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일을 사기위해 단골 과일집을 들렀다.
사장님이 안 계셨다. 직원에게 제일 맛있는 귤을 달라고 했다.
맛있는 귤~??
내 기준 맛있는 귤은 진짜 맛있는!! 달달하고 새콤한 귤이다 .
직원은 나에게 맛있는 것은 비싼데.. 라며 말끝을 흐렸다.
행색이 비싼귤을 살 사람으로 안 보였나보다. 하하하
귤을 살 사람인지 아닌지 타진하는 둣 머리를 갸웃거리며 나를 비싼 귤로 이끌고 갔다. 맛없어서 안 먹는 것보다는 비싸도 맛있는 것이 더 낫다는 판단에 그녀를 따라갔다. 하나 맛보기를 하게 해달라고 했다.
귤 반개를 쪼개서 주며 맛있다고 직원이 연신 말을 했지만 비용대비 아니올시다였다. 앞전의 우리집 귤이랑 별반 차이가 없었다. 다른 귤은 없냐고 하니 안색이 바뀌면서 툴툴거리기 시작했다.
그 즈음이면 나도 뭐라 한마디 했을텐데 못들은척 했다.
사장님이 오셨다.
살 때 한박스씩 사는 것을 아는 사장님은 아까 그 귤은 단가가 높다고 다른 귤을 보여 주셨다. 사장님이 보여주신 귤도 맛을 봤다. 사기로 결정하고 딸기를 고르고 있으니 직원이 계산때문에 다가왔다.
나는 계산을 하면서 차분한 말투로 직원에게 시장 나올 시간이 안 되어 온라인으로 귤을 샀다. 맛이 없어서 다 못먹고 썩혀서 버렸다. 그래서 시식을 한 것이었다고 사실을 말했다.
그때서야 직원도 멋쩍은 얼굴로 그랬냐고 하면서 2000원을 깎아주셨다.
처음부터 비싼 귤을 보여준다 했을때 괜찮다고 했으면 어땠을까?
속을 알 수 없는 모호한 얼굴이 아닌 확실하게 비싼 귤 치고는 그렇게 맛이 있지 않다고 다른 귤을 보여달라고 말을 했으면 어땠을까?
내가 타인에게 품는 감정들은 상대의 태도에 반영되어 내게 되돌아오며, 내가 마음가짐을 바꾸면 상대도 갑작스레 태도가 바뀐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타인에게 품는 감정 때문에 우리는 항상 무의식적으로 타인에게 영향을 준다.(주1)
직원입장에서 생각해보면 내 표정을 보고 '안 살사람이구나.' 생각을 했을 수도 또 맛보기 귤도 다 사업비에 속하는 것이고 맛만 보고 안 사가는 사람이 많으니 직원은 말이며 표정이 탐탁찮게 나왔을 것이다.
나도 참 많이 컸구나
탐탁찮은 말을 피해서 멀리 도망가지도, 그렇다고 날을 세워 상대를 비난하지도, 쭈굴하게 나를 비하하지도 않고 강단있게 대처를 했으니.
자신의 감정을 정직하게 관찰할 수 있으려면 비판하지 않는 마음가짐이 필요하다.
내면에서 벌어지는 일부터 확실히 알아차려야 그에 대해 무언가를 할 수 있다. 어떤 감정을 놓아 버리면 그것이 더 상위의 감정으로 대체된다. 어떤 감정을 알아보고 인정하는 목적은 오직 그 감정을 놓아 버리려는 데 있다. 항복한다는 것은 어떤 감정을 느끼기만 하고 바꾸려하지 않음으로써 그 감정을 기꺼이 포기함을 의미한다. 애초에 감정이 내면에 유지되는 것은 저항하기 때문이다.(주2)
나의 마음속을 잘 들여다 보고 진심으로 솔직하게 흥분을 가라앉히고 말을 함으로써,
상대방도 내 진심을 알아줬다~!!
평소 나의 방법이 아니었다. 통했다!!
말발도 안되는 내가 흥분한 마음으로 상대에게 말을 하는 것은 이제부터 떠나보내겠다.
마음속 정리도 안된 말을 하자니 힘든 것이다.
진정하고 무슨 말이 하고 싶은지를 생각해서 말하는 연습이 숙달이 될때까지 해야겠다 또 다짐한다.
용기가 10점 상승했다. 퐁퐁퐁~~
귤 한상자를 손에 들고 집으로 돌아오는 발걸음이 가볍다.
주1> 데이비드 호킨스 저, 놓아버림
주2> 데이비드 호킨스 저, 놓아버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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