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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심심 Jul 30. 2024

8. 고통을 지나치게 견디면 일어나는 일

스트레스의 누적

여러분이 만약 또래에 비해 높은 고통과잉감내 경향을 가진 것으로 나타났다면, 그 영향을 구체적으로 파악하는 것이 좋습니다. 고통과잉감내로 인한 첫 번째 부정적 영향은 스트레스의 누적입니다. 



스트레스가 누적된다는 말은 비유적 표현이지만, 실제로 장기적 스트레스의 영향은 몸에 중요한 변화를 일으킵니다. 이 과정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스트레스 과정에서 우리 몸에 일어나는 변화를 구체적으로 알아야 합니다.

 

우리 몸의 스트레스 반응은 두 개의 시스템에 의해 작동합니다. 하나는 자율신경계(특히 교감신경계)이고, 다른 하나는 시상하부와 뇌하수체, 부신으로 구성된 HPA축(hypothalamic-pituitary-adrenal axis)입니다. 


왜 복잡하게 두 시스템이 있어야 하는지는 우리가 경험하는 스트레스의 양상을 보면 알 수 있습니다. 같은 반에 소속된 잠재적 공격자들로부터 스스로를 보호해야 할 위기에 놓인 선량한 학생이 있다고 가정해 봅시다.


등교 중인 선량한 학생


어느 날 등교를 했는데 잠재적 공격자들의 눈빛이 심상치 않습니다. 역시나 이들은 자리에서 갑자기 일어서더니 무언가를 집어서 던지려는 듯한 자세를 취합니다. 자 이때 선량한 학생의 몸은 아주 재빠르게 상황에 대응해야 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신체적 피해를 입을 수 있으니까요. 이렇게 우리가 충분히 의식하지 못하는 짧은 순간에 적절히 대응하도록 도와주는 스트레스 시스템이 바로 <자율신경계>입니다. 


이것만 필요한 것이 아니겠지요. 우리는 항상 다음을 준비해야 합니다. 위험은 또 다른 위험을 부르는 경향이 있으니까요. 이에 대비하기 위해 좀 더 총체적인 준비태세에 들어가야 합니다. 이 과정을 담당하는 것이 <HPA 축>입니다. 


HPA축은 코티솔(cortisol)이라는 호르몬을 분비하는데, 이 호르몬은 면역시스템을 약화시키고 혈당을 높이며, 탄수화물, 단백질, 지방의 대사를 높입니다. 이는 스트레스에 대항하기 위해 필요한 에너지를 보급하는 데 기여하지요. 아주 중요한 기능입니다. 이 기능이 원활히 작동해야 우리의 선량한 학생은 다음 위협에 잘 대응할 수 있습니다. 


스트레스 반응에 관여하는 두 가지 시스템(빠른 트랙 vs. 느린 트랙)



문제는 스트레스 반응 시스템이 과도하게 오래 작동할 때 일어납니다. 스트레스 연구 영역에서는 이러한 상태를 만성적 스트레스(chronic stress) 상태라고 부르지요. 이러한 상태가 되면 스트레스에 대응하기 위한 시스템이 너무 오랫동안 작동함에 따른 부작용을 겪게 됩니다. 


유능한 장교는 병사들에게 꼭 휴식을 취하도록 합니다. 영양분을 충분히 섭취하고, 수면을 취하면서 몸을 회복하도록 하지요. 그렇지 않으면 병사들의 몸이 버티지 못하게 되고, 결국 싸워야 할 때 제 기능을 발휘하지 못합니다. 


우리의 몸도 이와 같습니다. 스트레스 상태가 너무 오래 유지되면 몸의 피로가 누적되면서 전반적 기능이 저하되고 질병에 취약해지는 것이지요. 실제로 만성적 스트레스를 경험하는 사람은 내과 질환이나 감염에 취약해지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만성적 스트레스는 우리의 뇌가 다양한 정보를 통합해서 적응적으로 반응하는 데에도 지장을 줍니다. 스트레스 반응 시스템은 매우 기능적이지만 부작용도 있기 때문에 섬세하게 조절을 해 주어야 합니다. 잠재적 공격자가 나에게 물건을 던지려는 줄 알고 스트레스 시스템을 켰는데, 자세히 보니 간식을 주려던 것이었다면 시스템 활성화를 곧바로 억제해야겠지요. 



뇌의 다양한 영역이 여기에 관여하지만, 특히 전전두엽(prefrontal cortex) 일부와 해마(hippocampus), 시상(thalamus) 등이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이들은 뇌의 여러 영역에서 오는 정보들을 통합해서 스트레스 시스템을 억제하는 데 기여하지요. 일반적인 스트레스 상황이라면 이 영역들이 적절히 작동해서 자율신경계와 HPA축의 과잉 활성화를 막을 겁니다. 


안타깝게도 스트레스가 만성화되면 전전두엽과 해마의 억제 기능이 약화됩니다. 전전두엽이나 해마와 상호작용하면서 위협을 지각하고 경고를 울리는 편도체의 활성화 수준은 더 높아지고요. 자율신경계와 HPA 축의 활성화 수준도 그에 따라 높아집니다. 그 결과 스트레스 자극에 더 민감하게 반응하게 되고, 스트레스 반응도 더 오래 지속되는 것이지요. 악순환입니다.


정리하면, 고통을 지나치게 오래 견뎌 스트레스 상태가 지속될 경우 회복과 관련된 기능이 억제되어 신체의 균형이 무너집니다. 또한 스트레스 시스템이 조절하는 뇌 부위의 기능이 약화되어 스트레스 반응이 더 빈번하게 나타나고, 오래 지속됩니다. 그 결과 전반적인 신체기능이 망가집니다. 잔병치레가 잦아지고 염증도 빈번해지며, 식사활동이나 수면활동 등에도 문제가 생기는 것이지요. 


이러한 변화가 처음에는 대수롭지 않게 여겨지겠지만 누적될수록 그 영향은 치명적입니다. 몸과 마음의 심각한 병은 이렇게 작은 변화에서 시작되는 경우가 많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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