큰아이가 학원 마치고 늦게 나가 놀기 시작했다.
친구 만나 노는 시간이 없어서 요즘은 그렇게 하는 것 같은데 그래도 걱정은 되었다.
일주일쯤 되었는데 내 일이 바빠서 일찍 들어오라는 말만 하고 신경을 쓰지 못했다.
그날도 나가서 늦게까지 들어오지 않았나 보다.
나는 전날 아파서 일찍 자버렸지만 막내의 소곤소곤 말로 알았다.
막내말이 아빠가 전화해서 11시에 들어왔다고 한다.
아침에 사건은 끝나 있었고,
동생의 이야기에 멋쩍어하는 모습을 보니 잘못한 것을 알고 있었다.
네가 그 친구를 만나서 그렇게 행동을 하면 엄마는 그 친구를 좋게 볼 수 없다고 너의 행동을 네가 지키려는 기준, 엄마가 바라는 기준에 맞게 행동해야 나가서 놀 수 있다고 하고 마무리를 지었다.
아마 내가 밤에 아이를 기다리고 있었으면 사달 났을 일이었다.
하지만 가만히 생각해 보니 별일이 아니었다.
아이가 늦게 들어오면 주의를 주고 빨리 들어오라고 이야기하는 것으로 마무리하면 되는 일인데 항상 분단위로 아이가 안 들어오는 것에 신경을 쓰고 있으니 혹시 뭔가 잘못될까. 아니면 엄마말을 무시하나, 집에 들어오기 싫어서 그러나. 무슨 일이 생겼나... 아주 몹쓸 생각들이 나를 점령했었다.
근데 그 초조한 시간들 없이 아침에 마주한 ‘늦게 온 사건’은 내 부정적인 감정과 맞닿아 있지 않은 그냥 위에서 내려다보는 느낌이다.
그렇게 할 필요가 없는 일이었다.
이제까지 내가 했던 행동들은 쓸데없는 일이었다.
아들이 잘 놀다들어오겠지라는 믿음,
스스로도 잘못된 것을 알고 반성할 수 있는 시간을 줘야 하는데 엄마의 노여운 언성에 스스로 되돌아볼 시간을 주지 못했다.
뭐든 스스로 할 시간을 줘야 한다는 진리, 믿어줘야 하는 상대는 끝까지 믿어야한다는 진리를 잊고 있었다.
아이가 내 소유물이 아닌 한 존재로서의 인정하는 것도 또 그 존재로 대하는 것이 어떤 것인지 아직 모르겠다. 하지만 지금 깨달은 것에 답이 있는 것 같다.
내가 늦게 들어온 아이에게 한 말이 아이를 존재로 인정해서 한 말인지 엄마로서 친구를 놓고 협박을 한 것인지 사실 또 고민이 된다. 아이가 그렇게 받아들이지 않았다면 괜찮은 건가?
어떻게 말했어야 하는지 좀 더 고민해 봐야겠다.
다시 요즘 헤매고 있는 나이다.
아이는 잘 크고 있는 것 같은데 내가 아이를 대할 때 어떻게 대해야 하는지 전부 고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