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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목길, 아저씨의 미소

by 지음

큰아들 초등학교 입학즈음 일이다.

하교길에 인적이 드문 골목길.

앞에서 60대쯤의 아저씨가 아들을 보고 웃으며 호주머니에 손을 넣고 오시는 거다.


이상하다. 왜 우리 아들을 쳐다보면서 올까?

그러면서 살짝 아이를 내 옆으로 당기고 걸었다.

안 보는 척해도 더듬이가 아저씨에게로 뻗쳐있는 상태였다.

점점 가까이 다가오면서 아저씨가 호주머니에서 손을 뺐다.

너무 놀라서 아들을 내쪽으로 바싹 당겼다.


아저씨도 낌새를 알아챘는지 나를 웃으면서 쳐다봤다.

“아니 아이가 웃는 게 너무 이뻐서 손주 생각도 나고 용돈 좀 주려구요~”

나는 더 놀랐다. 모르는 아이에게 용돈을 준다고.

내가 너무 과민반응이었나?


아저씨의 속사정도 있었겠지. 손주를 잘 볼 수 없는 사정이 있던지. 아님 아들이랑 비슷한 또래라서 반가워서 그랬을 수도 있다는 생각이 뒤늦게 들었다.

아저씨도 좋은 의도로 아들에게 다가왔을 것인데 내가 너무 놀라하니 아저씨도 당황하셨던 것이다.


아저씨의 의도와는 상관없이 내가 느끼는 감정은 순간 무서움이었다.

아저씨의 의도를 알고 난 뒤는 부끄러움과 미안함이다.

아들에게도 사람을 믿지 못하는 엄마로 보였을까 조금 민망함도 들었다.


우리는 행위에 대한 고정된 관념이 있다.

낯선 어른, 특히 남자가 다가오면 일단 무섭다.

주머니에 손을 넣고 오면 더 무섭다.

나 역시 그렇다.


아저씨가 암만 다가와 용돈이라도 주려는 행위의 목적이 분명하다 하더라도 나와 내 아이에게 무섭고 두려움을 줬다면 그 행위는 바람직한걸까?


사회적 통념상으로도 그러한 행위는 여러가지 사건사고로 인해 다들 일부러라도 하지 않는다. 혹은, 남자들이 아무도 없는 밤길에 여성의 뒤를 걷는 것. 이 역시 아무런 이유없이 여성에겐 공포감을 유발한다. 죄는 물을 수 없지만 현명하지는 않은 처사다. 배려있는 남성이라면 이럴 때 다른 행동을 취하지 않을까 싶다. 어린 아이를 차에 타라고 하는 행위 역시 마찬가지다.


물론 우리 사회의 어두운 면을 부각시켜 괜한 공포감을 갖는 것도 옳은 바는 아니지만 사회가 이러하니 너무 안이하게 아무렇지 않은 것 역시 옳지는 않다.


공포감을 야기하는 동기에 있어 이 아저씨의 행위는 옳을까 그를까?

그저 손주 생각난다며 용돈을 주는 것을 받아야 옳을까 안 받아야 옳을까?


그렇다면, 아저씨의 행위 말고 나의 감정의 관점에서 내가 아이를 옆으로 바짝 당기며 공포감을 느꼈다면 이러한 감정은 적절한가 적절하지 않은가? 결과적으로 아저씨의 의도는 알았지만 나는 여전히 아저씨의 행위가 당연하고 타당하다고 여겨지지 않는 이유는 내가 사회의 부정적인 면만 많은 사람이라 그럴까?


성적인 면에 있어서는 수치심을 유발하는 행위나 말만으로도 성범죄에 해당한다면 공포심을 유발하는 행위에 있어서도 이는 죄일까,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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