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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알레 Aug 22. 2022

절이 싫으면 중이 떠나라고요? 회사가 절인가요

고인물은 썩는 다면서요


정년까지 다녀야지


내가 다녔던 회사는 공공기관과 비슷한 조직이라 근속연수가 긴 편이었다. 한번 들어오면 60세 정년까지 일할 수 있는 안정적인 조직이었다.  오래다닐수록 호봉이 오르고, 연차가 많아지는, 장기근속자에게 메리트가 큰 곳이었다. 그렇기에 보통 이런 회사에는 '조금 다니다가 이직해야지'가 아닌, '정년까지 다녀야지'라는 생각으로 들어오는 경우가 많았다.



공공기관같은 곳에서 행정업무를 하다보면 사기업이나 다른 공공기관으로 이직하는 경우가 극히 드물다. 순환보직이라 한가지 직무에 전문성을 쌓기도 어렵고, 직무가 해당 조직에서만 쓰이는 분야일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경력을 쌓는다 하더라도 다른데로 가기가 어렵다. 커리어를 개발해서 다른 곳으로 '이직'한다는 생각이 통하지 않는 곳이었다.



2010년대 초반, 내가 취업준비에 한창이던 시절 '공무원/공기업'은 취준생들의 선호도 1위에 있었다. 대기업보다도 인기가 많았다. 아무래도 IMF로 부모세대가 실직이 되는 것을 본 기억이 있는 세대이자, 대학생때 경험한 금융위기로 인해 '철밥통'에 큰 관심을 갖게 된 것 같다.




내가 입사했을 당시 우리회사 경쟁률은 약 200:1이었다.

그런데 최근 몇년간 주니어급 직원들의 퇴사율은 30%를 넘었다.

(공공조직에서 이정도면 높은편이다)



이렇게 들어온 회사를 나간다고?



'나가는 사람은 항상 있어. 조직과 안맞는 사람은 나가는게 서로에게 좋아'라고 회사는 말했다. 맞는말이다. 회사와 직원간에도 케미라는게 있는것 같다. 다른 조직에서는 충분히 잘어울리고 역량을 드러낼수 있는 사람도, 안맞는 조직에서는 삐그덕거리고 시들 수있다. 이런 경우에는 회사도 힘들고 직원도 힘들다. 자기 자신에게 더 잘맞는 회사를 찾아서 떠나게 된다면, 이는 양쪽 모두에게 매우 잘된일이다.


그리고 가끔은 정말로 '이상한' 사람도 있지 않나. 이런 사람이 자발적으로 나가준다면 회사 입장에서는 정말 양손 들고 환영할 일이다.



근데 정말 좋기만 한 일일까?



신입사원때부터 선배들은 '절이 싫으면 중이 떠나야지'라고 말했다. 유명한 속담이니 부연설명을 덧붙이지 않아도 무슨말인지 충분히 이해가 갔다. 하지만 보통 '절을 싫어하는 중'에 비유되는 사람들을 보면 회사를 향한 비판을 하거나, 개선점을 건의하는 경우도 포함된다. 수직적 조직 문화를 감안할때 비판과 건의는 공격적 행동 혹은 그저 불평불만주의자들이나 하는 타령 정도로만 느껴졌나보다.



그렇지만 이렇게 불평이 있는 사람들 전부가 회사를 떠나고 나면, 우리 회사는 '고인물'이 되는게 아닐까 생각했다. '고인물은 썪는다'는 말도 있지 않나. '젏이 싫으면 중이 떠나라'와 '고인물은 썪는다'는 속담은 이 대목에 대치된다. 둘 중 뭐가 더 적합한지에 대해 논쟁할 필요는 없다. 둘 다 어느 측면에서 해석하느냐에 따라 맞는 말이니까. 다만, 나는 '고인물은 썪는다'는 표현에 회사가 좀 더 귀기울여줬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회사는 시대와 상황에 맞게 발빠르게 변화해야 하는 유기적 조직체가 아닌가. 소위 '요즘 애들'의 불평불만이 다소 성가실지라도, 이들이 어떤 문제의식을 갖고 무슨 말을 하는지는 들어는 봐야한다. 기존에 해오던 것은 다 맞는 것이고, 새로운 의견은 필요없는 듯 행동한다면, 그저 '불만 있는 사람은 떠나라'는 식으로 일관한다면, 더 나은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을까?


요즘 스타트업들은 구성원이 대부분 젊다. 20~30대가 주축인 곳들도 많다. 대기업은 30~40대가 중심인 조직이 많을것이다. 공공조직은 조금 다르다. 90년대 IMF가 오기전 입사한 세대들이 아직도 회사의 큰 축을 담당하고 있다. 절대적으로 머리수도 많다보니 회사의 평균 연령도 높아졌다. 문화는 수직적이고 50대가 메인인 조직이다. 



알레씨가 부장되면 바꿔요



내가 무언가 얘기를 했을 때 상사로부터 자주 들었던 반응이다. 내 말이 무슨 뜻인지는 알겠으나, 지금 바꾸기는 불편하니 내가 부장이 되면(지금 있는 사람들이 다 은퇴하고 나면) 그때 하라는 뜻이었다.


그 당시에 나의 행동은 그 나이대(신입)만의 생각과 패기가 있었기에 가능한 것이었다. 당시 상사가 40대 후반이었는데, 내가 그정도 나이가 된다면 과연 그런 행동을 할 수 있을까? 더 냉정하게 표현하면, 그런 행동을 할 '필요'가 있을까? 안정적인 조직의 40대 부서장으로서, 평범하게 지낼 경우 60살까지 잘 다닐 수 있는데 굳이 그런 변화를 주창하려 할까? 뭐하러 20년동안 익숙해진 체제를 바꾸려 들겠는가. 그때가 되면 어쩌면 나도 신입에게 그렇게 말하겠지, "ㅇㅇ씨가 부장되면 바꿔요"




요즘 취준생들 사이에서는 일명 네카라쿠배 불리는 기업들이 인기가 많다고 한다. 집단주의와 수직적 문화보다는 개인주의와 수평적 문화를 선호하고, 개인의 커리어를 개발하고 지속적으로 성장할 수 있는 분위기를 중요시하기 때문이지 싶다.


모든 조직이 '네카라쿠배’일수는 없다. 그럴 필요도 없을거다. 번뜩이는 혁신보다는 기존의 가치를 충실하게 수행하는 것이 필요한 곳도 많다. 하지만 새로 들어오는 세대가 좌절감을 느끼고 지속적으로 회사를 나가고 있다면, 예전과는 뭔가 다른 분위기가 감지 된다면, 이제는 한번 쯤 우리가 '고인물'은 아닐지 돌아봐야 하지 않을까.


다들 나가네... 나도 퇴사하고 싶어.


가깝게 지내던 동료의 퇴사는 남아있는 직원들에게 좌절과 우울감을 준다고 한다. 남아있는 사람들을 위해서라도 '안맞는 사람은 나가는게 맞지'라고 말하며 그들을 단순 불평불만주의자로 치부해버릴 것이 아니라, '직원들이 더 좋아할만한 조직문화'로 거듭나려는 노력의 계기로 생각해줬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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