가장 고난도의 두뇌게임인 것은 부정할 수 없다.


드라마로 다가온 매혹적인 바둑이 지금, 전 세계를 매료시키고 있다. 디지털화로 인해 사라진 기원으로 바둑을 배울 수 있는 오프라인 시장이 무너진 지 이미 오래다. 어디서 바둑을 배워야 할까. 한동안 책장을 차지했던 바둑 DVD를 전부 내다 버린 오래 전이 돌아온다. 왜 버렸을까.


#글로리 #응답하라1988  #미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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