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로 아이들에게 중국어를 가르친지 21년째가 되었다. 나를 거처간 학생들 이름과 얼굴도 이제 가물가물해진다. 학창시절의 인연으로 중국어에 관심을 품고 중국쪽에서 자신의 소임을 다하고 있는 제자들을 보면 마음 깊이 뿌듯함을 느낀다.
중국어를 제 2외국어로 처음 접하는 학생들은 중국어는 한자라는 섣부른 선입견을 보인다. 하여 나는 학생들에게 중국어 회화보다는 한자의 기초를 다지고 중국어 학습에 대한 긍정적인 태도를 형성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 20년의 교직 경력에도 불구하고, 매년 새로운 학생들과의 만남은 나에게 항상 새로운 도전이며, 그들을 위한 최적의 교육 방법을 찾기 위해 끊임없이 고민한다.
그중 가장 큰 고민은 어렵게만 느끼는 한자에 대한 학생들의 공포심을 어떻게 하면 깨트릴 수 있느냐이다. 중국어는 우리가 쓰는 한자와는 달리 간략화한 간체자를 쓰고 있지만, 기저가 한자이기 때문에 아이들이 느끼는 거부감과 공포감은 별반 다르지 않을 거라는 전제하에 아이들 눈높이에서 중국어를 바라본다.
그리고 한자는 음글자가 아닌 뜻글자라는 점과 본래 모양을 본떠 생긴 상형문자가 기본 글자라는 점에 착안하여, 무작정 암기하는 방법을 버리고 "스토리가 있는 중국어"라는 이름하에 아이들과 함께 이야기를 통한 접근을 시도한다. 아이들은 이야기를 전개하기 위한 사고의 과정에서 번거로움을 느끼면서도 수업시간 풀어주는 한자 스토리에 납득하며 적극적인 흥미를 보인다. 간혹 억지스러운 표현엔 썩소?를 날리지만, 무턱대고 암기했던 지난 한문 학습의 틀을 벗어난 수업 방식에 다들 관심을 보인다.
가장 처음 아이들에게 가르치는 단어는 1인칭 대명사 "나아"에 해당하는 我( wǒ)이다. 매해 첫 수업시간에 이 글자를 칠판에 크게 쓰고 시작한다. 뒤이어 " 나= 자존감"이라는 글귀를 쓴다. 어리둥절하는 아이들의 눈빛을 보며 글자가 담고 있는 의미를 풀어준다.
"선생님이 가장 좋아하는 한자야. 이 글자는 "손수手와 창과戈"가 결합한 글자란다. 즉, 내 손에 창을 들고 있는 형상을 담은 글자이지. 여기서 창은 나를 지키기 위해 내가 싸우는 무기라고 할 수 있어. 나를 지키려는 마음인 자존감인 거지. 다시 말해 내 손에는 나를 지키는 자존감이 있어야 하고, 자존감이 없는 나는 내가 아니라는 말이야. 너희들이 자존감이 있어야 여러분 자신이 될 수 있다는 말이란다. 자신을 사랑하는 마음, 자존감을 갖는 너희들이 되길 바래."
설명이 끝남과 동시에 아이들의 눈빛이 맑아지고, 고개를 끄덕이며 이해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이 순간 가르치는 기쁨을 새삼 느끼게 된다.
매주 수요일, 학생들에게 가르친 한자를 통해 내 삶을 되돌아보고, 이곳에서 함께 공유하려 한다. 이 글을 읽는 독자분들이 한자가 단순한 글자를 넘어 우리 삶과 깊이 연결되어진, 그림과 스토리를 담은 글자라는 것을 알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