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릉이로 8km 자전거 출근
따릉이로 출근하는 첫날이다. 전날에는 아침에 전철을 타보고 한 사람 더 추가하지 않아도 될 것 같아서 자전거로 바꾸었다. 전날에 미리 검색해보니 자전거로는 8~9km 정도 나오는 듯 보였다. 작년 가을부터 퇴근길로 이동했던 코스라서 오르막 심하지 않고, 이용자들이 어떤 패턴으로 달리는지도 적당히 가늠이 되어서 부담되지 않았다. 다만 따릉이가 수서역 인근에 있을 것인가 하는 부담은 있었다.
수서역에서 내렸다. 따릉이 앱을 켰다. 몇 대가 있을까? 다행히 출근을 위해 따릉이를 많이 가져다놓으셨는지, 내가 이용하는 데 지장이 없었다. 십수대의 따릉이가 있었다. 가장 반짝반짝 빛나는 따릉이가 눈에 들어오기에 그녀석을 골랐다. 앱을 실행시키고, 따르릉~ 하며 잠금이 풀렸다.
이제 출발이다. 수서역에서 탄천까지 가는 길은 사람들이 버스 정류장에 많이들 서 계시기에 끌고 갔다. 한강 바람에 손이 시려울 것을 대비하여 장갑하나 갖고 나왔다. 가방은 따릉이 바구니 안에 넣었다. 신발은 굽이 살짝 있는 구두에서 단화로 갈아신었다. 코트는 팔을 적당히 안으로 굽혀도 불편하지 않을 정도의 아이보리색 코트를 입었다. 따릉이를 끌고 탄천으로 향하는 발걸음은 살짝 긴장되었다. 오늘 자전거 길로 가는 것은 지도로 검색했을 때는 30분 정도 소요된다고 했지만, 직접 타보면 다르기에 내 속도로는 과연 몇 분이 더 걸릴 것인가 하는 궁금한 마음이 컸다. 자전거를 끌고 탄천 입구까지 가보기로 했다.
수서역에서 꽤 가파른 육교를 오르내리며 탄천 길 위에 도착했다. 첫날이라 최악의 상황을 가정하여 (뭐가 최악인지는 모르지만) 탄천 길 위에 오기까지 계속 끌고만 왔더니 10분 정도 걸렸다. 이제 탄천에서 자전거 위에 앉았다. 뒤에 오는 사람이 있는 지 확인하고, 시작 페달을 밟았다. 3월의 바람은 여전히 차가웠고, 자전거를 타면 바람이 더 파고들기에 옷깃을 여며야한다. 코트는 그래도 제법 바람을 막아줬다. 2단으로 달리던 따릉이는 작년에 비해 가벼워진 느낌이다. 3단으로 기어를 올리고, 평지를 달렸다. 페달을 덜 밟으면서 속도는 좀더 났다. 무릎에 무리가 가지 않게 코어와 허벅지로 페달을 굴리는 느낌을 주었다. 작년에 열심히 탄 보람이 있다. 작년 처음으로 따릉이를 타던 날의 초긴장했던 모습과 달리, 따릉이에게 느껴졌던 그 묵직함은 없고, 익숙한 존재와 만났기에, 손쉽게 다룰 수 있다는 자신감이 있었다. 그래도 지나치게 속도를 내지 않았다. 여유를 부리는 페달링을 했다. 햇살이 등을 따뜻하게 쬐는 것이 느껴졌다. 고마웠다.
오늘 기록을 재보는 날로 삼았으니까 천천히 달려간다. 첫 바람은 찼지만, 아침 해는 점점 따사롭게 등에 닿았고, 페달을 밟으며 몸은 점점 따뜻해졌다. 바람은 곧 땀을 식혀주는 반가운 이로 변해갔다. 내 주변을 살펴보니, 자전거 출근하시는 분들이 많이 있었다. 작년에 한동안 달렸던 퇴근길에는 다양한 사람들이 있었다. 운동 또는 바람쐬러 또는 퇴근길 등. 출근길에는 운동하는 사람들보다 출근하는 사람들이 더 많았다. 백팩을 메고 열심히 출근 장소로 향하는 사람들을 보니, 내 다리에 힘이 들어가는 기분이었다.
페달을 굴리다보니 안에 껴입은 스웨터가 몸에서 생기는 열기를 내뿜고 있었다. 목에 두른 스카프는 열을 내보내지 못해 점점 땀이 느껴졌다. 땀이 싫지 않았지만 코트를 잠근 단추를 풀고, 바람을 들여 땀을 내지 않기로 했다. 맞은편에서 달려가는 사람들 중에 상당수는 출근하거나 아침에 정해진 코스를 달리는 사람들처럼 보였다. 그들은 헬맷을 쓰고 있었다. 대부분 안전 장비를 잘 착용하고 있었다. 나는 첫날이라 설렁설렁 아침 출근길을 달린다고 생각해서 헬맷을 쓰지 않았다. 맞은 편에서 오는 분들이 나를 바라보는데 눈빛이 내 안전을 걱정하는 듯 보였다. 동쪽으로 달리다보니 햇빛에 눈이 부셨다. 다음부터는 출근길에 헬맷과 선글라스를 챙겨오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탄천에서 종합운동장 쪽으로 우회전을 하고, 갈대밭을 따라 올라갔다. 살짝 오르막을 오르는데, 3단에서 2단으로 내렸다. 그때 방향 전환을 하며 동쪽으로 자전거가 방향을 돌려 달릴 때, 쏟아지는 햇빛에 눈이 부셔서 아찔했다. 그 순간, 이 신선한 바람과 빛나는 아침햇살이 내게 힘을 주는 것을 느꼈다.
출근길의 힘찬 페달과 자연을 한껏 느끼는 시간, 왼쪽에는 한강물이 유유히 흐르고, 머리 위에서는 햇빛이 따스하게 나를 비추고, 얼굴로는 신선한 바람이 나를 맞이해주는 시간. 한강 길 따라 조깅하는 사람들과 반려견을 데리고 부지런히 아침 산책 나온 사람들도 보였다.
퇴근길의 안정감도 좋았다. 마음대로 쓸 수 있는 시간이었으니까. 시간은 제한적이지만 출근길에는 따사로운 햇빛이 마음을 덥혀주고, 힘찬 출발을 응원하는 바람이 내 옆을 스쳐지나갔다.
거의 다 왔다. 휴대폰을 확인해보니 35분 정도 달렸다. 그렇게 속도를 내지 않고도 35분이면 적당한 느낌이다. 아침에 땀을 내는 건 부담되니 이 정도 속도면 좋겠다. 여유를 부리면서도 아침의 선물을 받을 수 있는 출근길 따릉이 이용권을 날씨가 허락하는 날 써야겠다.
수서역에서 내려 출근지에 도착하여, “안녕하세요” 인사를 하기까지 55분 정도 걸렸다. 다음 번에는 오늘보다 속도를 내볼까!
3.6. 결과보고 : 따릉이로 출근, 앞으로 계속해도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