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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 Rebecca Sep 07. 2023

너무 허용적인 나에게

착한 척 그만하시지!

왜 친한 척 해?

고등학교 다닐 때 친구가 갑자기 했던 말이다. 모욕죄의 성립요건을 보니 10명 넘는 사람이 보는 앞에서 나를 지시하며 욕설을 퍼부으면 모욕죄가 성립된다고 하더라. 고소가 가능하다. 대단하다. 욕만 안 했지 거의 모욕죄 수준이다. 표정 없는 얼굴로 눈 똑바로 뜨고 친구들이 옆에서 보든 말든 내 입장은 상관없다. 당차게 말했다 "왜 나한테 친한 척 해?" 나는 난감하고 모라고 대답을 해야 할지 몰라서 그냥 넘어갔다. 하지만 몇 날 며칠 그 말의 의미가 무엇인지 고민했었다. 내가 싫다는 소리인가? 안 친한데 왜 친한 척하냐는 것인가? 같은 반이니까 그냥 친한 거 아니었나? 수많은 생각을 했었던 것 같다. 그때도 지금도 나는 내가 느끼는 감정의 정확한 정의를 알지 못한다. 그때 내가 느낀 감정은 아마도 '창피하고 당황스럽다'였던 것 같다. 그리고 이런 말을 한 친구는 상당히 무례했다. 


라떼는 대부분의 가정법규에 '말대꾸금지' 조항이 있었다. 말대꾸 금지조항을 잘 지켜낸 나는 의사표현을 하지 못하는 바보 멍청이가 되었다. 지금도 기분이 나쁘면 나쁘다 바로바로 말을 하지 못한다. 무례한 상황에 대처하는 능력이 좀 떨어진다. 고기도 먹어본 놈이 먹는다고 표현도 해봐야 표현능력이 좋아진다. 기분이 나빠도 왜 나쁜지 한참이 지나서야 곰곰이 상황을 따져보고 나의 감정상태를 받아들인다. 그러나 상황은 이미 지나버렸고 지난 것으로 쩨쩨하게 보일까 봐 따지지도 못하고 화나고 억울한 마음에 끙끙 앓게 된다. '그래 내가 친한 척해서 미안하구나.'라고 말해줄걸 지금생각해도 기분이 썩 좋지 않다. 그때 그 말을 한 친구는 결국 손절했다. 이유는 비슷하다. 그녀는 나에게 배려 없고 무례하다. 나는 조용히 그녀와의 연락을 끊었다. 연락처도 있고 카톡도 살아있지만 말 한마디 일분일초라도 줄 것이 없고 받을 것이 없다. 사람은 변하기도 하는데 변하지 않는 사람도 많구나.



여전히 나는 착한 척이다.

나 스스로에게 묻는다. 왜 착한 척 해? 남한테 잘하고 말고 너 자신한테나 잘해! 제발...


타인에게 관대하며 허용적인 나는 인생에서 생기는 크고 작은 문제들을 스스로 해결한다. 치사하고 더러운 기분도 싫고 부탁하는 것도 싫다. 내가 무언가 문제가 생기면 나는 그 분야의 전문가에게 당당히 돈을 주고 일을 맡기겠다. 마음에 들지 않으면 다른 누군가를 다시 찾으면 그만 아닌가.



그래서 사람은 능력이 있어야 한다. 능력은 곧 돈이 따른다. 돈을 벌자.



지금보다 더 능력 있고 싶다면 결국 돈 걱정 안 할 만큼 돈을 벌면 된다. 처음부터 돈을 많이 벌 수 없으니 일단 알바를 하는 것이다. 그럼 지금보다는 더 여유 있어진다. 그것을 시작으로 틈새 시간에 공부를 하고 돈을 더 벌 수 있는 방법을 생각하면서 도전하는 것이다. 


요즘은 알바몬이나 급구 같은 앱을 활용하면 얼마든지 틈새 아르바이트를 구할 수 있다. 나에게 맞는 일은 없다. 그냥 돈만 보고 일하는 것이다. 대접이나 기대 그리고 비전은 버린다. 그냥 하면 된다. 휴대폰에 알바앱을 깔고 가까운 곳의 알바부터 검색을 하고 지원 버튼을 누른다. 연락이 올 때까지 계속 누른다. 그리고 당첨되면 감사한 마음으로 신나게 일한다. 모든 시간이 돈이다. 돈이 따르는 인생을 방해하는 것은 내 안의 게으름뱅이뿐이다. 게으름뱅이를 흔들어 깨워서 일어나자.



돈을 더 버는 방법 중 가장 쉬운 방법은 나의 시간을 돈과 바꾸는 방법이다. 아무 생각 없이 그저 시키는 일만 하면 된다. 목적은 돈. 일에 성취감 같은 것은 개나 주고 그저 아무 일이나 닥치는 대로 해서 통장에 돈이 들어오면 돈이 주는 성취감을 느끼는 것이다. 그렇게 번 돈으로 전문가를 산다. 그리고 전문가가 나를 위해서 일하게 만든다. 돈이 바로 인맥이다. 인맥관리하면 무엇하나. 돈 쓰고 시간 쓰고, 그 사람들이 공짜로 도움을 줄 거라는 생각을 버려라. 절대 도와주지 않는다. 



그런데 나는 왜 남에게 도움을 주려고 하는 것일까. 나 스스로가 정말 이해되지 않는다. 내가 정말 오랜 시간 힘들었는데 그때 나는 어느 누구의 도움도 받지 않았다. 말도 못 하고 힘들어서 밤마다 혼자 잠도 못 자고 괴로워했다. 그때의 내가 생각나서 힘들어하는 누군가가 있으면 돕고 싶어졌다. 그런데 도움을 받은 사람의 대부분은(99.9%) 감사하는 마음으로 힘을 내서 스스로 더 열심히 살지 않더라. 이 사람은 나를 돕는 사람. 이렇게 꼬리표를 달아놓고 필요한 것이 생기면 바로 달려와서 내놓으라는 식으로 줄기차게 징징거린다. 그렇게 사람을 이용한다. 스스로는 공짜로 도움을 받아서 좋겠지만 모든 사람은 당신의 속을 다 들여다보고 있다. 다만 모른 척할 뿐이다. 그래서 당신 같은 사람들은 친구가 없는 것이다. 그런데 괜찮다. 나는 스스로 친구가 없기로 했으니, 사람 거 기거 거기 아닌가. 나는 호구 잡히기 싫어서 인간관계를 거부하고 당신네들은 거부당하고, 나름 공평하네.



호의나 허용적인 태도는 상대방의 단점을 드러낸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래서 나는 사람을 만나면 여전히 잘 베푼다. 그러고 나면 그 사람을 알 수 있다. 정말 많은 사람에게 잘해주고 얻은 결론은 정말 좋은 사람들은 타인에게 부탁을 하거나 힘든 일을 이야기하지 않는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리고 그들은 주도적인 인생을 살고 있었다. 심지어 누군가와 나가서 놀지 않는다. 결국 힘들다고 징징거리면서 상대방으로부터 연민의 감정을 끌어내 본인을 돕도록 만드는 사람들 대부분은 사기꾼이다. 먹고 튀거나 고마운 척하면서 또다시 부탁하고 더 크게 부탁하다가 한번 들어주지 않으면 세상에서 가장 나쁜 사람이라는 듯 대한다.




그런데 나는 여전히 이런 사람들을 만나고 당해준다. 개나 줘라 연민.




친구도 지인도 갑자기 만난 인간관계도 정말 쓰레기들이 넘친다. 그래서 나는 그냥 돈을 친구로 생각하기로 했다. 돈 너는 말이 없다. 그리고 내 말을 잘 들어준다. 물건도 잘 사주고 나의 가족들에게도 잘해준다. 심지어 돈은 친구도 데려온다. 이자. 이게 무슨 일인가. 돈은 요술램프처럼 내 마음속을 들여다보고 알아서 움직여준다. 가장 놀라운 것은 돈은 내가 사고 싶은 것들을 참 잘 사준다는 것이다. 돈아 나는 정말 너를 사랑한다. 너만큼 나를 아껴주는 사람은 이 세상에 없을 거야. 그래서 나는 돈을 존중하고 사랑하며 감사의 표현도 아끼지 않는다.



돈이 제일 멋진 친구다. 그리고 사랑은 가족에게, 인정은 '일'에서 받는다. 



허용적인 오지랖퍼 이제 그만!


감당할 만큼만 줘라. 

보상 원하지 않을 만큼만 희생하라. 

나 스스로에게 매일 이야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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