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정희리 Dec 28. 2022

대망의 새해엔 대망하지 않기를

“여러분, 활기찬 대망의 새해가 밝았습니다!”


올해도 어김없이 새해가 시작되면 TV나 라디오에서 떠들어대겠지.

그럼 나는 속으로 한 마디 하겠지.

'그래서 뭐 어쩌라고?'


언제인지 기억도 안 나는 아득한 시절,

새해 자정을 알리는 보신각 종소리를 기다리는 이들과 함께 카운트다운을 세며 환호를 지르던 때가 내게도 있었어.  진행자의 말처럼 다사다난했던 한 해의 묵은 때를 모조리 벗고 새로운 내가 탄생될 거라는 착각 속에 새해를 맞이하곤 했지. 


정말 새로운 인간으로 재탄생하기 위해 신년 계획도 열심히 세웠던 것 같아. 

살 빼기, 영어 공부하기, 매일 운동하기, 책 많이 읽기, 금주...  

다행스럽게도 작심삼일의 늪에 빠져 허우적거릴 때쯤 우리의 설날이 다가와. 

진짜 새해력이 시작되는 거지!

그럼 또다시 난 다시 태어나기 위해 마음을 다잡곤 해. 

근데 정말 재밌는 건 뭔 줄 알아?

신년 계획이 매년 똑같다는 거야. 

수십 년간 다짐한 신년 계획이 어째서 매년 똑같은지 정말 미스터리가 아닐 수 없어. 

하지만 더 아이러니한 건 다가올 이번 새해에도 난 똑같은 신년 계획을 세우고 있을 거란 사실. 

너무 끔찍하지 않아?

신년 계획이 무슨 뫼비우스의 띠도 아니고. 


그래서 올해는 신년 계획을 세우지 않겠다고 신년 계획을 세우는 중이야.

뭘 자꾸 하려고 하면 오히려 더 안 되더라고.

억지로 노력하지 않고, 그저 주어진 삶에 최선을 다하며 행복하게 살아갈까 해.


행복이란 뭘까? 

인생을 살아가면서 늘 마주하게 되는 질문이지만,

지금 불행하지 않으면 그게 행복이라는 법륜스님의 말씀처럼 큰 욕심부리지 않고 소소한 행복에 감사하는 내가 되었으면 해.

그러니까 올해는 활기찬 대망이 밝았다는 말에 감정 소비하지 말고 조신하게 보내자.

다만 한 가지 바람이 있다면,


대망(待望)의 한 해가 시작되는 것까지는 바라지도 않아.

그저 대망(大亡)의 한 해가 되지 않기만을 바랄 뿐.



매거진의 이전글 난 내가 화려한 꽃인 줄 알았어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