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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꿈배르니 Dec 05. 2022

다시 출근합니다

우울증 휴직 그리고  

올해 초 갑자기 찾아온 우울증으로 회사를 휴직한 지 6개월, 이번 주 수요일 복직을 앞두고 있다.

출근을 일주일 앞두고 불안상태가 심해졌고, 원인모를 몸살까지 앓았다.


출근 전날 꼭 병원에 들렀다 가라는 담당 정신과 선생님의 말에 화요일 오후에 병원을 찾았다. 

평소보다 긴장된 내 모습을 보고 선생님이 말했다.


'헤세드 씨, 회사에서 너무 완벽한 모습만 보여주려고 하지 말아요. 사무실 가서 일해보고, 정 힘들겠으면 잠깐 나와도 되고, 못해도 괜찮아요. 지금까지 정말 누구보다 열심히 치료받아왔으니까, 회사 가서도 잘할 거라고 믿지만요' 


선생님은 갑자기 불안증세가 심해지거나 힘들면 사용하라는 말과 함께 비상용 신경안정제를 추가로 처방해주셨다.


상담을 마치고 병원을 나서는데 몸이 덜덜 떨렸다. 알 수 없는 오한과 근육통을 느끼며 집으로 돌아와 이불속으로 들어갔다. 오랜만에 출근을 하려니 스트레스가 심해져서 그랬겠거니 하고, 최대한 푹 쉬기로 마음먹었다.


새벽까지 몇 번을 잠에서 뒤척이다 깨달았다. 


'나 진짜 회사로 돌아가고 싶었구나'


예전엔 미처 몰랐다. 


아침에 일어나 출근을 준비하고, 사무실 가서 사람들과 인사하고, 내 몫의 일을 하면서 하루를 보내는 평범한 일상이 얼마나 소중한지를 말이다.


출근 당일에는 다행히 어젯밤보다 몸 상태가 나았다. 부모님이 챙겨주신 아침밥을 전쟁에 나가기 전 무기를 챙기는 장수의 마음으로 꼭꼭 씹어먹고, 미리 준비해둔 옷을 챙겨 입고 집을 나섰다. 


사무실에 도착하자마자 부장님 자리를 확인하고는 천천히 걸어가 인사했다. 


'부장님, 안녕하세요!'


최대한 긴장을 내려놓으려 애쓰며, 차분하게 말했다. 부장님은 나를 위아래로 흘겨보더니, 대답했다. 


'얼굴 좋아 보이네요. 앞으로 잘 좀 해봅시다'


나를 썩 탐탁지 않게 여기는 눈치였지만, 예상했던 반응이었다. 올해 초 우울증으로 일상생활이 되지 않을 정도로 상태가 심각해지자, 어렵게 회사를 쉬어야겠다고 입을 떼었을 때, '스트레스는 너 말고도 누구나 받는다'며 출근만을 고집했던 사람이다. 


'네' 


짧게 대답하고 자리로 돌아왔다. 


세상 사람 열명 중에 

나에게 관심 없는 사람이 일곱, 

내가 무슨 짓을 해도 싫어하는 사람이 둘, 

나를 좋게 봐주는 사람이 한 명 있을까 말까라고 했다.


이 꼰대 부장, 줄여서 꼰부장은 내가 뭘 해도 곱게 보지 않을 사람임을 이제는 안다. 그래서 앞으론 내 할 일만 하고, 그 이상을 요구하면 '최대한 사무적으로' 대응할 요량이다.


꼰부장과의 인사를 마치고 다른 직원들과도 천천히 인사를 나눴다. 


다른 직원들은 생각했던 것보다 나를 따뜻하게 맞아주었다. 


가장 먼저 맞은편 자리의 차장님이 말했다. 

'많이 어색하겠지만, 조금씩 적응해나가다 보면 괜찮아질 거예요'


옆자리 후배는 따뜻한 유자차를 건네며 인사했다. 

'대리님 몸은 괜찮으세요? 그동안 걱정했어요~'


인턴이 아침으로 싸온 고구마를 나눠주며 말했다.

'먹으면서 하세요~'


부서를 옮긴 지 얼마 되지 않아 친분을 쌓지 못했다고 생각했던 옆 파트 과장님도 내 자리를 찾아왔다.

'오늘 점심에 약속 있어? 없으면 따뜻한 해장국 사줄게 같이 나가'


'나를 걱정해주는 사람들이 이렇게 많았구나..'


미처 몰랐던 사실이었다.


우울증 진단을 받고, 회사에 휴직계를 제출했을 때, 내 직장생활은 끝났다고 생각했다. 


6년 동안 회사를 다니며 엉덩이 무거운 것 하나만큼은 자신 있던 나였다. 

항상 내가 할 수 있는 것보다 더 노력하고, 채찍질하다 보며 살다 보니, 어딜 가도 제 몫은 했다. 특별히 미움 한번 받지 않고 살아왔던 내가, 이제는 사람들의 뒷말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존재가 되었다고 생각했다. 


'우울증으로 회사 쉬었던 애'로 뒤에서 수군거리거나, '우울증 환자'라는 주홍글씨를 새기고 살아가야 하는 죄수처럼 느껴졌다.


하지만 이제 적어도 두 가지는 분명하다.


첫째, 나는 그 누구보다 일하고 싶었다. 

조금 더 솔직히 말하자면, 일상을 회복하고 싶었다. 


둘, 회사엔 나를 싫어한 사람말고도, 걱정해주고, 돌아오길 바랬던 사람들도 있다는 사실이다.


앞으로도 꼰부장의 미세 공격은 계속될 것 같다. 또 누군가는 '우울증'으로 휴직을 하고 돌아온 나를 '일하기 싫어서 도망친 애'로 생각할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겪어보지 않은 사람은 모른다. 

마음의 병이 눈에 보이지 않는다고 해서 아프지 않은 건 아니다. 


내가 우울증을 진단받고 가장 힘들었던 점이 '우울증은 겪어본 사람만 안다'는 점이었다.


얼마나 힘들고 외로운지 알기에, 정말 잘 극복해서 다시 사회생활을 할 수 있음을 기록으로 남기고 싶다. 

나처럼 우울증으로 잠시 세상과 단절되었던 사람들에게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다.



* 사진출처

<a href="https://www.freepik.com/free-photo/cropped-shot-businesswoman-stairs_5546363.htm#query=walking%20on%20the%20stairs&position=7&from_view=search&track=sph">Image by katemangostar</a> on Freepi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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