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 실패가 습관에 미치는 영향

한 번이라도 실패하면 말짱 도루묵일까

습관을 바꾸는 것은 어려운 일입니다. 더욱이 고통과 같은 정서적 경험과 연결된 습관은 쉽게 변하지 않습니다. 이미 회피하는 습관이 강하게 자리 잡은 상태라면, 고통을 견디는 행동에 실패할 가능성도 높습니다. 실패는 좌절감을 유발합니다. 희망을 갉아먹고 무력감마저 들게 하지요. 그동안의 노력이 무용지물이 된 것 같은 느낌도 들 겁니다. 그럴 수 있습니다. 

고통을 견디며 글을 쓰다 포기하면 실패감이 몰려옵니다.

안타까운 점은 많은 사람들이 실패의 영향을 과대평가한다는 데 있습니다. 이전의 습관을 새로운 습관으로 바꾸려 할 때 실패는 자연스러운 현상입니다. 우리의 뇌가 그렇게 만들어져 있지요. 예전으로 돌아가려는 힘은 그만큼 강력합니다. 그러니 ‘올 것이 왔구나’ 하고 받아들이면 됩니다. 

실패하면 모두 허사가 되는 것 아니냐고요? 습관을 만들 때 일정한 반복이 중요하다고 했는데, 중간에 실패가 끼어들면 모두 망가지는 것이 아니냐고요? 그렇게 생각할 수 있습니다. 사실 많은 사람이 그렇게 생각합니다. 하지만 관련 연구들은 이와는 반대되는 이야기를 전합니다. 

습관 연구자 필리파 랠리 박사

습관 연구자 필리파 랠리와 동료들은 습관이 형성될 때 실패가 얼마나 큰 영향을 미치는지에 대해서도 분석을 해 보았습니다. 이들은 목표행동 수행을 빼먹은 전날과 다음날의 습관형성 정도를 비교해 보았지요. 그 결과 습관형성 정도가 매우 작은 수준만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뿐만 아니라 빼먹은 다음날 다시 목표행동을 수행하면 습관형성 정도가 다시 상승하는 것으로 확인되었지요. 

실패가 습관형성에 부정적 영향을 미치는 것은 사실이지만, 한 번의 실패가 미치는 영향은 미미한 것입니다. 실패에 큰 의미를 두지 않고 덤덤하게 다시 행동을 수행하면 습관형성은 얼마든지 본래의 경로를 회복할 수 있는 것이지요. 

띄엄띄엄 있는 소수의 실패는 습관형성에 큰 영향이 없습니다. 이와 관련해서 랠리와 동료들은 습관형성에 필요한 행동 수행의 일관성(consistency)이 반드시 엄격한 반복(rigid repetition)을 의미하지는 않는다고 정리했지요. 

그렇습니다. 어쩌다 실패를 했더라도 다시 행동을 수행하면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습니다. 오히려 실패의 영향을 과대평가하여 실패가 반복되도록 내버려 두는 것이 큰 문제가 되지요. 그러니 언제든 다시 시작하기 바랍니다. 실패는 습관형성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일어날 수 있는 일이니 큰 의미를 두지 말고 차분하게 다시 고통을 견뎌 보는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