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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하나의 우정이 끝났다.

by 지음 Feb 26. 2025

방학이라 집에 있는 아이들 덕에 나는 운동시간을 1시간 앞당겼고 그녀는 여전히 그 시간대에 다니고 있었다. 그런데 오늘. 그녀와 딱 마주쳤다. 하지만 우리는 보고도 못 본 척 그냥 지나쳤다.


무엇이 그 친구로 하여금 나를 의심하도록 만들었는지 알지 못한다. 다만 사랑에는 어떤 잘못도 없으며 모든 소원해짐에는 나름대로 근거가 있다는 것을 알 뿐이다.(주1)


내 마음 역시 그녀를 먼저 불러세워 반갑게 인사할 마음이 없었던 것이고 그녀 역시 그랬던 것 같다. 누구 생채기가 더 크고 아픈가를 논할 단계도 아니고 누구 상처가 더 아물었는지 손잡아 쳐다볼 정도로 서로간의 앙금이 풀리지 않은 것도 같다. 참 신기하다. 그래선지 섭섭한 마음도 없다. 감정이란 게 너울처럼 요동을 쳤는데 하나가 사라지니 연이어 그녀와 연관된 감정이 사그라드는가보다.


몇 달 전 그녀가 손을 내밀었을 때, 난 냉정했다. 아니 냉정하게 보였다. 우리 애쓰지 말자고. 그렇게 돌아섰기에 당시 나의 말이 그녀에겐 깊게 상처가 되었을지도 모른다. 그녀의 애씀이 내게 부담이었고 그런 그녀를 나로부터 자유롭게 해주고 싶었기에 나는 내 생각과 다르게 ‘서로 애쓰지 말자’고 뱉어버린 것이다. 그렇게 그녀의 감정의 골은 깊어졌을 것이다.


친구였던 이와 영원한 작별을 고하기 직전에 나는 예기치않게 그와 가까운 나를 발견한다. 영원한 깊이와 의미를 부여하는 것은 바로 우리가 서로를 아끼는 친밀감이다. 나는 나를 묶은 이 사슬을 끊을 방법을 알지 못하는 의지가지 없는 수인이다. 사슬을 끊었다고 생각했으나 어느새 또 다른 사슬이 나를 감고 있다.

나는 아직 우정의 중단이 무엇인지 알지 못하고 있다. 내가 두려워하는 것은 우정의 부패이다.(주2) 


그렇게 섭섭함도 없이 운동에 집중하다가도 문득 문득 그녀가 날 못본 척 지나간 방금 전 모습이 자꾸 떠오른다. 감정이 신체에 어떤 자극으로 왔기에 드러나는 것이다. 꼭 말을 하지 않아도 우리는 눈빛, 몸짓으로 감정을 읽어낸다. 굳이 눈을 마주치지 않았으면서도 난 느꼈다. 그녀가 날 봤지만 피했다는 것을. 들리는 언어보다 무언의 언어가 어쩌면 더 감각적으로 무섭다. 나만 그럴까?


또 하나의 우정이 끝났다. 

무엇이 그 친구로 하여금 나를 의심하도록 만들었는지 알지 못한다.

다만 사랑에는 어떤 잘못도 없으며 모든 소원해짐에는 나름대로 근거가 있다는 것을 알 뿐이다.(주3)



p.s. 소로우의 일기 중 몇페이지가 친구와의 우정에 대한 내용인데 전부 너무 공감됩니다.

       


주1> 헨리 데이비드 소로우 저, 소로우의 일기

주2> 헨리 데이비드 소로우 저. 소로우의 일기

주3> 헨리 데이비드 소로우 저, 소로우의 일기


[연재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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