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델하우스 꼬리는 길었다
복권을 사지도 않았으면서 대박을 꿈꾼 적이 있다. 당첨금을 어떻게 사용할 건지 상상만으로도 설레던 때가.
아파트 청약을 하지도 않았으면서 모델하우스처럼 깔끔한 새집을 꿈꾼 적이 있다. 미니멀라이프를 꿈꾸지만 버리질 못하는 곁님이 자꾸 수납할 가구를 장만한다. 한동안 사용하지 않는 가구를 혼자 낑낑대며 내다 버리고, 캐리어 가방과 등산가방을 버렸다. 몇 년 동안 찾지 않았으면서 버리니까 찾는 것은 무슨 조화일까.
오십 퍼센트의 굉장한 확률도 손에 잡지 못한다. 요행이라곤 쥐의 눈물만큼도 없는 불운의 아이콘이다. 아니다. 그 덕으로 나는 공짜는 없다는 신념으로 살았다. No pain no gain. 스무 살부터 십 원 한 잎도 부모님께 손 벌리지 않고 살았다. 불운이라고 생각했으나 지나고 나서는 자립심을 길러준 행운이라고 생각한 적도 있다.
최근 몇 년간 청약홈에 접속해 아파트 청약을 했다. 번번이 떨어졌다. 누구는 예비당첨이라도 되던데, 난 여전히 그런 운이 없다. 1 가구 1 주택 소유가 기회에 발목을 걸었다. 처분계약서를 조건으로 체크해 보지만 여전히 청약은 쉽지 않다. 분양 세대수가 많다고 해도 산단 특공, 신혼부부 특공, 기관특공, 다자녀 특공 등에 밀려 일반 분양 세대는 개미 콧구멍만큼이나 좁은 문이 되고 만다.
요즈음 다시 분양 시즌이 돌아왔다. 청약 가입한 지는 꽤 오래되었으나 당첨 해지란 꿈은 언제 이루어질지 장담할 수 없다. 입지, 환경, 커뮤니티, 자재, 로열층, 조망권은 개뿔이다. 당첨이 되고 난 뒤 고민해야 된다. 고급용어로 선당후곰이다.
피를 주고 사서 거주 중인 지금의 아파트도 당첨이 되질 않았었다. 결국 거액의 피를 준 대신 조망권과 계단 있는 복층을 맞이할 수 있었다. 조금 빗긴 배산임수 명당이라고들 한다. 단지 이젠 새 아파트가 아닌 연식이 좀 되었다. 어쩌다 보니 5년마다 이사 가리란 계획은 물거품이 되고 말았다. 과감하게 했더라면 갈아탈 수 있었지만 곁님은 아파트보다 다른 곳에 미쳐 있다.
곧 오월이 다가온다. 택지 개발 지구에 두 아파트가 분양 계획이 떴다. 오늘 모델하우스는 인산인해라고 실시간으로 카페에서 알려준다. 임산부는 프리패스라고 한다. 그렇다고 임신한 척할 수도 없다. 모델하우스는 사이버로 확인해야겠다. 요즘은 모델하우스에서 사진 촬영을 금지하고 있다고 한다. 카페에서는 옵션이 장난 아니라고 하지만 그들의 말을 다 믿으면 곤란하다.
옵션이 비싸다, 자재가 별로다, 분양가가 심하다는 분위기를 조성한다. 청약을 망설이고 뜸 들이면 막상 청약결과는 대박이다. 그냥 본인의 경제 여건과 여력을 감안하여 눈 감고 귀 닫고 청약해야 한다. 카페에는 선동하는 몰이꾼들이 득실거린다.
계절의 여왕인 오월이 곧이다. 오월엔 여왕답게 산뜻한 청약의 꿈이 초록초록하게 다가왔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