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서 교통 수사계에서 전화 왔어! 혹시 오늘 뺑소니쳤어? 괜찮으니 숨기지 말고 내게는 털어놔"
황당함을 넘어 밀려드는 공포에 다리가 후들거렸다.
빌딩 주인과 자초지종을 꿰맞추어 보니 오전에 요가원 주차장에서 후진하면서 노면에 설치된 "개인용 주차 차단기"를 부수고 그대로 내뺐다는 갓이다.
난 정말 아무것도 보지 못했다. 그저 뭔가 걸려 덜컥거렸는데 운전석에서 내려다보니 아무것도 보이지 않아 그대로 집으로 왔을 뿐이다. 지하 주차장에 가서 내 차부터 확인해보니 범퍼 아래가 다 긁혀 있었다. 정말이지 너무 가슴이 아팠다. 손으로 범퍼를 만지니 흰색 페이트가 우수수 낙엽처럼 떨어졌으니 말이다.
다행히 빌딩 주인 할아버지는 고의성이 없는 운전 미숙으로 봐주시는 듯했고, 휘어진 주차 차단기는 책임지고 수리해주는 것으로 마무리 지었다. 전화를 끊기 전 주인 할아버지가 덧붙이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