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약. 그리고 미분양.

한국인의 한국 적응기 #3

by incognita

서울의 대도시 단지 청약이 이루어지고 있는 시즌이라 그런지 아침부터 미분양에 관한 기사들이 우후죽순 생겨나고 있다.


대출을 무리하게 받아서라도 아파트를 사야 한다.

미분양 시대에 도래하였다.



귀국을 한 지 2년 사이에 일어난 부동산 시장의 뉴스들은 꽤나 혼란스럽게 여겨졌다. 집이라는 것이 무엇인지에 대한 근본적인 의문을 가져본다.


지금은 하락세를 타고 있는, 수도권 신도시 아파트는 2년 전만 하여도 10억을 훌쩍 넘었고 사람들은 청약을 통해 차익을 버는 구조였다. 마치 청약을 하지 않으면 바보라는 이 사회적 분위기에 고개를 내저었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도대체 이 제도가 뭐 길래 이러는 건데? 하면서 공부를 시작하는 나를 발견하게 된다. 그리고 다시금 한국을 떠나고 싶다는 마음이 들었는데, 청약제도가 온통 신혼부부를 위한 혜택들로 점철되어 있기 때문이었다. 신혼부부 특공, 생애최초 신혼부부, 다자녀. 하나하나 읽어보니, 결국 결혼을 하고 애를 낳으면 집을 저렴하게 구매할 수 있는 혜택을 준다는 소리였다. 실제로 청약에 당첨되기 위해 허위 혼인신고, 파양과도 같은 말도 안 되는 일들이 일어나고 있음을 알게 되어 버리고 나서는 더 이상 할 말을 잃어버리고 말았다.


한국에서 부동산은 명백한 자산이었다. 유튜브에서 부동산 관련 동영상을 한 번 보았다가 쏟아지는 수많은 투자자들은 한결 같이 값이 오를 만한 집들을 알려주고 있었다. 그도 그럴 것이 한국의 집값은 내가 이곳을 떠날 때보다 50% 이상이 올라있었다. 언젠가 파독 간호사로 독일로 이주해 살고 있던 한 교민 분이 이런 말을 하신 적이 있었다.

"한국 사람들은 돈도 많아. 다들 몇 십억 짜리 집도 있고. 뭐로 그렇게 돈을 번 거래?"

그건 그들이 일을 열심히 해서 돈을 벌었다기 보단, 당시 1억 정도였던 집의 값이 10억을 훌쩍 넘기며 올랐기 때문이었다. 과연 독일에서는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 일어나고 있는 것이었다.


독일에서는 집 값이 2010-2020년까지 평균적으로 65% 올랐고, 최근 코로나 19로 인해 10.7 % 폭등하였다는 이슈는 발발하였다. 이건 그다지 낮은 수치가 아님 었음에도 한국과 비교하였을 때에는 이야기가 달라진다.



실제로 독일인들은 대부분 월세로 거주를 한다.

내가 살던 독일의 한 시내에 위치해 있던 자취집은 방 2개, 부엌 별도인 공간으로, 한 달에 관리비를 포함하여 원화로 대략 60만 원 정도였다. 몇 년 동안 이 가격이었다가, 집주인 아저씨가 돌아가시게 되고 집이 개인이 아닌 회사 소유로 넘어가게 되면서 조금의 변동이 생겼던 적은 있었다. 그래서인지 월세로 거주하면서 가격이 오를 거 같다는 불안한 마음이 들지도 않거니와, 적당한 가격으로 충분히 좋은 집에서 살 수 있는 인프라가 구축되어 있다. 실제로 독일에서는 법적으로 15개월마다 월세를 올릴 수 있는데, 3년 안에 20%의 상승률을 넘겨서는 안 된다.

물론 독일에서도 많은 이들이 집을 매매한다. 대부분은 단독 주택이며 주택담보대출을 받을 경우 내야 하는 금리는 현재 소폭 상승하여 2.5-3%다.


지금까지 한국과 독일의 다른 거주 문화를 정리해보자면, 다음과 같다.

1. 무조건적으로 내 집 마련을 해야 한다는 사회적 분위기가 조성되지는 않는다. 월세 제도가 워낙 잘 구축되어 있을 뿐만 아니라, 월세로 산다고 해서 불안정한 삶을 살고 있다는 사회적 시선 또한 부재하기 때문이다. -> 한국에서 집다운 집이 합리적인 가격이 되려면, 보증금이 몇 억이 넘는 것이 현실이다.

2. 노후에 월세를 낼 수 없는 상황이 생긴다면, 국가 보조금이 충분히 지급된다. 이를 위해서는 은행 계좌와 집 계약서가 있어야 하는 등 여러 가지 전제 조건이 있다. -> 한국에서 노후를 위한 사회적 시스템은 현저히 부족하다는 사실은 부정할 수 없을 것이다.

3. 결혼을 할 때 부모님이 집을 해주는 거나 적어도 어느 정도 보탬이 되도록 도와주는 것이 당연하다는 문화는 결코 없다. 그렇기 때문에 자신들을 위해서 그리고 더 나아가 그의 자식들을 위해서 집을 소유해야 한다는 부담감마저 사라진다. -> 자식의 집을 부모가 해줘야 하는 의무는 어디에서부터 비롯된 문화인가.




귀국할 당시만 하여도, 일확천금을 노리며 아파트를 사야만 한다고, 영끌이라도 해야만 한다는 말로 가득했다. 그러나 그로부터 2년이 지난 현재. 하루가 다르게 몇 억씩 떨어지는 현상을 목도한다. 그 안에서 사람들은 탄식하며, 청약마저도 주저하고 있다. 삶을 살아가기 위한 가장 기본적인 수단 중 하나인 집은 한국에서 "사람이나 동물이 추위, 더위, 비바람 따위를 막고 그 속에 들어 살기 위하여 지은 건물"이라는 사전적 의미에서 멀어져 가고 있다. 이익을 창출할 수 있는 시장에 들어가기 위하여 존재하는 거대한 건물에 불과할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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