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은후 Apr 23. 2023

계간지 출간을 즈음하여

축사 의뢰가 들어왔다

공모전을 두드리다 보면 새로운 관계가 형성되기도 한다


등단한 지 일 년이 지나갔다. 주말이 어찌나 빨리 돌아오는지 누가 시계 초침을 빠르게 조작한 것 같다. 이십 대에는 참 시간이  더디게 가서 빨리 나이 먹고 싶지 않았던가. 격세지감을 느낀다.


공모전 당선으로 이어진 끈은 단발성도 있고, 다발성도 있었다. 지금은 다발에 대해서 언급하고자 한다.


1. 원고 청탁서가 들어온다.

      이것은 책에  내 글이 실리는 것뿐이 아닌 또 다른 기회의   

     장이다.

2. 위촉장을 받기도 한다.

     일례로 나는 삼십 년 숙성된 모 문학의 글쓰기 강사로

     시의 위촉장을 받았다.

3. 강사의 길을 안내한다.

     생각보다 많은 수고료를 지급한다.

4. 문인으로서 다양한 고급 정보를 얻을 수 있다.

     우물 안 개구리인 나는 알  수 없고, 접한다 해도 그들만의

     리그인 것도 알려준다.

5. 뜻하지 않은 작품해설을 자처하기도 한다.

6. 문예지 축사라는 유의미한 의뢰를 받기도 한다.


위에 나열한 것 중 6번을 받았다.

영글지 않은 열음이라는 생각을 하고 있기에, 첫 마디는 "제가요?" 반문이었다.

그럼에도 차분한 격려로 부족하나마 사란 걸 써서 보낼 수 있었다.


다음은 5번이다.

시집을 두 출판사에서 진행하고 있다. 창작지원금 수혜를 받지 않았다면 나는 감히 시집을 출판할 꿈만 꾸고 있었을지도 모르겠다. 책으로 나온다니 부끄러웠다.

혼자서 끼적인 나만의 감성이 오롯이 드러난다고 생각하니 내 글이 작아 보인다.


높은 나무인 그분에게 작품 해설을 말씀드린다는 생각조차 하지 못했다. 빠른 출간이 예상되는 J출판사  시집은 순수? 한 시라고 할 수 있다. 해설 없이 시만 엮을 생각이었다. 그. 런. 데. 전화가 왔다.


해설을 정했는지 물어보신다. 솔직하게 말씀드렸다.   서운하다는 말씀을 하신다. 당연히 내가 말할 줄 아셨다 한다. 부끄러운 내 시를 그분께 어떻게 하나.

시를 붙잡고 해설한다고 하는 것이 얼마나 정신노동인지 난  안다. 부끄럽지만 시집을 열 손가락 가까이 해설한 적이 있다.


생의 궤도는 어떤 방향으로 달릴지 알 수 없다. 우리가 원하는 방향이 아니라고 낙담할 수 있다. 그. 러. 나. 높은 곳에서 보면 우리를 위한 큰 그림을 그리기 위한 어떤 경로일지도 모른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