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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안 Jul 01. 2022

저기로, 뚫고 나갈 거야

가슴에 와닿는 명대사가 무척  많았던 <나의 해방일지> 드라마에서 유독 기억에 남는 대사가 하나  있다.


회사에서 지원해주는 동아리에 끝까지 가입하지 않겠다고 버티는 아싸 직원 3명이 다. 갖은 회유와 압박에 불구하고 버티다가 마침내 그들끼리 동아리를 만들기로 한다. 동아리 이름은 '해방 클럽'이다.


뭘 해방하는 클럽이냐는 호기심 어린 동료의 질문에  주인공 염미정은 회사 창문 밖을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말한다.


​뚫고 나갈 거야, 여기서 저기로!


아, 정말 멋진 표현이다!  ‘뚫고 나간다’는 결연한 힘의 의지와 과정이 모두 그려지기 때문이다. 자신을 막고 있는 벽에 구멍을 내겠다는 희망을 생생한 행동으로 느끼게 한다.


반면 ‘용기 있게 살 거야’는 심장까지 울림을 주지 못한다. ‘용기’라는 명사에는 그런 맛이 나지 않는다.​ 마치 ‘사랑’이 더는 사랑을 의미하지 못하고 한계와 구속을 연상하기에 이 드라마에서도 ‘추앙’으로 바뀐 것처럼 말이다.


‘뚫고 나간다’처럼 알 수 없는 모호한 힘에 떠밀려 ‘읽는 자’를 저기 너머로 나아가게 하는 동사를 쓸 수 있는 작가가 되기를 꿈꾸어 본다.


난 무엇을 뚫고 싶은가?

‘나는 안 된다’는 말을 뚫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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