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녁시간엔 늘 맥주와 함께한다”
그냥 기록된 일상
평일 퇴근 후, 저녁은 최대한 집에서 먹으려고 노력한다. 집에서 저녁을 먹으면 대부분은 맥주와 함께다. 아내와 하루에 있었던 일을 하나하나 이야기한다. 맛있는 저녁, 시원한 맥주, 아내와의 이야기 이 세 가지면 하루의 피로가 풀리는 기분이다. 시원한 냉장고에 차디 찬 맥주를 꺼내 맥주잔에 따른다. 거품과 함께 청량한 소리를 내며 맥주잔에 담긴다. 수저를 들기 전, '짠'하고 시원한 한 모금을 하면 목부터 가슴까지 시원함이 담긴다. 사실 평소에 술 자체를 선호하지는 않는다. 하지만 술잔에 담긴 술과 짠하고 술잔이 부딪치는 소리가 좋고, 약간 풀어지는 긴장감으로 인한 편안함이 좋다. 그래서 난 늘 아내와 함께하는 저녁 식사 시간에 맥주 한 캔을 찾는다.
맛있는 음식 사이, 콸콸콸 따라지는 맥주를 보면 매우 청량하다. 맥주 따르는 것을 보는 것만으로도 속을 시원하게 해주는 매력이 있다. 사실 마시는 행위보다는 시각적인 즐거움이 더 큰 음식일지도 모른다. 일상적인 하루를 보내다 보면 살아내는 것 자체가 대단하다는 말이 있듯이 참 고되다. 출근길 꽉 차 있는 지하철의 사소한 스트레스부터, 하루동안 겪는 수많은 갈등까지. 나와 맞지 않는 또는 내 생각과는 다르게 굴러가는 하루를 보내며 하루는 탄탄하게 힘이 든다.
맥주를 따를 때는 잔을 기울여서 따른다. 맥주를 기울여서 따라야 적당한 거품이 생겨 맛있게 맥주를 즐길 수 있기 때문이다. 그렇지 않으면 원치 않는 맥주거품이 많이 생기니까 말이다. 우리의 고된 하루도 똑같지 않나? 조금만 내가 마음을 기울여서 일상들을 받아낸다면 하루가 거품 없이 이쁜 잔에 담긴 맥주처럼 청량할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오늘도 곧은 나의 생각을 강조하며 하루를 살아낸다.
나에게 맥주는 역시 콸콸콸 따라야
제 맛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