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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안 Jun 24. 2022

발 100개를 그리다.

몰입의 경험

손 100개 그리기 미션에 이어  발 100개 그리기 미션도 클리어 했다.

6월 4일 시작해서 6월 17일에 끝냈으니, 보름도 채 걸리지 않았다..


“이야~ 나도 할 수 있구나! 나도 하면 되는구나!”

이 나이가 되도록 살면서 이런 기분 처음이다 싶을 만큼 낯설다. 칭찬 스티커 100개 모아서 꿈에 그리던 선물을 받은 기분이다.


받은 선물은 돈으로는 결코 맛볼 수 없는 충만한 기쁨이다. 드로잉 실력은 덤일 뿐이고 진짜는 내가 좀 멋지다는 자기 긍정감이 생겼다. 이런 걸 두고 교육학자들이 내적동기라고 부르나 보다. 누가 강제로 시킨 것도 아니고 물질적 보상이 주어지는 것도 아닌데 스스로 목표를 세우고 연습에 몰두했으니 말이다.


완벽한 손과 발을 그리기 위해서 도전했더라면 아마 중도에 포기했을지도 모르겠다. 미션을 끝냈다고 하더라도 여전히 뭔가 부족한 손과 발을 그리고 있기 때문이다.


‘해내야 한다’가 아니라 ‘하고 싶다’는 열망이 더 컸다.


매일 아침 모닝루틴 때마다 드로잉 북 펼치는 시간이 기다려졌다. ‘오늘은 또 어떤 손을 그려볼까? 어제보다 조금 더 나아지려나? ” 어서 연필이 그어 주기만을 기다리는 것처럼 느껴졌다. 만약 드로잉 미션을 못 하게 막았다면 맛있게 먹고 있던 음식을 뺏긴 강아지처럼 으르렁 대지 않았을까 싶기도 하다.




학창 시절엔 왜 이런 내적동기가 발현되지 않았을까? 딱 꼬집어서 말하자면 공부는 왜 몰입하지 못했을까?


<몰입의 기술>의 저자 칙센트미하이 교수에 따르면,

삶이 질을 높이기 위해서는 외적 조건이 아니라 내적 경험이 중요하며, 몰입(flow)을 통해 내적 경험의 질을 높이라고 충고한다. 외적 보상이 주는 자극이 아니라 자기목적적 내적동기가 발현되어야 진정한 몰입의 상태가 된다고 한다.


몰입의 조건은 3가지다.

1. 주어진 도전을 해결할 수 있는 능력이 있어야 한다.

2. 달성하고자 하는 목표가 명확할수록 좋다.

3. 분명한 실행규칙과 즉각적인 피드백이 필요하다.

드로잉 미션을 살펴보니 몰입의 3박자를 다 갖추었다.

그러나 영원한 숙제인 영어 공부는 첫 번째 조건서부터 걸린다. 드로잉 미션은 할 수 있겠다는 믿음이 있었던 반면 영어 공부는 거듭된 실패의 경험으로 인해 ‘내가 할 수 있을까?’ 하는 자기의심이 무의식에서부터 올라온다. 그러니 두 번째, 세 번째 조건을 아무리 열심히 계획해도 영어 공부는 일이 될 뿐 결코 재미를 주는 몰입이 될 리 만무했다.


물입의 원칙에 따르면 ‘나도 할 수 있다’는 믿음이 생기는 목표를 세우는 것이 중요하다. 목표의 수준이 자신의 능력에 비해 너무 높으면 불안감을 느끼고, 낮으면 지루해 달성률이 떨어진다고 한다. 적절하게 도전 의식을 느낄 수 있는 살짝 높은 수준이면서 동시에 측정이 가능한 목표를 정하는 것이 좋다. 영어 공부를 예로 들자면,  ‘영어 회화 마스터’ 아니라 ‘기초 영어 회화 100 문장 암기’로 정하는 식이다.


몰입의 경험은 또 다른 몰입을 끌어당기고 있다. 벌써부터 다음 미션은 뭐할까? 고민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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