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급했다

by 지음

요즘 내 패턴 중 항상 방법을 묻고 있는 나를 발견한다.

나보다 더 잘하는 사람을 찾아서 방법을 물었다.

어떻게 하는지 모르면 묻는 게 당연하다 생각했다.

글을쓰는데 방법이 있을까?

각자의 방법을 스스로 터득한 것들이다.

그것을 이루기 위해 피나는 노력을 했을 것이다.

그것을 해내기 위해 피나는 노력이 느껴지면서 감탄도 되지만 좌절도 되는 부분도 있었다.

나는 과연 이 과정을 해낼 수 있을 것인지 가늠하는 순간이 있다.


오만이다.

가늠을 할 시간에 노력하라고 말한다.

그 사람들도 하루하루 쌓여서 그렇게 온 것이라고.

하루아침에 된 것이 아니라 인고와 고뇌의 시간들이 합쳐지고 하루하루의 온전한 노력들이 쌓여서 그 보상으로 돌아온 것이라고.


내 마음에 방법만 알면 다 할 수 있는데 몰라서 못한다는 핑계가 숨어있었다.

방법을 물어 알기 전에 스스로 생각할 시간을 갖는 것이 먼저이다.

스스로 생각하고 그 생각한 것을 실천해 보고, 그렇게 하다 보면 또 다른 좋은 아이디어가 떠오르면 다시 실천해 보고 정말 재미있기도 안돼서 분통을 터트려가며 하던 기억이 내 안에도 있었다.

그렇게 완성이 되면 뿌듯해하는 기분.

방법을 물어한다면 온전히 내 것으로 흡수되지 못한다는 것을

내 안의 충만함 없이 몸으로 익히는 기술만 터득된다는 것을

왜 이제 안 걸까.

아니 알고 있었는데 잊고 있었다.

내가 스스로 깨달아야 내 것이 된다.

누구나 아는 이 진리를 이제 깨닫는다.

급했다.

급해서...

스스로 가기에는 멀어 보이고

이뤄 놓은 남들의 방법을 물어보고 하면 된다고 생각했다.

한없이 부끄럽다.


진짜 포기해야 한다.

내가 잘하던 그 포기.


급한 마음을 포기한다.

물어보는 것을 포기한다.

좋은 평가를 포기한다.


여유를 가지면 보인다.

들여다볼 수 있는 눈.

들을 수 있는 귀.

침묵할 수 있는 입.

가다듬을 수 있는 정신.


내려놓자.

내려놓자.

정말 급했나 보다.

그냥 천천히 한 발자국씩 다시 떼자.

스스로 깨달아야 진정 내 것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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