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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재훈 Jul 23. 2024

유퀴즈 작가님, 여기 좀 봐주세요!

맹꽁이도서관 관장님 좀 세상에 알려주세요

짝꿍은 책을 참 좋아한다. 책을 좋아하니 책방도, 도서관도 좋아한다. 이러한 이유로 한달살기를 시작하면 주변에 책방과 도서관을 검색해 보고 시간이 날 때마다 찾아다니고 있다. 서산에서의 한달살기도 마찬가지. 서산에 도착하기도 전에 이미 주변의 도서관과 책방을 모두 체크했고, 지금은 하나씩 방문하며 도장 깨기를 하고 있다. 그러던 중 한 번은 이름부터가 범상치 않은 곳에 들르게 됐다. 


'맹꽁이도서관'


이름도 특이한데 위치도 범상치 않았다. 지금 머무는 곳에서 거리는 멀지 않지만 산 길 중턱에 있고, 주변에 집이나 상가라곤 찾아볼 수가 없어 근처까지 가는 대중교통도 없었다. 7월 중순, 푹푹 찌는 더위에 언제라도 비가 쏟아질 것 같은 날씨라 별 수 없이 택시를 타고 가기로 결정했다. 그렇게 택시를 타고 7~8분쯤 지났을까, 택시 기사님도 초행길이라 약간 헤매시는 듯 보였고, "으잉? 이 길이 맞나? 길이 나있긴 한 건가?"라는 의심을 품으며 서서히 산길로 진입했다. 


우여곡절 끝에 도착한 맹꽁이도서관. 도착해 보니 도서관만 운영하는 것은 아니었다. 초입에는 '동물나라'라는 표지판이 우릴 먼저 반겨주었다. 그 이름이 무색하지 않게 한쪽에서는 약 10마리의 오리 무리가 꽥꽥하며 돌아다녔고, 반대편에서는 염소 모녀가 메에에에 하며 우리를 맞아 주었다. 오리와 염소 사이에는 '식물농장'이라는 표지판과 함께 '열매반 농장'이라는 팻말이 놓여 있다. 열매반이 잘 가꾸었는지 작물들도 아기자기하게 잘 자라고 있었다. 


열매반 아이들이 작물들을 가꾸었을 모습을 상상하며 조금 더 들어가자 드디어 맹꽁이도서관으로 추측되는 건물을 발견했다. 입구부터 심상치 않은 곳이었기에 두근 되는 마음으로 입장했지만, 도서관 내부는 운영이 되고 있는 게 맞나 싶을 정도로 고요했다. 내부를 두리번거리던 어디선가 무언가 쓱싹쓱싹 거리는 소리가 들려 그쪽으로 고개를 돌려보니, 누군가가 나무판에 작업을 하고 있는 모습이 보였다. 누구지? 싶은 찰나, 우리에게 먼저 말을 걸어주셨다. 


"어떻게 오셨어요?"

"(택시 타고 왔어요라고 말하고 싶은 마음을 꾹 참고) 아.. 그냥 도서관 구경하러 왔어요!"

"처음 보는 것 같은데, 어디서 오셨데?"

"저희 서울에서 왔어요ㅎㅎ"

"엥? 서울에서 여기까지 무슨 일로 오셨데? 재밌는 분들이시네?"


한참 동안 대화를 나눈 다음에야 알게 됐지만, 우리에게 말을 걸어주신 분은 다름 아닌 맹꽁이도서관의 관장님이셨다. 우리가 서울에서 왔다고 하자, 잠시 어디론가 잠시 사라지시더니 이번에는 또 다른 분을 모셔오셨다. 그러더니 대뜸 명예관장님이라고 소개를 해주시는 게 아닌가. 이어지는 멘트는 더욱 황당했다. 


"이분이 여기 전 시장님이셨어요. 한달살기 하면서 궁금한 거 있으면 다 물어보셔."

"?? .. 네 ???"


황당함의 연속이다. 갑자기 전 시장님이라니? 놀랄 틈도 없이 맹정호 전 서산시장님의 서산 자랑이 시작됐다. 하루 코스를 돌려면 어디를 갔다가 어디를 가면 좋고, 중간에 뭘 먹으면 좋고, 낙조 때는 어디가 이쁘니 어디를 가보시라. 거기 가는 중간에는 누구랑 가면 좋은 곳이 있으니 참고해라 등.. 하나하나 설명해 주실 때마다 마냥 즐거우신 듯 환하게 웃으시는 모습을 보고 있으니 서산에 참 애정이 많으신 분이다라는 생각이 절로 들었다. 소개가 끝날 즈음에는 갑자기 이런 말을 남기셨다.


"관장님이 참 대단하신 분이에요. 이 도서관을 손수 다 만드셨어요. 지금이야 시에서 지원도 조금 해드리곤 하지만, 그전에는 지원 없이 혼자서 막노동하시며 버신 돈으로 도서관을 만드셨어요. 지금도 막노동하고 있을 시간인데, 오늘 마침 비가 와서 못 나가시는 바람에 운 좋게 만나셨네요."


손수 지으셨다는 말을 듣고 도서관을 다시 한번 천천히 쭉 둘러보았다. 규모나 구조, 인테리어 등 전문가가 만들었다고 보기에 전혀 손색이 없는 곳이었다. 와 이걸 혼자서 만들려면 얼마나 힘들고 오래 걸리셨을까? 가늠도 안 됐다. 그렇게 관장님에 대한 칭찬이 계속 이어지자, 관장님은 부끄러우셨는지 대뜸 농담 한마디를 던지신다. 


"시장님이 이번에 낙선하셔서 적적하실까 봐 내가 여기 나와서 에어컨이나 틀어주라고 자리 하나 드렸어요"

"맞아요. 허허. 집에 있으면 적적하니까 여기 나와서 글도 쓰고 그러려고요. 허허"

"??.. 아.. 넵..ㅎㅎㅎ??"


두 분 모두 장난기도 많으셨지만, 기본적으로 선한 미소를 가지고 계신 분들이셨다. 동시에 서울에서 왔다는 우리를 보곤 흥미로운 시선을 한동안 거두지 못하셨다. 그래도 도서관에 온 본분을 다하기 위해 짧은 대화를 뒤로 하고 본격적으로 도서관을 구경하고 책을 읽기 시작했다. 특히 이곳은 도서관 내부도 내부지만 외부도 워낙 잘 꾸며져 있어서 나는 도서관 주변 산책하는 것을 선택했다. 푸릇푸릇한 풍경을 보면서 감탄하고 있을 때쯤, 관장님이 의자 두 개를 가지고 나오시더니 그중 한자리에 앉으셨다. 그 모습을 보고 나도 자연스럽게 옆자리 앉아 두런두런 이야기를 시작했다. 그리곤 궁금했던 점들을 하나씩 여쭤보았다.


"왜 이름을 맹꽁이라고 지으셨어요?"

"원래 아이들 교육에 관심이 많았어요. 그러다가 한 번은 맹꽁이서당이라는 책을 봤는데, 거기에 서장님 별명이 맹꽁이라는 거예요. 왜 그런지 알아요? 서장님이 맨날 '맹자왈.. 공자왈..' 하면서 이야기를 하니까 애들이 그걸 보고 맹꽁이라고 부르기 시작했데요. 재밌지 않아요? 그냥 그거 보고 지었어요."


"이렇게 이쁘게 잘 지어놓고, 왜 무료로 개방하시는 거예요? 그래도 수익이 좀 있어야 더 오래 하실 수 있는 거 아니에요? (참고로 카페도 운영하고 계시는데 우리에게 음료도 무료로 주신 참이었다)"

"그냥 누구든 아무 때나 와서 책도 보고 편하게 쉬고 갔으면 좋겠어요. 그냥 그 모습을 보고 있는 게 좋아서 그렇게 하고 있어요. 지금도 저기 위에 지금 글램핑처럼 구조물 만들고 있는데, 저기는 가족 단위로 와서 잠도 자고 책도 보고 산책도 하게끔 만들려고요. 아휴.. 근데 저거 언제 다 만드나.. 쩝.."


이야기를 나눠 보니 관장님은 20대 후반의 아들을 두고 있는 아빠이자, 한 아내의 남편이셨다. 그러나 평일에는 일용직으로 돈을 버시느라 바쁘고, 남은 시간에는 도서관을 관리하시느라 정작 자신은 주말 부부라고 하신다. 그렇다고 가족 간의 사이가 나쁜 것도 아니고 가족들을 애정하시는 것이 말씀마다 묻어나신다. 남의 가족을 위해서 도서관을 만드는데 자신은 가족과 오래 못 지낸다니. 참 아이러니다. 동시에 참 존경스러운 분이다.


"이 주변에 있는 나무들은 다 손바닥만 한 묘목들 가져다가 심은 거예요. 시간 날 때마다 하나씩, 하나씩 심어서 벌써 저렇게 컸어요. 건물 같은 거야 지을 때 조금 도움을 받았지만, 도서관 이곳저곳 다 혼자 만들려니 시간이 참 오래 걸렸어요. 등 하나만 하더라도 책 보기에 밝기는 어느 정도가 좋은지 일일이 체크하고, 높이는 어느 정도가 좋은지 올렸다 내렸다 하느라고 한참 고생했네"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시간이 금세 훌쩍 지나갔고, 슬슬 배가 고파질 참이었다.   


"출출하지 않아요? 두유나 과자 같은 거 드릴까?"

"아니에요! 괜찮아요. 아까 음료도 공짜로 주셨잖아요! 집에 가서 먹으면 돼요ㅎㅎ"

"이거 나도 공짜로 받은 거예요. 근데 누가 주고 간지는 모르겠단 말이지. 나 없을 때 누가 먹으라고 주고 갔데. 누가 공짜로 줬으니 나도 공짜로 줘야지."


그렇게 또 한참 이야기를 나누던 중 한 아이와 함께 어머니가 찾아오셨다. 관장님도 낯이 익은 아이인 듯 보였다. 


"포클레인 가지고 놀려고 왔어요!"

"엥. 이거 어떡하나. 포클레인 누가 가져가 버렸는데. 대신 다른 거 있으니까 다른 거 가지고 놀아"


장난기가 많은 분이셔서 나는 관장님이 아이를 놀리려고 일부러 그러는 줄 알았는데, 진짜로 아이가 가지고 놀았던 장난감은 없었다. 다른 아이가 가지고 놀다가 가져갔다는 것이다. 그제야 맹꽁이도서관의 의미를 아주 조금 깨달았다. 맹꽁이도서관은 관장님의 공간이 아니라 찾는 이들의 공간이구나라는 것을 말이다. 


도서관 자체는 관장님과 관장님의 아버지가 함께 일구셨으나, 운영은 도서관을 찾는 모든 이들이 함께 한다. 책도 기증을 받아 운영하고, 찾는 이들은 이용료 대신 과자나 두유처럼 먹을 것을 놓고 간다. 아이들이 많이 찾아오는 곳이다 보니 장난감을 가져오기도, 가져가기도 한다. 아마도 관장님이 도서관을 무료로 운영할 수 있었던 데에는 관장님의 마음을 공감해 주시고 동참해 주시는 분들이 자연스럽게 모였기 때문이리라.  


"책 대여하려면 어떻게 해요?"

"저기 문 앞에 장부 있는데, 거기에 이름하고 책 제목 적어 놓고 가면 돼요"


책을 대여하는 과정도 참 인간미가 넘친다. 회원가입이나 바코드 같은 것은 사치다. 누군가에게 허락을 받는 것도 아니고 그냥 자율적으로 장부에 이름을 적어서 대여하고 2주 안에 반납하면 된다. 반납하지 않으면 어떡하나라는 걱정도 없으신 듯하다. 아마 반납하지 않으면 그건 그런대로 이유가 있었겠거니 하고 생각하실 듯하다. 


아니다. 책을 돌려받지 못해 걱정되는 것보다 오히려 책을 반납하지 않은 것 때문에 마음을 쓰고 있을 그 사람을 걱정하실 분이다. 




이외에도 참 많은 이야기를 나눴지만, 일단은 이 정도로만 적어보려고 한다. 다음 이야기는 유퀴즈를 통해 들어보셨으면 하는 마음에서이다. 그런 의미로 이 이야기가 유퀴즈 작가님에게 닿길 바라며, 작가님에게 한 말씀 올리고 마치려고 한다.


유퀴즈 작가님, 안녕하세요! 저는 유퀴즈를 애정하는 자기님 중 한 명입니다. 혹시 매주 어떤 분들을 섭외하실까 고민이 많으신가요? 그렇다면 오늘 글의 주인공인 맹꽁이도서관 안세영 관장님을 추천합니다!

내용을 보셨으면 아시겠지만, 안세영 관장님은 다방면에서 선한 영향력을 보여주고 계신 분입니다. 오늘 적은 이야기 말고도 좋은 일들을 참 많이 하고 계시는데요. 직접 만나서 이야기를 나눠보시면 꼭 섭외해야겠다고 생각하실거에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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