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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안 Jul 19. 2022

고급 물감이 해답이 될까?

도대체 왜 그럴까?

세 번째 카페 드로잉을 다녀왔다.


처음엔 얼떨결에 따라가다 보니 눈치 보느라 대충 그리다 말았다. 다음엔 눈치 보지 않으리라 다짐했기에 두 번째는 가장 마음에 드는 뷰를 찾아 남들 신경 쓰지 않고 그렸다. 그래도 아쉬움은 또 남았다. 미니 팔레트에 12가지 색 물감을 가지고 갔더니 조색 능력이 부족한 탓에 밋밋한 색으로 대충 마무리 해버렸기 때문이다.


일찌감치 그림을 끝내고 다른 사람들의 그림과 물감 재료들을 유심히 살폈다. 그러다 파란 하늘을 닮은 양철 지붕 색상이 한 눈에 쏙 들어왔다. 나도 따라 칠하고 싶었는데 도저히 조색을 할 수가 없어 포기한 색이었다.

“어떻게 조색하신 거예요?”

“이건 조색한 것이 아니라 올드 홀랜드사 제품이에요~ 예쁘죠?”


너무 갖고 싶어서 검색을 했다가 그만  가격을 보고 눈이 휘둥그레지고 말았다. 24색 가격이 약 50만원대이다. 후~아! 이미 2절 아르쉬 중목 종이를 1만원을 주고 구입하면서 비싼 종이가 부족한 실력을 몇 단계 끌어올린다는 것을 체험한 바 있지만, 이 물감은 비싸도 너무 비싸다. 간 떨려서 도저히 못 살 것 같다. 결국 포기하고 개당 몇 천원씩 하는 국산 물감 브랜드에서 비슷한 색상 이름을 검색하여  장바구니에 넣었다.


아,  견물생심으로 이미 불붙은 욕심을 어쩌랴!

왠지 저 고급 물감으로 칠하면 그림이 확 달라질 것 같다는 생각을 도저히 버리지 못하겠다. 결국 고급 물감에 대한 집착을 버리지 못하고 유명한 어반 스케쳐들의 팔레트를 폭풍 검색했다. 국산 물감의 2~3배 가격에 해당하는 다니엘 스미스 하프 사이즈 물감을 10개 추가하고나서야 욕망이 식었다.


그러나 기대했던 고급 물감은 아무 것도  해결해주지 못했다. 갖은 고심 끝에 지른 물감이 내 손안에 들어왔는데도 웬일인지  2주가 지나가도록 뜯어보는 것도 귀찮아서 내팽개쳤다. 결국 3주 뒤  카페 드로잉 공지가 뜨고나서야 마지못해 물감 포장지를 뜯고 부랴부랴 정리했다.


분명 고급 물감이 도착하기만을 들뜬 마음으로 기다렸는데  막상 꺼내지조차 않고 외면하  이유가 뭐지? 나 자신 조차 이해되지 않으그저 답답하고 짜증만 날 뿐이었다.



도대체 이건 무슨 심보일까?

세 번째 카페 드로잉에서 대로 되지 않는 붓칠로 성질을 내다 그 이유를 찾아냈다. 현실적 결과를 직접 확인하는 것이 두려웠기 때문에 맞닥뜨리기를 회피했던 이다.


그 어떤 고급 물감으로 칠한다 하더라도 결코 부족한 실력을 숨길 수 없다는 사실을 무의식은 알고 있었다. 허지만 인정하기 싫었던 자의식은 애써 외면하며 모른척 했던 것이다. 마치 눈으로 보고있어도 보지 못하는 것처럼, 머리로 아무리 생각해봐도 무의식이 거부하는 것에는 이유를 댈 수가 없었던 것이다.


아무도 모르게 꼭꼭 감추려는 것은,
과연 누구를 위한 것인가?


자기이해가 되고 보니 피식 웃음이 나왔다.

글 쓰기도 그랬다. 술술 잘 쓸때까지, 글감이 툭 떨어질때까지 미루고 미루다보니 결국 글을 안 쓰고 못 쓰는 ‘나’만 남아 있었다.


분명 글이 안 써진다고 고민할 때도 일단 쓰기부터 하자는 결론에 도달했건만, 정말이지 무의식적 부정적 사고패턴을 고치는 것이 이렇게도 힘들구나 싶다.


<좌: 첫 번째 카페 드로잉,  우: 두 번째 카페 드로잉>
<세 번째 카페 드로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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