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거리 출퇴근이 이끄는 삶
“안 되겠어! 출퇴근이 아주 지겨워.”
하루에도 몇시간을 보내는 건지. 도로가 안 막히거나, 눈 앞에서 버스나 지하철을 놓치지 않고 탄다면 왕복으로 2.5시간, 정체되면 왔다갔다 5시간을 길에서 보내며 장거리 출퇴근을 했다. 2.5시간도 자차로만 가능하고, 남들보다 이른 출근 시간, 황제 퇴근길을 이용해야 가능하였다. 그러기를 1년 6개월차. 길이 지겨워졌다.
*황제 퇴근길: 황제 다이어트라는 용어가 비싼 육류만 섭취하면서 체중을 줄여가는다이어트 식단 이름인 것처럼, 비싼 퇴근길을 의미한다. 28km 돌아가는 민자 고속도로 통행료 5800원을 내면 가능하기에 내가 붙인 이름이다.
사람들이 내가 차를 갖고 와서 제 시간에 퇴근해서 가면 “지금 가면 막히지 않아?” 라고 걱정하며 말할 때,
“아 오늘은 황제 퇴근길 이용하면 1시간10분만에 도착해서 괜찮아.” 하면서 염려 말라고 한다. 특별한 날에만 이용한다.
올해 초쯤. 역까지 가는 길에 버스 노선 배차간격이 달라지더니, 매번 역에서 기차를 눈앞에서 놓칠까봐 전전긍긍한다. 그리고 반 정도는 놓친다. 정기권을 끊은 기차는 그뒤로도 한 두개 더 탈 수 있지만 지각을 면하기 위해 지하철 승강장까지 전력질주를 해야하니 아침이 부담됐다.
코로나19로 배차시간이 바뀌기도 했지만, 재택근무를 하던 사람들이 통근을 하기 시작하면서 버스는 정류장에 더 오래 머물렀고 정기권 끊기도 더 경쟁률이 높아졌다. 여차저차해서 기차를 타기 힘들어져 수단을 바꿔야했다. 뭘 타고 다녀야하지, 고민하던 날, 인도 옆 자전거 도로 위 자전거들이 보였다. 시원하게 달렸다. 부러웠다.
몇 달은 기차에서 좌석버스로 바꿨다. 교통비가 절감된다는 장점으로. 기차는 버스 지하철과 환승이 안 되어 기차 앞뒤로 대중교통비가 제각기 든다. 잠실 가는 좌석버스는 앉아서 70-80분을 간다. 집에서 15분 걸어나와 좌석버스를 기다린다. 아침 산책 겸 시작해보았다. 30분에 한대 꼴. 출근시간엔 20분 간격으로 온다. 문제는 있었다. 경부고속도로는 버스전용차선으로 제법 잘 달리지만 외곽순환고속도로는 송파ic 출입로에서 막힐 때가 있다. 그 때는 지각 마지노선을 넘는다. 그런 일이 몇 차례 있다보니, 지각할 가능성이 높은 교통수단을 계속 쓰는 것이 불안했다. 직장에 지각해서 미안하다는 사과를 하는 것도 한두번이지.
자차를 이용했다. 자차로는 직장까지 왕복 100km 넘고 고속주행을 하면 연비는 14-15 나온다. 아침엔 고속도로를 이용해야 비교적 빨리 도착한다. 1시간에서 1시간 10분. 괜찮네. 퇴근할 때는 러시아워 시간을 피해야해서 늦게 퇴근하는 것이 일상적이었다. 아니면 2-3시간을 차에서 밀리는 도로를 브레이크를 계속 밟으며 주행해야 한다. 유류비와 통행료도 그렇지만 차량 노후화, 짧은 거리도 아닌 장거리를 나 혼자 이렇게 타고 다니는 것에 대한 부담감이 있었다. 그래서 자차는 정말 필요할 때 이외에는 안 쓰기로 했다.
다 해본 끝에 다시 정시성이 보장된 기차로 가기로 했다. 더 일찍 일어나서 버스를 타야지, 뭐 이런 마음으로….
근데 조금 억울했다. 기차 시간보다 30분 일찍 도착해서 하염없이 등받이 없는 승강장에 앉아 있는 것도 그렇고. 일찍 도착하여 여유가 생기면 역내 잘 발달된 먹거리 가게에서 뭔가를 사서 배를 채우고 싶은 마음이 들어서…종종 먹기도 했고.
지도 사이트에서 집에서 역까지 가는 자전거 도로를 검색했다. 언덕이 많지는 않은지, 우리 집 옆은 도로가 잘 발달된 편이지만 다른 곳은 어떤지, 버스 타고 다니면서 자전거 도로를 보기도 하고. 스트릿뷰로 확인도 해보고. 같은 코스의 자전거 출퇴근 리뷰가 있는지 확인도 했다. 리뷰는 한번 테스트 겸 근처에 와보신 분이 한두 명 있었다. 집에서 역까지 5.6km 25분 걸린다고 나왔다. 그 정도면 버스 시간과 비슷했다.
경험자들은 길찾기 지도에서 제시한 시간보다 더 걸린다고 했다.
신호대기가 은근히 많이 걸린다고 했다.
언덕에서 힘도 제법 든다고 했다.
날씨 영향을 많이 받으므로 탈 수 있는 날이 그렇게 많지 않다고 했다. 너무 더운 날 너무 추운날, 비오는 날, 눈오는 날 빼고 타야하니까.
그랬다. 자전거로 기차역까지 출퇴근을 하려면 쉽게 결정을 내릴 수는 없는 거였다. 그래서 자전거를 사야한다면 기차역까지 자전거 출퇴근에 초점을 맞추기보다 동네에서 돌아다니는 정도로 생각해야했다.
나의 자전거 경력이라고 해야, 자전거는 어릴 적에 타보고 그 이후로는 손에 꼽을 정도로만 탔으니까. 어린 시절 자전거를 도난 당한 이후로 자전거와의 인연은 없었다. 그런 거의 전무한 경력으로 과연 잘 탈 수 있을지도 걱정도 되었다.
그래도 4-5시간 장거리 출퇴근으로 지쳐서 퇴근 후 맥주를 꼭 마셔야 하는… 알콜 의존도도 높아져가고 있었고, 집에 도착하면 운동을 안 하고 무기력하게 앉아 있는 나를 보면서 자전거는 하나 들여야겠다고 생각이 들었다. 그렇게 자전거를 사러 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