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명사가 된 뽀로로

노는 게 제일 좋아

by 도우





"노는 게 제일 좋아, 친구들 모여라!"


이 한 구절로, 뽀로로는 노는 게 제일 좋은 사람들을 지칭하는 대명사가 되었다. 그렇게 쓰고 있는 나도 100% 순도의 뽀로로형 인간이다. 가능하면 하루종일 일주일 내내 한 달 내내 1년이고 10년이고 놀고 싶고, 혼자 놀든 친구와 놀든 대환영이다. 이왕이면 나랑 같이 뽀로로 해 줄 숲 속 마을 친구들이 있으면 더 이상 바랄 게 없다. 이미 뽀로로 중인 것 같은 내 고양이도 함께.


그러면 나는 오히려 '놀기'로서 글을 쓰고, 그림을 그릴 수 있을 것 같다. 마치 그러면 지금보다 더 좋은 글이, 더 좋은 그림이 나올 것 같은 기분이다. 일단 몸은 좋아질 것이다. 스트레스는 만병의 근원이니까. 잠도 잘 잘 것이다. 근심걱정이 없을 테니까. 고민이라곤 뭘 하고 놀아야 잘 놀았다고 소문이 날까 하는 것 정도인 삶. 블로그를 보면 (만약 내가 그 상태에서 블로그까지 '놀기'에 포함시킨다면) 매일매일 다른 걸 하고 노는 포스팅뿐인 삶.




1. 하지만 난 루피다.


아이들 것을 어른들이 뺏어간 대표적인 캐릭터. 난 루피 밈을 그렇게 좋아하진 않지만, 뽀로로 애니메이션에서 날 닮은 캐릭터를 골라보라고 하면 당연지사 루피일 것이다. 거절을 잘 못하는 루피. 소심하고 항상 겁이 많은 루피. 물론 다른 면도 있지만 내 어릴 적 기억의 루피는 그런 캐릭터로 인식되어 있다. 요즘의 잔망루피는 쇼츠에 등장해서 춤도 추고 노래도 하지만, 내가 기억하는 애니메이션 속의 루피는 자신이 사방팔방에 희한한 눈을 하고 웃는 사진으로 돌아다니는 것을 견디지 못할 것 같다.


뽀로로이고 싶은 루피. 나는 루피이지만, 뽀로로가 되고 싶은 뽀로로형 인간이다. 그래서 어쩌면 루피는 어른들의 캐릭터로 변모할 수 있었고, 뽀로로는 대명사로만 그쳤을지도 모르겠다. 우리는 뽀로로를 지칭하고 꿈꿀 수는 있으나 진정한 뽀로로가 될 수는 없을 테니까. 그저 노는 게 제일 좋은, 숲 속 친구들과 놀기만 하는 뽀로로가 되기는 너무 어려운 일이다. 이제는 어린아이들조차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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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언젠가 뽀로로가 될까.


루피가 이토록 뜰 수 있었던 건 그런 마음 때문일지도 모른다. 소심하지만 인정받고 싶고, 조금은 허영심도 있는 루피. 하지만 거절을 잘 못하고 울음이 많다. 그 세계관 내에서 상대적으로 약하고 상대적으로 현실과 닮았다. 그런 루피가 연예인과 함께 춤을 추고 우리가 도피처로 생각하는 ("다 때려치우고 유튜브나 할까?") 길로 넘어간다.


반면에 대명사로서의 뽀로로는 현실감이 없다. 그저 우리 모두가 꿈꾸는 돈 많은 백수 정도의 이미지일까. 어쩌면 자신이 생각하는 '놀기'로 돈을 버는 사람들도 포함될지 모른다. 난 그런 의미에서 뽀로로를 꿈꾼다. 근심걱정에, 소심하고, 눈물 많고, 약한 내 모습은 어쩔 수 없다. 잔망루피처럼 나를 일그러뜨릴 수도 없다. 하지만 분명 나는 뽀로로형 인간이다. 내가 좋아하는 일로 돈을 벌고, 좋아하는 친구들과 시간을 보내고, 가끔은 좋아하기만 하는 취미로 시간을 보낼 수 있는. 사랑하는 고양이와 함께 그저 소파에 누워있는 시간도 마련할 수 있는 사람. 이 되고 싶은 사람.


어쩌면 우리 모두 루피이고, 우리 모두 뽀로로형 인간이다. 꿈꾸는 건 자유니까. 항상 퇴사를 입에 달고 사는 우리네 회사원 친구들처럼. 대명사로 꾸며지던 내가 루피처럼 고유명사로 지칭될 수 있길. 뽀로로'형' 인간이 아니라 나는 뽀로로라고 말할 수 있길 꿈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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