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 마음들이 모여서
아내는 둘째 출산 및 산후조리를 위해 약 3주간 집을 떠나 있을 예정이다.
코로나19 이후 산부인과 및 조리원은 선제적 방역을 위해 면회를 전면 금지하였다.
아내의 보호자인 나도 수술 후 며칠간 아내의 거동을 도운 뒤 병원을 나서면 재입소가 불가능하다.
이것은 생각보다 큰 사건이다.
엄마를 참 많이 사랑하는 아들은 태어나서 처음으로 엄마와 오랜 기간 떨어져 있게 된다.
아내 역시 3주간 애틋한 마음으로 아들을 그리는 시간을 보내야 한다.
나 또한 아이의 유치원 등원 준비물 챙기기, 아이와 같은 반 친구 생일 선물 준비하기, 소풍 도시락 챙기기 등 평소 아내가 꼼꼼하게 챙겼던 부분들을 도맡아 하느라 긴장 상태를 유지하게 될 것이다.
본인보다 가사에 어설픈 남편과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아들을 번갈아 떠올리자면 아마 아내는 침상에 누워 있어도 썩 편한 느낌이 아닐 것이다.
그래서일까. 아내는 입원 전 많은 것들을 준비해놓고 갔다.
나관중이 쓴 삼국지연의에 ‘금낭묘계‘라는 말이 나온다. 비단 주머니에 담긴 기묘한 계책이라는 뜻인데 이 말은 제갈량이 조자룡에게 위급할 때 열어보면 도움이 될 계책 세 가지를 비단 주머니에 넣어 전해준 것에서 유래한다.
아내는 마치 제갈량의 금낭묘계처럼 집안 곳곳에 아이와 나를 위한 신묘한 계책들을 남기고 갔다.
먼저 유치원 등원을 위해 아이가 아침에 해야 할 루틴 및 매일 챙길 것과 간헐적으로 챙길 것을 깔끔하게 적은 쪽지를 아이 책상 옆 자석 보드에 부착해두었다.
두 번째로 아내는 본인이 병원 및 조리원에 있을 동안 진행될 아이의 체험학습을 위한 준비물들을 인터넷을 통해 미리 구비하고 정돈해두었다.
마지막으로 아내는 아이가 좋아할 선물 몇 개를 보물 찾기처럼 집안 곳곳에 숨겨 두었고, 아이에게 매일 하나씩 읽어주라며 짤막한 편지 20여 개를 써서 작은 상자에 예쁘게 넣어 두었다.
본디 종이는 열전도 계수가 낮아 그 자체로 온기를 전할 수가 없다.
하지만 행여 아이의 마음이 상하고 다칠까 염려하는 애정 어린 마음을 잉크에 녹여 꾹꾹 눌러쓴 글자에는 분명 따뜻함이 깃들어 있다.
‘이 편지를 하루에 한 장씩 펼쳐서 읽으며 아빠와 함께 많은 이야기를 나누렴. 편지를 모두 읽고 상자가 텅 비는 날, 엄마가 사랑하는 우리 아들에게 짜잔 하고 나타날게’
아이는 편지에 담긴 엄마의 재미난 질문에 재치 있게 답하고 엄마가 표현한 사랑의 말들을 들여다보며 기쁘게 웃고 있다.
잠들기 전 엄마와의 영상통화를 하며 아이는
‘엄마! 잘 먹고, 잘 자고, 잘 쉬어야 해요!‘
라며 엄마를 다독였다.
어쩌면 지금은 세명이 네 명이 되어 서로를 더욱 따뜻하게 보듬기 위해 각자의 외연을 확장하는 시간인지도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