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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자신만의 좁은 길을 가는 것.

by 지음

주변 지인들은 나를 어떻게 볼까?


전화를 끊고 멍하니 어떤 생각도 들지 않았다.

그냥 '툭 던진 말한 마디'가 나를 저 밑바닥까지 끌고 내려갔다.


바보같은 사람

아무것도 할 줄 모르는 사람

세상 물정 모르고 순진하게 사는 사람

내 의견 없이 남 의견만 따라 사는 사람

틀 안에 갇혀서 챗바퀴 돌 듯이 하루하루 살아가는 사람


지지 받고 싶은 친구가 있다. 브런치 작가가 되겠다고 말했을 때 뼈를 깎는 고통이 뭔지는 모르지만 그런 고통일거라고, 그래도 난 쓰겠다고 했고 친구는 그의 기준에서 조언을 해주었다. 그러면서 노년까지 취미로 가져가면 좋겠다라고 결말을 지었다.

내 말주변으로 최근에 일어난 상황을 전화상으로 자세하게 설명 하지 못했다.

친구의 뜨뜻미지근한 반응에 나를 알아달라고 구구절절 이야기 하는 것도 김이 새어 버렸다.


통화 후에 브런치에 합격했고 더욱 박차를 가했다.

새벽독서와 매일 글쓰기를 하는 것에 열정을 쏟는 걸 보고,

“너한테 그런 열정이 있었어?”

“그걸 그렇게 하려면 그냥 공인중개사 공부를 다시 해 봐”

“지금 그 열정이면 충분히 붙고도 남아.”

그 말도 맞는 말이다. 그때는 나도 노후만을 위해서 공부를 했었다.

지금의 행복보다 아이들의 뒷바라지와 노년의 편안한 삶에 포커스가 가 있었다.


하지만 제일 지지를 받고 싶은 친구가 나를 믿어주지 않음에 내 안에 뭔가가 쏟아져 내리는 기분이었다. 겉으로는 “응, 알겠어”라고 대답은 했지만 허한 기분은 어쩔 수 없었다.


친구가 나를 모르거나 나를 위하지 않은 것은 아니다.

친구는 내가 안하던 짓, 그것도 너무 한쪽으로 치우친 것이 못내 아쉽고 안타깝기까지 했나보다. 평소의 나는 열정이 많거나 어딘가에 푹 빠져서 사는 사람이 아니었기에 친구의 눈엔 내가 걱정스레 보였나보다.


하지만 무엇을 원하는지는 제일 잘 아는 사람은 자신일 것이다.

확실히 자기를 알고 사는 사람도 있지만 그렇게 자신을 잘 알고 사는 사람은 몇이나 될까?

항상 모호한 상태의 감정과 감당할 수 없는 상황들.

겉으로는 안녕한 척 했지만 '확실한 나'를 찾기 위해 이제껏 방황하고 있었나 보다.


나는 지금이라도 하고 싶은 일을 찾아서 너무 '다행'이라고 생각하는데 사람들은 그것을 '아니다'라고 한다.

나는 '방황의 끝'이 여기까지라고 말을 하는데 사람들은 나를 다시 '벼랑끝'으로 밀어낸다.


소로우는

“아무리 좁고 구불구불할지라도 그 길이 그대가 애정과 존경심을 갖고 있는 길이라면 그대로 그 길을 따라 걸으라. 비록 큰 길 위에 서 있는 여행자라 할지라도, 그의 눈에 보이는 길이 울타리 사이로 난 좁고 험한 길이라면, 그 길을 추구해 나가라. 사람이란 결국 자신만의 좁은 길을 가는 것이다.(주1)”라고 말했다.


나는 '나의 길'을 지인들과 의논했다. 내가 '선택'해야할 일을 남에게 미뤘다. 보편적인 사람들이 사는 삶을 나의 생각 없이 따라가려고 노력했고, 사람들의 기준은 그 사람마다 다른 것인데 나를 믿지 못하고 나 아닌 다른 사람 말을 더 신뢰했다. 내가 해야 할 일은 모두 내게 관계된 것이지, 다른 사람들이 내가 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일이 아니다. 이 기준을 지키는 것은 일상생활이나 지적인 생활에서 똑같이 어려운 일이기는 하지만, 중요한 것과 하찮은 것을 구분하는 가장 중요한 지표가 될 것이다.(주2)’


이제껏 남의 말에 살아왔으니 이제는 나를 믿어보기로 한다.

이래도 한 평생 저래도 한평생이면 후회를 남기며 죽기는 싫다.


다른 한편으로는 기준이 없는 내가 상대방에 대해 얼마나 알고 있다고 충고를 했을까?

지인들에게 어줍잖게 충고하는 것이 얼마나 하면 안 되는 위험한 일이었는지 돌이켜 생각해본다.

내가 했던 말들을 지인들에게 비수로 가 닿았을 수도 있겠다. 되돌아 본다.


이제는 사람들의 충고를 듣지 않으련다. 말하지도 않으련다.


그냥 내가 하고 싶은 일을 꿋꿋이 하련다. 하라고 하지 않으련다.


그렇게 한 발짝씩 딛고 앞을 보고 나가련다.


다시금, 결론은 ‘나만 잘하자’이다.



무엇을 해야할지 당신이 알고 있는 그대로 행하십시오.

어째서 둗이 밖으로 나가 길 건너에 있는 이웃의 조언을 구해야 할까요?

우리가 어떻게 행동해야 하는가를 끊임없이 조언해 주는 더 가까운 이웃이 우리 자신 안에 존재합니다.

- 헨리 데이비드 소로우 저, 구도자에게 보낸 편지 -



주1> 헨리 데이비드 소로우 저, 구도자에게 보낸 편지

주2> 랄프 왈도 에머슨 저, 자기신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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