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처 주는 말에 대항하기

내가 그 모든 걸 버틸 수 있는 사람이 되어야 한다고 해도

by 도우





한창의 성장기를 모진 말들 속에서 보냈다. 그곳을 탈출하고서도, 온갖 도움을 받은 뒤에도 비슷한 사람의 비슷한 말투를 들으면 파드득 놀랐다. 그건 어쩔 수 없는 일이다. 구멍이 숭숭 뚫린 땅이 이제야 차오르고 있다는데, 약간의 무게만 닿아도 언제 꺼질지 모르니 유난 떨게 될 수밖에. 나의 길은 아직 고른 평지가 아니라 어디든 지반이 약한 구멍일 수 있는 곳이 지천이다. 어디든 괜찮다고 생각해야 힘 있게 걸음을 내딛을 텐데 그걸 두려워하지 않기는 참 힘든 일이다.





1. 비슷한 경험 나누기


내가 대학원에서 만난 교수 중 한 분이 그런 분이었다. 사람을 묘하게 급으로 나누고 넌 저기에 낄 수 없다던가, 네가 배운 게 전부 틀렸다던가, 주변 사람이 너에게 악영향을 주고 있다던가 하는 말을 스스럼없이 하시는 분. 그분의 강의를 듣는 건 나 혼자만이 아니니 불만은 온갖 곳에서 튀어나왔다. 만나는 사람들마다 같은 얘길 하니 다행이었다. 아니면 나는 또 그 익숙한 말에 내 한 걸음을 내주고 말았을 테니까.


경험 공유는 일종의 안정제였다. "이 구멍이 맞구나, 내가 이 구멍에 빠져서 고생하는 게 맞는 길이구나"라는 생각을 버릴 수 있게 해주는 임시방책. 모두 여기에 한 번씩 빠졌고, 그건 옳지 않다고 말한다. 나에게만 있는 구멍이 아니라 그건 원래 누구라도 내딛으면 발이 꺼질 함정이다. 그런 확신이 있어야 나는 안도의 한숨을 내쉴 수 있다. 그의 말이 모두 옳은 게 아니라는 것. 내가 그 말에 신경 쓸 필요는 전혀 없다는 것.


특히 나와 함께 그런 경험을 하고 있는 이가 눈에 보이면, 그게 타인이 되면, 내 안에서 나오는 목소리는 달라지기 마련이다. 내 스스로에겐 그게 맞는 말인가 봐 하며 모질게 굴었었다. 하지만 타인에게는 다른 법이다.




2. 그 말에도 버티기 위하여


사람들은 때로 말한다. 그런 말을 듣고서도 네가 꿋꿋할 만큼 강해져야 한다고. 계속 그런 말을 마주해서, 나 스스로가 물리치라는 듯이.


난 되려 나보다 교수님께 심하게 당했던 언니에게 나도 몰랐던 말을 내뱉었다.


설사 내가 이 모든 걸 버틸 수 있는 사람이 되어야 한다고 해도, 그렇게 되기 위해 필요한 건 이런 상처 주는 말이 아니라고.


상처 주는 말에서 나를 보호하는 것은 결국 긍정의 말이다. 남에게서든, 나에게서든 나온 칭찬의 말. 자존감은 혼자서 자라지 않는다. 내가 들었던 작은 칭찬들이 모이고 모여서 이런 때에 나를 보호하는 것이다. 상처에 버티기 위해 나를 상처 입히는 사람들 곁에 있을 필요는 없다. 난 구멍에 빠지고 탈출하는 데 익숙해지고 싶은 게 아니라, 어디를 딛어도 괜찮다는 안심이 들 만큼 나의 길을 단단히 하고 싶은 거니까. 그리고 그 지반은 긍정에서 나온다.


한 번은 칭찬을 들었을 때 내가 너무나 아무 느낌이 없어서 당황한 적이 있었다. 칭찬을 들으면 으레 기뻐하던가 뿌듯한 마음이 들어야 하는 게 아닌가? 그런데 그 말은 기억 속에 잠겨있다가, 그 교수님 강의 끝자락에 떠올랐다. 그 순간 칭찬은 이렇게 쓰이는 것이란 걸 알았다.



칭찬은 잔잔하게 내 속에 모여있다가, 나를 상처 주는 말에 대항해야 할 때 내 앞에 단단한 흙으로 쌓인다. 구멍을 메꿔주는 것은 내가 간직한 타인의, 혹은 나의 칭찬이다. 부정을 맞닥뜨리며 이겨낼 수는 없다. 부정은 항상 긍정으로 이겨내야 한다. 그래서 그때부터 나의 창작물을 보여주기를 꺼리지 않았다. 부정이 올 수도 있지만, 적더라도 소중한 긍정을 모으기 위하여.




keyword
이전 10화대명사가 된 뽀로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