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통을 지나치게 견디는 것은 고통을 전혀 견디지 못하는 것만큼이나 해로울 수 있습니다. 이번 시간에는 고통을 과도하게 견디는 경향이 있는지를 확인하는 방법을 알아보겠습니다.
고통감내력과 마찬가지로 고통과잉감내 또한 도구를 이용해 측정할 수 있습니다. 물질사용장애 환자에 대한 고통감내력 프로그램 연구로도 유명한 미국 사우스플로리다 대학 교수 마리나 보르노발로바 연구팀은 고통과잉감내(distress overtolerance)를 측정할 수 있는 도구를 개발하기도 했습니다.
해당 도구는 연구용으로 개발된 것이기 때문에 여기에서는 간단히 축약한 방법을 이용해 측정을 해 보도록 하겠습니다. 아래의 문항에 동의하는 정도를 1점(전혀 아니다), 2점(거의 아니다), 3점(별로 아니다), 4점(조금 그렇다), 5점(거의 그렇다), 6점(완전히 그렇다) 사이에서 평정해 보기 바랍니다.
1. 스트레스가 극심한 상황에서도 쉽게 포기하지 않기 때문에 여러 부정적인 결과가 나에게 발생한다.
2. 힘든 과제 때문에 심한 부정적 감정을 느낄 때에도 그것을 계속하지 않으면 다른 사람들이 나를 나약하다고 생각할 것이라는 압박을 느낀다.
3. 나는 (어떤 일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더라도 그 일이 나의 건강과 행복에 주는 부정적인 영향보다 그것을 끝내는 데 더욱 신경을 쓴다.
4. 나는 다른 사람들보다 더 많이 스스로를 몰아붙인다.
5. 스트레스를 받는다고 과제를 끝까지 마치지 않는 것은 용납할 수 없다.
다섯 문항에 모두 답했다면, 점수를 모두 더한 뒤 5로 나누면 됩니다.
간단히 측정한 것이라 정확한 해석을 내릴 수는 없지만, 국내 대학생 집단의 경우 대략 2점(거의 아니다)에서 3점(별로 아니다) 사이의 값을 나타낸다고 합니다.
나이가 들면 조금 더 점수가 높아집니다. 사회생활이 그만큼 힘들고, 포기하기도 어렵기 때문이겠지요. 미국 성인은 3점(별로 아니다)에서 4점(조금 그렇다) 사이의 값을 나타냅니다.
정리하면, 어릴수록 고통과잉감내 수준은 낮을 가능성이 높고, 성인의 경우에도 대략 '별로 아니다'에서 '조금 그렇다' 사이의 값을 갖는다고 볼 수 있습니다.
독자분께서 30대 이상의 성인이라면 대략 3점에서 4점 사이의 값을 가질 때 평균 정도에 해당한다고 볼 수 있습니다. 만일 5점에서 6점 정도의 값을 얻었다면, 고통과잉감내 수준이 높다고 해석할 수 있습니다.
고통과잉감내의 부정적 영향에 대해서는 알려진 내용이 많지 않습니다. 하지만 기존의 스트레스 관련 연구들을 이용해서 추론해 보면 대략 세 가지 정도의 문제점을 파악할 수 있습니다.
첫째, 스트레스의 부정적 효과가 지나치게 누적될 수 있습니다. 스트레스 반응은 기본적으로 적응에 도움이 되지만, 지나치게 오래 지속될 경우 다양한 기능 손상을 초래할 수 있습니다.
둘째, 감정을 적절히 느끼지 못할 수 있습니다. 고통을 지나치게 견디는 사람들에게서 공통적으로 발견되는 현상은 정서적 마비(emotional numbness)입니다. 마치 감정 기능이 망가진 사람처럼 상황에 맞게 감정을 경험하지 못하는 것입니다. 간단히 말해, 슬퍼야 할 때 슬픔을 못 느끼고, 즐거워야 할 때 즐거움을 못 느끼는 것이지요.
셋째, 스스로를 인간답다고 느끼는 데 어려움을 겪을 수 있습니다. 우리는 모두 '인간다움'의 감각을 가지고 있습니다. '사람답게 살고 있다'는 감각 같은 것이지요. 고통을 과도하게 견디는 사람들은 이 감각이 점점 무너지는 경향이 있습니다.
각각의 내용은 모두 중요하고 내용 또한 깊이가 있습니다. 다음 시간부터 각 항목을 하나씩 꼼꼼하게 살펴보기로 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