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알레 Sep 30. 2022

신입이 인사를 안 한다

왜 매번 신입만 인사를 안 하는 걸까

내가 신입사원이던 시절 떠도는 소문이 있었다. 이번에 입사한 '신입사원들이 인사를 안 한다'는 내용이었다. 우리 동기들은 서로 모여 불안감을 주고받았다. '누구를 말하는 걸까?', '혹시 난가?', '내가 모르고 지나친 사람 중이 우리 회사 사람이 있었던 걸까?'. '며칠 전 화장실에서 어색한 타이밍에 마주친 선배가 있었는데, 그때 인사가 부족했던 걸까?' 그렇게 우리는 서로와 스스로를 돌아봤다. (참고로 우리 건물에는 서로 다른 회사가 들어와 있었다. 건물을 오고 가는 수천 명의 사람들이 같은 회사 사람인지 구별하기는 어려웠다)



1년이 지나고 우리가 2년 차가 됐을 때, 신입사원이 들어왔다. 그때도 회사에는 같은 소문이 돌았다. 이번에 입사한 '신입사원들이 인사를 안 한다'는 내용이었다. '이번에 들어온 사원들도 인사를 안 한다고?'. 그러는 사이 우리 동기에 대한 이야기는 회사에서 사라졌다. 우리 동기들의 인사 실력이 월등히 늘어서 선배들이 보기 흡족해졌거나, 아니면 그저 우리는 회사 내 관심사가 아니게 됐을지도 모르겠다. 



그렇게 내가 3년 차가 됐을 때도, 4년 차가 되었을 때도, 과장으로 승진을 하고 난 이후에도, 7년 차가 됐을 때에도 해마다 '이번 신입은 인사를 안 한다'는 소문이 돌았다. 이제 우리는 선배들의 따가운 시선을 받는 신입이 아니었고, 연차가 제법 쌓인 선배 입장이 되어 그 소문들을 주워 들었다. 그리고 때로는 그 말들을 직접 하는 당사자가 된 듯했다. 어느 날은 동기가 "이번에 들어온 ㅇㅇㅇ은 인사를 안 하더라?"라고 말했다.  




근데 여기에는 약간 새로 들어온 신입사원에 대한 날카로운 기준 같은 게 작용한 건 아닐까? 유독 왜 '신입'만 인사를 안한다는 소문이 나는걸까. 내 생각에 당시 회사의 40대, 50대 부장, 임원들도 인사를 잘 안 하기는 마찬가지였으나, 그들의 인사성을 질책하는 뒷이야기는 거의 들리지 않았다.



구글에 "요즘 젊은것들은 버릇이 없다"는 내용을 검색해보았다. 나무 위키 내용을 보니 제법 흥미로운 내용들이 많았다.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요즘 애들"에 대한 불만이 가득한 기성세대의 글이 문헌으로 남아있어었다. 



"고대의 장수들은 혼자서도 가뿐히 돌을 들어 적에게 던졌지만, 요즘 젊은이들 같으면 두 명이서도 들지 못할 정도로 나약하다" - 그리스 고전 일리아스 



"요즘 대학생들 정말 한숨만 나온다. 요즘 대학생들은 선생들 위에 서고 싶어 하고, 선생들의 가르침에 논리가 아닌 그릇된 생각들로 도전한다. 그들은 강의에는 출석하지만 무언가를 배우고자 하는 의지가 없다… 그들은 무시해도 되는 문제에 더 관심을 가진다. 사랑이니 미신이니 하는 것들 말이다. 그들은 그릇된 논리로 자기들 판단에만 의지하려 들며, 자신들이 무지한 영역에 그 잣대를 들이댄다. 그렇게 해서 그들은 오류의 화신이 된다. 그들은 멍청한 자존심 때문에 자기들이 모르는 것에 대해 질문하는 것을 창피해한다." - 1311년 여름, 알바 루스 펠라기우스



"요즈음 가만히 살펴보건대, 세상이 갈수록 풍속이 쇠퇴 해져서 선비의 버릇이 예전만 못하여 경학(經學)에 밝고 행실을 닦아 치체(治體)를 잘 아는 자는 적고, 문사(文辭)를 숭상하여 경학을 버리고 녹리(祿利)를 좇는 자가 많으니, 어찌 우리 조종(祖宗)께서 학교를 일으켜 인재를 양성하는 본의 이겠는가?" - 조선왕조실록 숙종 17년(1691년)






어쩌면 내가 신입이던 시절 '인사를 안 한다'라고 소문난 사람이 나였는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적어도 내 기억에 일부러 인사를 안 한적은 없다. 왜 인사를 안 하겠는가. 식당에 들어갈 때나 나갈 때나, 한번 보고 말 사이에도 인사를 하는 게 내 습관이다. 회사 선배라면 더더욱 신경 써서 인사를 하지, 굳이 안 할 이유가 없지 않나. 오다가다 마주쳤는데 일부러 인사를 안 할 이유는 정말 없다. 



자랑을 하자면 나는 회사 청소 아주머니들에게 인기가 많았다. 청소 아주머니들과 인사와 안부를 주고 받았으며 예쁨 받았다. 내가 입고 가는 옷이나 머리스타일에 대해 칭찬해주셨고, 식물 키우기와 관련된 내용으로 사담을 나누기도 했다. 여기에는 별다른 목적성이 없었으며 그저 화장실에서 오다가다 인사만 잘하면 되는 거였다. 청소 아주머니들과도 사이좋게 인사하는 나였는데, 굳이 회사 선배에게 미움받을 각오로 인사를 안 했을까. 그럴리는 없다. 



세월이 지나고 보니 내가 생각하는 것보다 나와 눈이 마주쳤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다는 걸 깨달았다. 세상 사람들은 내가 생각하는 것만큼 나에게 관심이 없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돌아보니 어디선가 나를 보고, 나와 눈이 마주쳤다고 생각하고, 내가 인사를 하지 않았다고 기분 상해하는 사람들이 곳곳에 있었다. 



그런데 말이다. 그렇게 눈이 마주쳤으면, 나한테 찡긋 신호라도 보내줬더라면 좋았을 텐데. 아쉬움이 남는다. 그럼 나도 당연히 인사로 응하지 않았을까? 




신입사원의 행동이 예의에 어긋나는 것처럼 보였다면, 선배로서 좀 더 모범이 되는 모습을 보여줄 수도 있지 않았을까? 어색하게 쭈뼛거리며 지나가는 신입에게, 따뜻한 눈인사와 말 한마디 건네줄 수도 있지 않나. 사실 더 어색하고 두려운 건 신입직원일 텐데 말이다. 



'요즘 애들은 버릇이 없더라? 선배 보고도 인사를 안 하네'라고 뒤에서 험담을 하는 조직이라면, 스스로 모범을 보였는지도 함께 돌아보면 좋겠다. 신입직원이 "안녕하십니까?"라고 했을 때, "안녕하세요"라고 대답을 해주면 정말 고마운 일이다. 그런데 간혹 보면 묵묵히 그냥 지나치는 사람도 많다. 눈만 껌뻑이는 경우도 있다. '쟤는 누구지?'라는 시선일 수도 있고, '그래 인사 잘 받았다'는 무언의 시그널일 수도 있다. 근데 그렇게 지나치는 것도 예의에 어긋나기는 매한가지 아닌가.  



먼저 인사를 건네는 건 어떨까? 신입사원 입장에서야 수백 명에 달하는 선배들의 얼굴을 단시간에 외우기 어렵다지만, 상대적으로 그해에 들어온 신입은 쉽게 구분이 되지 않나. 신입사원과 마주치게 되면 "어디 한번 어떻게 하는지 지켜보자"는 마음이 아니라 "우리 조직에 온 걸 환영 해줘야지"의 의미를 담은 간단한 인사면 좋을 것 같다. 







이전 01화 꼰대는 되지 않겠다던 90년생 신입사원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