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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은후 Feb 26. 2024

그림이 쓰는 시

변화가 틈 사이로 불어옵니다

바람




약속 시간이 가까이 다가온다


문 열고 내 귀에 앉은 여름이 시동을 건다

몇 차례 심장을 눌러보아도 당신은 뛰지 않는다


목덜미를 개의 혀처럼 핥는 정오가 거칠다

밀어내는 것보다 가두는 힘으로 밤낮이 바뀐다


수십 분만에 달려온 긴급한 서비스가

오래 어금니 기울인 홀짝을 물고 왔다

물리기 싫어 여름 밖에 있는 나를

안으로 끌어당긴다


검은 호흡이 셔츠를 젖히고

발딱 선 유두를 꼬집는다


휘발된 오르가슴에 쉼이 떨리는 순간

심장이 다시 움직이기 시작한다


당신이 스스로 봉인한 숨은

아직 등 뒤에 붉은 화인으로 남아 있다


심정지가 오고 나서야 방전된

어제를 돌아보는

당신을 완전히 잃은 뒤 당신이 생각나는

당신은 당신을 찾았다


당신 없이 촉각을 곤두세울 수 있을까


데이터가 아득한 트랙에서

몸 풀고 있는 당신의 속도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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