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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청시 Oct 18. 2024

답신 <최은영>

서평 한 줄 <아주 희미한 빛으로도 중에서>

씨가 잔뜩 흐리다. 게다가 월요일이다. 

아침 조회 때 아이들의 표정이 어둡다. 

잔뜩 비구름을 품고 있는 하늘처럼.. 

웃음기 없는, 무표정한 얼굴은 오늘의 날씨와 매우 닮아 있다. 


그냥 피곤해서 그러겠지, 한 주의 시작인 월요일이 주는 압박감과 답답함 때문이겠지. 애써 내자신을 다독여 보지만 ,한참 밝아야할 17세 아이들에게 밝은 모습을 선사하지 못하는 담임인 나의 책임인 것 같아 자꾸 내 자신을 자책하게 된다. 



그 해 담임을 맡고 학생들을 면담해 보면, 서로 다른 얼굴처럼 각기 다른 성격과 가정 환경을 지닌 아이들을 만나게 된다.


밝고 활기차며 매사에 적극적인 아이가 있는 반면, 항상 뭔가에 주눅들어 있어  소극적이고 자신의 맘을 쉽게 열지 않는 아이도 있다.


보이는 모습이 그 사람의 전부를 말해주진 않지만, 나는  아이의  현재 모습은 그가 자라온 환경에 큰 영향을 받는다는 사실에 주목하게 된다.



소설 속에 등장하는 자매는 부모 밑에서 평범한 어린 시절을 보내지 못하고, 고모에게 맡겨져 자란다. 


엄마는 동생이 4살 때 집을 나가셨고, 아빠는  돈을 버신다고 전국을 돌아다니시며 아이들을 돌보지 않는다. 


실상 자매에겐 둘만이 서로 기대고 의지할 수 있는 피붙이인 셈이다. 


언니는 갖은 알바를 하며 돈을 벌어 동생의 뒷바라지를 하고, 어린 나이에 가장으로서의 짐을 지고 어른스러워진다. 


그런 언니는 다정한 척 관심 주는 척 접근하는 학교 교련 선생님에게 가스라이팅 당하고 임신까지하게되고, 21살 어린 나이에 결혼까지 하게 된다. 


 처음 인사하러 왔을 때  그는 동생을 훓어보며 " 처제 치마 줄여 입었어?"라고 말한다.  자기는 나쁜 짓을 하면서 타인에게는 엄한척하는 위선적인 어른을 상징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자신은 정의롭고 공정하다 생각하면서 자신의 아내에게는 폭력을 휘두르고 인색한 모순된 모습, 나약하고 학교 생활을 힘들어 하는 학생에게 계속된 파렴치하고 못된 짓을 일삼는 그의 추악스런 모습을 보며 같은 교사로서 말할 수 없는 부끄러움을 느꼈다.


동생은 형부가 언니를 폭행하는 장면을 보고 그에게 중상을 입히고, 구속되게  된다. 


재판 과정에서 언니가 자신의 남편은 동생을 절대 폭행하지 않았다고 거짓 자백을하며 끝까지 남편의 편을 들어주는 모습이 굉장한 충격으로 다가왔다. 


무엇이 그녀로 하여금 피붙이인 동생을 버리고 남편을 선택하게 했는지 궁금했다.  아마도 거기엔 둘사이에 태어난 아들의 안위 문제가 있지 않았을까..아들에게는 온전한 가정을 주고 싶은, 상처를 주고 싶지 않은 엄마로서의 간절한 소망이 깃들지 않았을까.. 


동생은 교도소에서 붙이지 않는 편지를 조카에게 매일 쓰면서, 어렸을적 조카와 얘기를 나눈다. 


조카는 왜 우리는 만날 수 없게 되었냐고 묻고, 내가 너희 아빠에게 심한 폭력을 저질러서 그렇다고 대답한다. 다시 왜 그랬냐고 묻고, 언니를보호하려고 그랬다고 답한다. 


사랑하는 사람을 외면할 수 없으니 나도 그 이유를 알고 싶다고 말하며 조카와의 끊임없는 대화를 통해 답을 찾아가는 과정이 참 인상적이였다.


작가는  이 소설을 통해  무었을 말하고 싶었을까? 

어릴적 상처가 체  아물지 않는 어른들의 아픈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을까..그럴지라도 지켜야할 가족의 소중함을 말해주고 싶었을까.. 


가족의 의미에 대해 많은 생각을 던저준 최은영의 <답신> 리뷰를 마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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