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떻게 살아가는가
자전거로 종종 퇴근한 지 두달이 넘었다.
그 전에 쳇바퀴처럼 도는 삶. 집-직장-집-거실에서 맥주마시기. 이런 삶이 유지되었을까. 아니면?
따릉이 칭찬해
먼저 가장 먼저 나를 쳇바퀴 돌던 삶에서 나오게 한 따릉이. 칭찬한다.
따릉이를 여러차례 이용하다보니 가끔 상태가 최상인, 최신형이자 갓나온 듯한 따릉이를 두어번 만나기도 했다. 주행감이 좋아서 그 부드러운 페달링과 주행 승차감에 놀란다. 3단에 올려둬도 페달링이 부드럽다. 평범한(!) 따릉이 같으면 다리에 힘을 많이 주는 뻑뻑한 기어인데, 이 최신형은 힘이 그다지 들지 않는다. 따릉이 본래 모델은 꽤 좋은 자전거라는 입소문은 사실이었다. 이런 운을 만나면 자전거에서 내리기 싫을 정도였다. 그런 따릉이를 만나면 한번 더 타고 가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그래도 만나긴 쉽지 않다. 따릉이는 모두가 타는 자전거지만 점검도 잘 되어 있고, 고갯길도 제법 힘들이지 않고 넘을 수 있다. 그동안 단련된 나의 다리 힘 동력도 한몫 했겠지만! 이 가능성을 만든 따릉이 칭찬한다!
관찰력 키우기
내게 자전거 균형잡기가 가장 어려운 순간이 처음 안장에 앉아 페달을 밟고 출발할 때다. 그때마다 늘 긴장됐다. 평지에서는 수월하게 시작할 수 있지만, 한쪽 부분이 살짝 비탈지거나 앞에 횡단보도 바가 있어서 사이로 지나야 할 때, 그런 때는 긴장이 되서인지 비틀거린다. 그러다가 종종 넘어진다. 옆에 누구라도 서 있으면 창피한 느낌도 든다.
그래서 차라리 균형을 잡아놓고 타는 경우도 있다. 한쪽 페달에 발을 대고 자전거 핸들을 잡고 킥보드처럼 타다가 자전거가 균형을 잡은 순간 다른 쪽으로 다리를 척 넘기면서 탄다. 이러면 대개 안 넘어진다. 그렇지만 비행기 활주로처럼 일정거리 이상 자전거를 굴릴 공간이 마련되어 있어야 한다. 한번은 횡단보도 바 직전에서 하다가 넘어진 적 있다.
자전거가 출발할 때 휘청거림을 고민하다가 자전거 능숙하게 타는 사람들을 유심히 보았다. 공통적으로 보이는 모습으로 출발하몀 두 발을 땅에서 떼는 순간부터 균형이 잡혀 안정적이었다. 그들의 방식을 보며 실행하며 몇 차례 잘 안 되기도 했지만 그렇게 해본 결과 균형점이 제법 빨리 왔다. 관찰력을 키우며 주변 사람들의 방식을 습득하고 있다. 물론 영상을 참고하는 것도 도움이 된다.
자전거를 잘 타기 위해선 라이더들을 유심히 관찰하고 내 주변 사람들이자 라이더에게 물어보는 것이다. 거기에서 또 시작되는 것은 관계의 확장이었다.
유유상종
자전거를 타면서 무릎이 아파왔다. 주변에 자전거 출퇴근하는 분 몇명이 있어서 물어보았다. 그들은 정말 친절하게도 내 페달 높이와 자세에 대해 물어본다.
“페달이 가장 높이 올라왔을 때 적어도 엉덩이보다 낮아야해요. 안 그러면 무릎 못 견뎌.”
“저는 초보라 그런지 안장이 높으면 불안한데요.”
그랬더니 안장에서 앞쪽으로 내려와서 정지를 한다는 것이다. 그렇게 조언을 들은 뒤안장 높이의 점검, 멈출 때 동작 연습을 하였다.
그 뒤로 “요즘 자전거 잘 타고 있어?”
하는 물음에 “그럼요. 저번 주말엔 동네 00 갔다왔어요.”
“어 나는 두물머리 갔다왔어.”
“와 나도 갔으면 좋겠어요.”
하면서 시작된 자전거 추천코스. 그 설명 끝에는 다음 번에 같이 가기로 기약도 있었다.
자전거로 시작하니
함께하기 수월해져
약속은 했지만 날짜 정하지 않은 약속.
시간이 맞으면 언제라도 쓸 수 있는 약속이었지만 바쁜 나날들 속에서 함부로 날을 꺼내진 못했다.
전체 동료들과 건강 데이로 둘레길 걷기 행사가 있었다. 나는 안내된 행사 자료에서 그 둘레길까지 한강 자전거 도로 98% 임을 확인했다. 주최를 한 분께 자전거를 타고 가는 건 안 되냐고 문의했다. 그 분은 라이더였다. “물론 되죠!” 시간 안에 올 수 있으면 가능하다고 하였다. 자전거 진입 코스와 주차할 위치도 알려주셨다. “내가 행사 주최자만 아니었어도 자전거 타고 가는데!”라며 정말 아쉬워 하셨다.
나는 차 타고 둘레길 걷는 것은 빠졌다. 대신 몇명을 모아 자전거를 타고 가서 둘레길 걷기 마무리 전에 도착하기로 계획했다. 나의 짧은 라이딩 계획을 이야기하며 자전거를 평소 타고 다니시는 분들에게 같이 하자고 제안도 했다.
다섯이 함께 하기로 했다. 최종적으로는 타이어 펑크난 사람은 빠져서 넷이 됐지만… 그 중 둘은 따릉이. 중간에 한번 갱신하러 갔다도 와야 하는 번거로움도 기꺼이 하면서.
울긋불긋한 가로수들이, 한강의 단풍 내음이, 맑은 하늘을 눈앞에 두고 한강 자전거길을 따라 달리던 그 날, 감탄사를 연발했다. 따릉일 빌려서 처음으로 이 코스를 달려본 나와 동료분은 신이 나서 소리를 질렀다. 한강 바람의 상쾌함과 동료들과의 돈독함까지도 느꼈다면 과잉이 아니리라. 그날의 뿌듯함이 한동안 우리 대화 주제로도 한몫했다.
그날의 우리 자전거는 또다른 동료 라이더들을 불렀다.
“나한테 왜 안 물어봤어요!”라며 아쉬워했던 분도 두어 명 있었다.
“다음엔 전체에게 물어볼까요? 하하하.”
하며 웃었다. 자전거를 타고 뭔가 같이 하는 즐거움이 다음 번을 또 기약하게 만들었다.
“날 더 추워지기 전에 주말에 날 잡을까!”
두물머리 라이딩은
다음을 또 기약하는 만남이 되고.
지난 주말에 두물머리에 동료들과 함께 다녀왔다. 원래는 넷이었으나 한 명은 코로나에 갑자기 자가격리를 하여 가지 못하였다. 셋이서 다녀오면서 가장 초보인 나를 배려해주었다. 11월 중순이었는데도 날이 봄처럼 따사로웠다. 두꺼운 옷을 입었다가 점점 얇은 점퍼 하나만 남기고 배낭에 넣었다.
이렇게 좋은 날, 이 하늘을 함께 바라보았다. 여기가 주말 라이딩의 끝이었다. 땀을 꽤 흘린 뒤 앉아서 나눴던 이야기가 지금은 기억나지 않지만 처음으로 같이 한 이 라이딩풍경이 기억에 남는다.
함께 하기로 했으나 코로나로 자가격리하면서 치료를 받는 그분이 마음에 걸렸다. 라이딩을 할 수 있는 그분이 컴백하면 다음 라이딩을 기약하리라.
자전거를 타지 않았으면 이 모임이 없었을 동료들. 자전거 덕분에 이렇게 하나둘 새로운 관계를 맺으며 비슷한 활동을 하며 각자의 세계를 나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