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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안 Jun 17. 2022

손 100개를 그리다.

작은 습관의 힘


나는 매일 새벽 4시 45분에 일어난다.

법륜스님의 정토불교대학을 다니면서 시작된 천일결사를 해야 하기 때문이다. 불법승 삼귀의를 시작으로 108배를 한 후 명상과 경전 독송을 한다. 대략 5시 45분쯤이면 마친다.

작년 8월 전까지는 108배 기도 후 독서나 유튜브 등으로 헛되이 보내다가 우연히 새벽기상 밴드를 알게 되면서 자기 성장을 위한 모닝루틴을 만들어 매일 블로그로 인증하고 있다.  모닝루틴은 대략 수행일지, 마음 챙김을 통한 긍정 확언, 영어회화, 독서, 1일 1드로잉으로 이루어져 있다.​


 1일 1드로잉,
어느덧 300여 일이 지났다.


 매일 모닝루틴을 기록하면서 가장 확실히 얻은 소득은 역시 드로잉 실력이다. 마음챙김이나 영어는 측정도 잘 안될뿐더러 아직도 제자리걸음 같기만 하다. 그러나 드로잉은 내가 생각해도 드라마틱하게 좋아졌다.

잘 그리든 못 그리든 출근 전까지 인증하려면 최대 10분 안에 무조건 그려야 했다. 주어진 시간이 별로 없었기에 낯부끄러울 정도의 망한 작품이어도 눈 질끈 감고 올려 버렸다.


말 그대로 출근시간을 임전무퇴로 삼았다. 매일 치르는 시험처럼 부담되었다. 그래도 언젠가 나도 멋지게 스케치북 들고 어반 스케치 하는 모습을 꿈꾸며 쓴 약 삼키듯 그냥 했다.


그렇게 쌓이고 쌓이더니 어느 순간 지우개를 쓰지 않고도 긴 선을 그을 수 있게 되었고 손과 눈이 힘을 합해 사물의 형태를  잡아내기 시작했다. 차마 앞에선 못 웃고 뒤돌아 피식 웃던 남편도 이제는 엄지척해 준다.​




올해는 휴직을 하다 보니 모닝루틴에 쓸 수 있는 시간이 2시간으로 늘어났다. 드로잉 연습할 수 있는 시간도 10분에서 1시간으로 늘어났다. 그러나 시간이 많다고 양질의 드로잉 작품이 나오지 않는다는 것을 뼈저리게 느끼는 중이다.


어떤 날은 사진을 찾는데만 1시간 넘게 걸리기도 하고 겨우 모델 사진을 찾아 그리다가도 마음에 들지 않아 지우고 찢기를 반복했다.​ 오로지 업로드할 1장을 위해서 말이다. 한심스러운 자책에 빠져있다가 궁여지책으로 드로잉 테마를 정하기로 했다.  첫 번째 테마로 매번 그리기 힘들어하던,


 손 100개 그리기 미션을 시작했다.


한 달도 채 되지 않아 미션을 완수했다. 100개라는 숫자가 주는 뿌듯한 기쁨도 있지만 그것보단 이젠 손을 만나도 얼버무리거나 피하지 않겠다는 용기를 얻었다. 


해보기 전까지는 몰랐다. 매일 반복하면 생각보다 할 만하다는 사실을.


내게 그림은 108배다.


애초부터 미흡한 실력을 뽐내려는 의도였으면 못난 그림을 업로드하지 않았다. 남들은 다 돼도 나만 안될 것 같은 스스로 그어놓은 한계에 맞서 싸우기 위해서, 타인의 평가에 일희일비하지 않는  평정심을 얻기 위해서, 나도 모르고 있었던 온갖 편견과 그릇된 사고를 깨치기 위해서 그림을 그린다.


 ​다음 두 번째 100개 그리기 미션으로 발을 시작했다. 그다음은 눈, 코,  입을 테마로 정하여 꾸준히 연습할 작정이다. 내가 어떻게 바뀌어 있을지 궁금하다.



<5.11일 시작>

<22.6.3일 종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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