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 늘어졌던 내 삶, 생동감있게 지휘하기
몸이 가벼워지고 있다. 출퇴근, 겨울이 된 이후로는 퇴근길 자전거로 지방을 태웠다. 그렇게 운동을 해도 체중은 유지만 하길래, 식단 조절도 필요하다는 조언을 들은 이후에는 점심을 덜 먹고, 저녁에는 거의 단백질로 구성해서 가벼운 것만 먹었다. 삶은 계란, 치즈류, 혹은 닭가슴살 샐러드. 간식은 거의 안 먹는다. 나의 하루를 책임지던! 맥주와, 맥심 커피와 과자를 끊다시피 했다.
안 좋은 일이 있어서 혹은 근심(업무나 사생활의 과로움 등)이 있어서 식음을 폐하고 있는 것이라고 생각이 드나보다. 점점 살이 없어지는 내 모습을 보고 놀라서 나의 걱정을 덜어주기 위해 진심으로 다가오는 사람도 있다. 그러면 나는 말했다. “일부러 체중 조절 중이에요.”
나는 9월부터 출퇴근길의 ‘지루함’을 없애고 내 몸에 대한 건강한 ‘자극’을 주려고 벼르고 벼르던 체중 감량을 한다고 했다. 체중과 키의 ‘균형’을 맞추기 위한 시도를 하고 있다 했다. ‘다이어트’를 한다고 하면 어째 깡마른 몸을 향한 욕망을 보이는 것 같아 ‘다이어트’라는 낱말을 쓰는 것이 불편했다. 그저 동계 스포츠 중 하나를 배우고 연습하기 위해서 몸을 가볍게 하기 위한 시도이자 트레이닝이라고 말했다. 겨울 오기 전에 ‘스키’ 타기 위한 몸을 만들어야 한다고. 다리 근육이 없으니까 스키 탈 때 힘이 안 들어가는 경험을 했노라고 말이다. 얼마 전 입동이었다. 겨울의 문턱에 들어섰다. 그리고 2년 전, 코로나 이전의 체중으로 돌아왔다. 그러니까 9월부터 12월 중순까지 10kg 을 뺐다. 애석(!)하게도 키와 체중의 균형은 체중쪽으로 내려가 있다. 이걸 덜어내야 한다. 키는 변함이 없으니 체중으로 내 균형을 맞춰야한다.
좀더 지방을 태우고 덜 먹는 방향으로 가야 정말 ‘건강’했던 몸으로 갈 수 있다. 몸의 건강만이 아니라 예전에 입던 옷들과 만날 수 있는 몸으로. 그리고 좀더 보태서 근육을 키운다면 동계스포츠인 스키를 배우기에 부족함 없는, 단련된 몸을 만들수 있다. 동계스포츠를 향한 목표를 세워서 12월초까지 꾸준히 노력하였다. 그리고 어느 정도 스키부츠에 피가 안 통하는 일은 없을 것이다. 실제로 시즌 초에 신었더니, 확실히 발등이 덜 쬐인다.
작년에 ‘작은연극학교’를 졸업한 곳에서 덜컥 연락이 왔다. “작은 배역 자리가 하나 있는데 해보지 않겠습니까?”라고. 나는 연극을 배우고 싶은 마음에, 연출하는 모습, 다른 배우들의 연기하고 달라져가는 모습을 보고 싶었다. “작은 배역, 더 작아도 괜찮습니다.”라면서 중간에 투입되기 시작했다.
졸업공연은 이상의 “날개”를 각색한 것으로 내가 맡은 배역은 주인공 여자 연심을 유죄로 확정짓기 위해 열심히 뇌피셜을 설파하는 증인, 옆집 여자역이었다.
이 여자역을 위해서 일부러 몸을 만드려고 했던 것은 아니지만, 연극에서 내 배역을 잘 소화하기 위해 푸근한 인상보다는 날카로운 인상을 주기 위해, 체중을 덜어내는 것이 낫겠다고 생각하며 노력했다. 배우들이 역을 위허 체중조절를 하는 것에 비할바는 아니지만 말이다. 가벼운 몸을 만들면 날카로운 이미지까지 더할 수 있으리라 싶었던 것이다. 결국엔 그 수준의 체중 감량에는 미치진 못했지만, 나는 이 배역을 하기 위해서 약간 더 노력을 기울였다. 4kg 을 더 뺐다. 졸업공연 연습을 하면서 내 체중은 2022년 7월, 인생 최고의 숫자를 기록한 이후에 14킬로그램이 줄어들었다. 그날이 2022년 12월 30일이었다.
그 날 가족들에게 알리고 공연하러 나갔다.
“나 드디어 14킬로그램 빠졌어.”
“잘했네. 노력하더니.”
공연에 온 지인들은 오랜만에 만나서 나의 모습을 보고 놀랐다고 했다. 그리고 한 마디 했다. “더 안 빼도 되겠어.”
지인들은 작은 배역인 나를 보러왔다기보단 작품이 좋아서 보러왔을 것이다. 사진에서 보듯 옆집 여자역, 공연 분장과 옷도 직접 준비해서 입는다.
페이지 대표 사진 설명: 2022년 8월 그 날의 체중계 기록은 없지만, 조카의 권유로 체중계에서 잰 70.8을 내 인생 최고치로 친다. 그 뒤로 저녁을 굶다시피하여 겨우 한달 동안 60후반에 왔다. 2022년 9월 초 그날부터 사진 기록을 날마다 하고 변화가 있을 때마다 찍었다. 2023년 1월에는 55.5
나를 아는 사람들은 나를 보면서 ‘반쪽이 됐다’고 한다. 내가 보기엔 현재 체중 조절한 결과는 적당한 몸이라 여겨진다. 마른 몸이 된 것도 아닌데 여기서 두배면, 정말 어땠다는 것일까. 상상이 안 간다. 나는 늘 나를 보아오기 때문에 큰 격차를 못 느끼기 때문이리라. 나를 객관적으로 보게 해주는 사진으로 before& after를 봐야 알 수 있을 것 같다. 그러나 다행스럽게도(!) 몸무게 최고치를 찍을 작년 여름 즈음, 사진을 찍으면 늘 불만족스러웠기 때문에 사진 찍는 것도 찍히는 것도 싫어하곤 했다. 혹은 누가 보내줘도 다운받지 않았다. 남는 것이 별로 없는 덕에 내 몸 전체가 다 나온 사진을 찾기란 어렵다. 그냥 전설 속에 내가 한때 그랬었다고, 말로만 그치게 된 좋은 사례가 된 것이다. 확인할 길 없는 옛 추억으로.
지금의 나, 동계스포츠인 스키 부츠를 신기에 적당해졌다. 12월 초 절기상 대설을 지나면서 눈이 내려 빙판길이 된 이후로는 기온이 영하로 떨어지면서 더 이상 따릉이를 타지 못하고 그냥 일상적으로 걷기만을 하고있다. 마침 작은 연극학교의 작은 배역을 맡았기에 체중을 유지하는데 머무르지 않고, 줄여나가기 위한 노력을 계속 했었다.
12월 동계스포츠 시즌이 시작되면서부터는 주말엔 당일치기로 스키를 타러 다녔다. 누군가가 그랬다.
‘재력이 뒷받침 되냐’고.
‘아니.’
다른 곳에 지출할 걸 아껴서 타는 것이다. 어찌보면, 스키를 타는 것도 작은 꿈을 실현시키기 위한 노력이다. 스키를 타는 것에 대한 의미는 다음 번 글쓰기의 주제로 풀어놓을 것이다.
활동을 하며 보낸 겨울 지나고, 봄이 되어 날이 풀리면 출퇴근길, 주말 동네에서 자전거를 타면 몸이 더 가벼워진 느낌을 받으려나? 출퇴근길을 가꾸는 노력은 날이 풀리는 봄부터 또 이어질 것이다.
이제는 균형잡힌 가벼운 몸에 다가섰으니 이 상태를 유지해나가면서 건강을 향한 노력도 꾸준히 할 것이다.
올해 건강검진을 받아야 하는 해가 되었다. 건강검진 체크리스트에 ‘일주일에 두세 번 땀을 흘리면서 30분 이상 운동하는가?’ 라는 말이 있었다. 항상 그 질문에 마뭇머뭇 거리다가 나의 지난 시간을 반성했었는데 올해는 망설이지 않고, 30분 이상,에 체크할 것을 생각하면 뿌듯하다.
건강한 삶을 건강한 몸을 유지해나가는 것은 중요하다. 지난 시간 코로나 이전부터 나이를 먹으면서 나잇살로 인한 체중 증가와 , 체중조절의 연속적인 실패로 인해 건강에 대한 반포기, 먹을 것을 대하는 욕구를 줄여나갈 생각보단 에너지 과잉 공급에 대한 생각없이 지내왔다. 그러다보니 건강한 삶에 대한 바람보다는 ‘되는대로, 먹고싶은 대로 다 먹고 살아도 뭐’하는 안이한 자세였다. 그러나 앞자리수가 바뀌는 급격한 체중증가가 현실로 확인해보니 놀라움과 두려움이 만저 앞섰고, 이내 건강 염려로 번졌다.
나의 라이프 스타일을 생각하며, 내 실패의 원인을 따져보며 체중 감소를 위한 계획을 짜면서 천천히 실천해나가자고 여겼다. 그러나 실제로 체중을 줄여가면서 몸의 변화가 마음의 변화를 가져옴을 생생하게 겪었다. (이전 연재 글들에 언급되었듯) 몸을 단련하는 보람을 느끼는 사람들에게 물어보고, 함께 하자고 하면서 내가 교류하는 사람들도 새롭게 연결되었다.
따로 건강 관리를 하지 않아도 건강했던 시절이 있었던 나는, 특히나 꾸준한 운동을 하지 않았다. 8년 전, 나이가 들어 체중감량을 위해서 처음으로 이를 악물고 매일 꾸준히 운동(파워워킹)을 열심히 했던 적이 있다. 그때 체중 감량이 성공하고 나서는 운동을 적당히 하다가 몸이 적당한 것 같아서 운동에 쓰던 그 두 시간여를 다른 곳에 썼다.
그러나 지금은 운동하는 그 시간이 내 삶에 중요함을 알았다. 운동은 체중감량을 위해서뿐만 아니라, 건강한 삶을 위한 알람시계다. 매일 맞춰놓고 해야하는 것. 주기적으로.
운동을 격렬하게 해서 빠른 변화를 위해 성과를 내는 것도 가능하지만, 천천히 조금씩, 근육을 키우면서 마음의 자세를 다듬는 것도 함께 이루어짐을 알았다.
몸의 변화가 오자, 마음의 변화도 시작되었고, 새롭게 만나는 사람들도 생겼으며 그로인한 유대감이 나를 운동에 더 집중할 수 있게 해주었다
건강한 삶을 위한 것들이 연결되어 있음을 안다면 운동은 단순히 내 체중을 가볍게 하기 위한 선택이 아니다. 나를 건강하게 이끄는 하루 세끼 식사와 같은 필수다.
2023.1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