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가 된다는건나를 잃는걸까?

선영의 나와 엄마가된 나를 조율해볼 생각이다.

by 선영

아이둘을 낳고 아이 머리를 말려주면서 문득 거울에 비친 내 모습이 낯설었다. 머리는 대충 묶어 흐트러져있고, 라운드 목이 좀 늘어져 있는 옷에, 퀭한 눈으로 서있는 내모습을 봤다. 문득 엄마가 우리삼남매를 키울때 속으로 했던 다짐이 생각났다. '난 엄마처럼 엄마가됐다고 스스로를 돌보지않는 엄마는 되지말자.' 라고 다짐했었는데..그 다짐을 했던 나는 없었다. 나도 똑같이 엄마의 모습이 되어있었다. 어쩌면 엄마가 되는 순간, 나 보다는 우선순위가 먼저인것들이 많아지는것 같다. 우리엄마도 그랬을까..그래서 지금의 내 모습도 엄마모습인걸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뱃살이 늘어져 자꾸 내 자존감을 떨어뜨리고, 피부도 탄력을 잃고 축 늘어져 원래 내모습보다 훨씬 나이가 들어보인다. 어떤옷을 입어도 내가 아니라 다른사람이 서있는것처럼 느껴진다. 어쩌면 아이를 낳아서가 아니라, 그만큼 내가 나이를 먹고 나를 돌보지 않아서 일지도 모르는데..이제 아이를 낳기전의 내모습을 생각하면, 한없이 초라한 나를 만날것이다. 그때로 돌아갈 수 없다. 이제 인정해야할것같다. 그냥 30대의 선영에서 40대 두아이의 엄마된 선영을..그래야 내 자존감을 회복할 수 있고, 좀 더 나은 선영이 될 수 있을것 같다. 나 혼자만을 생각할 수 있었던 순간들도 좋지만, 지금의 내 아이들과 남편과 가족들과 지내는 시간들도 충분히 좋다, 그속에 잠시 작아진 나를 발견하고 마음이 속상했던것 뿐, 다시 작아진 나를 다독이고 아껴주다보면 내 우선순위의 아이들과 남편만큼의 순위로 오를 수 있을것 같다. 내가 나를 좀 더 아끼기로해다.


'내가 나를 잃은것이 아니라, 잠시 미뤄뒀던것 뿐이라고 생각하자. '


자꾸 엄마가되고 난 나를 잃었다고만 생각했는데, 엄마가된 나는 좀 더 강해져있었다는걸 깨달았다.

첫아이가 100일 무렵일때, 신랑은 경차를 사줬다. 복직할때 출퇴근용으로도 이용하고, 내가 아이를 데리고 병원에 다닐때에도 불편한점들이 많았어서..차를 사줬었다. 그런데 면허는 있었지만, 운전을 거의 안했어서 너무 겁이 났었다. 아이를 낳기 전에 연습했을때는 나는 운전 못하겠다. 라는 결론으로 운전을 안했었다. 아니 못했었다. 그런데, 아이를 데리고 다닐 곳이 많고 이동이 수월하겠단 생각이 들면서 운전이 하고싶어졌다. 물론 병원을 가는일에만 쓸 용도는 아이었기에, 아이에게 많은 것들을 보여주고 경험시켜 줄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더 용기를 낼 수 있었다.

아이를 태우고 집앞에 주유소까지, 마트까지만, 짧은 목적지를 두고 연습을 했었다. 신랑이 옆에 타서 조언도 해주고 용기도 북돋아줬다.

신랑의 할 수 있다는 말이 얼마나 힘이 됐는지 모른다.(그러고 보니, 신랑이 옆에서 많은 힘이되고 있네..^^;;) 나는 늘 말한다. 우리 서준이 덕분에 운전 할 수 있게 되었다고..아니면 난 못했을 거라고..정말 못했을것이다. 내 동생들은 진작에 운전을 했지만, 난 결혼 하고 신랑의 권유로 면허를 땄고, 아들덕분에 운전을 하고싶어졌고, 잘하게 되었다. 또한번 나의 성장이다. 이렇게 내가 엄마가 된 후 더 잘할 수 있게된 부분을 찾아보기로 했다.


나를 잃었다고만 생각하지말자. 나 에서 엄마로 성장했다고 생각하자. 나와 엄마가된 나 를 조율해보기로 했다.


엄마의 역할을 해야하는 시간과 나로 돌아 갈 수 있는 시간을 분배해보자. 이제 작은아들까지 어린이집에 등원하니까 더 수월해졌다.

오전에 아이들의 등원을 준비해야하고, 아이들이 등원후 1시간 정도는 정리하고 엄마의 역할을 수행하는걸로 하고, 그 뒤의 2~3시간 정도는 나를 위한 시간으로 쓰기로 했다. 쓰고싶던 글을 쓰고, 읽고 싶은 책도 못해도 2~3페이지는 읽고,(집중력을 잃어서 연습이 필요하다.) 듣고싶은 음악도 마음껏 듣고, 내 모습도 형편없던 모습보다 좀더 단정하게 관리해보기로 했다. 나를 위한 시간을 만들어보기로 한것이다. 그리고 아이들이 돌아오기전 1~2시간은 다시 엄마의 역할로 돌아갈 준비를 하는것으로 했다.

경제적으로 여우로운건 아니지만, 일단 나를 먼저 찾으면 자존감이 채워지고 나를 좀 돌아보고 내가 할 수 있는 일도 찾을 수 있을것 같다. 어차피 아직 애들이 어려서 직장생활은 어렵고..(첫아이 키우면서 맞벌이였는데 너무 힘들었고, 오히려 돈을 더 못모았었다.) 그래서, 중간중간 부업 알바를 하는중이다. 할 수 있을떄, 하고싶을때 나한테 주어진 기회와 시간을 알차게 쓰고 싶어졌다. 이러면 이렇게 해야지..저러면 저렇게 해야지..하다가 마흔하나가 되었다. 그래서 난 지금 하고 싶으면 하고, 할 수 있으면 하려고 마음먹었다. 그래서 이렇게 글을 쓸 수 있는건지도 모른다.


엄마가 되었다고 날 잃은게 아니라, 잠시 작아진 나를 돌보지 못했을뿐이다. 아니, 순위가 잠시 아이에가려 뒤로 밀려났을뿐 난 나로 그저 기다리고 있었다. 그래서 때가 왔을때 나를 발견하고 나를 위한 시간들도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앞으로는 엄마의 역할과 나, 선영으로 보낼 시간들을 잘 조율해볼 예정이다. 저번주에는 일정들이 좀 많아서 연재를 못했다. 이런날도 있고, 어느 하나에 얽메이지않고 최선을 다할 예정이다.

이전 01화나의틈을 발견한 순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