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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봄날의 달팽이 Mar 14. 2024

나를 사랑하게 되는 글쓰기

나는 아이를 꼭 안는다. 작디작은 아이의 품은 나를 품어 안아준다. 콩닥콩닥 뛰는 따뜻한 심장과 나의 심장이 맞닿으면 모든 근심과 걱정이 사라지는 것 같다. 엄마와 아이만이 느낄 수 있는 유일한 사랑이다. 그 사랑에는 어떤 조건도 장애물도 있지 않은 듯 하다. 아이는 나의 마음을 알았는지 어여쁜 소리를 내며 방긋 웃는다. 그 순간은 마치 온 우주가 우리를 둘러싸고 있는 것처럼 느껴진다. 내가 아이를 안고 있지만 아이가 나를 안아주고 있는 것 같다. 어른이 되고 엄마가 되었지만 여전히 따뜻한 엄마의 품과 같은 위로가 필요하다. 그럴 때마다 아이를 안게 되면 이루 설명할 수 없는 기쁨과 황홀함을 느낀다. 엄마로서 아내로서의 역할에 충실해야 될 때면 '나'라는 사람을 잊곤 하는데, 아이를 안고 있으면 엄마로서의 나가 아닌, 원래 아기로 태어났던 나를 느끼게 된다. 


결혼을 하고 부모가 되니 모두가 나를 '나'가 아닌 누구의 엄마, 아내로만 본다. 내 이름 석 자가 불려질 일이 거의 없다. 아이들과 남편을 먼저 생각해야 될 때가 많다. 가족들에게도 그것이 당연하게 느껴지니 엄마로서의 '나'도 함께 성장해야 될 사람이 아닌, 나보다는 다른 사람을 챙겨야 될 사람으로 인식되는 듯 하다. 나 자신도 엄마로서 어떻게 해야 하는지 알고 있지만, 때로는 마음속 자아가 나를 찾으라고 외친다. 너도 무언가를 잘할 수 있는 사람이고, 인정받을 수 있는 사람이라고 말한다. 속상하고 힘이 들 땐 기대고 의지해도 된다고 속삭인다. 하지만 부모가 되어버린 나는 더 이상 의지할 곳이 없다. 의지하려 할수록 남편과 트러블이 났다. 내가 나에게 의지해야 함을 알지 못했기 때문이다. 결혼 전에는 남편만 믿고 의지하며 살 수 있겠다 생각했지만 결혼 후 남편 또한 마음속에 어린아이가 있는 사람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부모가 자녀에게 주는 무조건적인 사랑과 다정함, 위로를 기대하지만 남편 또한 챙김을 받고 싶은 어린아이와 같은 마음이 있다. 


부부가 함께 같은 곳을 바라보면서 차 한잔을 앞에 두고 대화를 나누며 하루를 마무리하는 것을 상상하고 그려보지만 현실 속 부부의 모습은 반대 그 자체이다. 서로 기대하는 것이 다르기 때문에 온통 서로에게 불만거리만 보인다. 결혼 초부터 소통의 어려움을 겪고 있다. 하지만 그 누구도 우리가 왜 이렇게 힘든지, 어떻게 극복해 나가야 하는지 알려주지 않는다. 서로가 다르다는 것을 알지 못하고 '도대체 나한테 왜 그래?'라고 생각했다. 나는 아이들을 돌보며 엄마로서의 역할을 다 하고 있는데 도대체 뭐가 문제지?라고 생각했다. 서로의 다름을 인정하고 존중해야 한다는 것을 알지 못했다. 남편 또한 돈을 벌어 옴으로 가장으로서의 역할을 다한다 생각하지만, 집안일이나 육아가 자신의 생각대로 잘 되지 않는 것처럼 보일 땐 엄마인 내가 역할을 먼저 생각하지 못하고 자신을 먼저 생각하는 이기적인 사람이라 생각한다. 보고 자란 것 그대로 자신의 가정 또한 원가족의 모습을 복사해 붙여 넣기를 하는 것처럼 보인다. 그런데 자신이 생각한 것과 다르게 다른 생각을 하고 있는 아내가 이해가 되지 않는 모양이다. 


때로는 남편의 이상대로 해주지 못해 미안하다. 나로 인해 힘든 것 같아 죄책감을 느낀다. 남편에게 맞추려고 노력해 보고 애써 봐도 '나'라는 사람의 마음은 온전히 일방적으로 상대에게 맞출 수는 없다. 상대에게 맞추면 아무 일 없이 살 수 있을 것 같지만, 마음은 행복하지 않다. 결혼을 하고 부모가 되었다 해서 공부를 멈출 수 없다. 나의 성장 또한 중요하다. 단순히 직업을 갖고 돈을 벌고자 하는 것이 아니라 엄마이자 아내로서가 아닌 나로서 인정을 받고 싶다. 인정받고자 하는 욕구가 있기 때문에 모든 것을 가족에게만 맞출 수는 없다. 더 이상 남편에게 기댈 수도 의지할 수도 없다는 생각이 드니 경제적으로 정서적으로 독립을 하고자 하는 욕구가 커져만 간다. 그래서 글쓰기에 대한 고민을 하게 된다. 잘하고 싶어진다. 경제적인 제약이 없이도 할 수 있는 것 중에 하나가 글쓰기다. 나에게는 유일하다. 글쓰기가 직업이 되길 바라고, 경제적 이익을 창출할 수 있는 도구로 바라보니 글을 쓸 수 있는 주제가 한정적이었다. 글을 쓴 지 2년 차가 되니 방향을 잃은 느낌이었다. 책은 쓰고 싶지만 그 방법을 몰라 헤매었다. 온라인에 글을 올리는 것이 드문 해졌다. 그때 만난 것이 바로 책 쓰기다.


책 쓰기를 통해 비로소 내면을 제대로 드려다 보고 있다. 독립을 염원했던 마음처럼 책의 주제도 '독립'이 다. 독립이라 해서 혼자 살겠다는 것이 아니라, 성인이 되어 부모 곁을 떠나는 것처럼, 이제는 외부의 인정을 바라고 기대하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나를 인정하고 수용하는 것이다. 다른 사람 탓을 하는 것이 아니라 진짜 내 마음을 드려다 보면서 나의 느낌과 욕구를 살핀다. 잘하지 못했던 모습을 떠올리며 자책을 하지 않는다. 상대도 나도 그럴 수밖에 없었던 이유를 생각해 보면서 상대의 마음과 욕구를 헤아려 본다. 내 마음과 욕구를 스스로 인정하면 상대의 마음 또한 인정하고 존중할 수 있다. 나는 책 쓰기를 통해 나와 상대의 마음을 드려다 본다. 어린 시절의 이야기부터 원가족, 현가족의 이야기를 담았다. 그때의 사건들을 다시 꺼내보면서 힘들었던 마음을 흘려보낸다. 그리곤 상대의 입장이 되어서 그 당시의 상대의 마음을 생각해 본다. 나 만큼이나 가족들도 마음고생이 많았음을 알게 된다. 표현을 하지 못했을 뿐 마음속엔 서로에 대한 미안함과 고마움, 애틋함이 있음을 안다. 


책 쓰기로 나를 알아차리고 성찰하며 성장해 나가고 있다. 글쓰기를 하나의 능력으로 생각해 잘하고 싶은 욕심을 가졌던 때와 다르게 지금 나의 글쓰기는 나의 내면으로 향하고 있다. 실제 삶에서 나와 상대를 이해하고 존중할 수 있는 성숙한 한 사람으로 커 나가길 바란다. 내가 갖지 못한 것에 대한 아쉬움을 뒤로하고 내가 지금 할 수 있는 것에 최선을 다하니 어느새 마음이 평온해짐을 느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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