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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꿈배르니 Apr 13. 2023

감사를 잊으면, 마음은 병든다

유난히 고된 하루였다. 


감기로 컨디션 난조인 데다, 약기운으로 돌덩이 하나가 머리를 짓누르는 듯 무거웠다.


머피의 법칙일까.

아니면 끌어당김의 법칙일까.


힘들게 출근한 날은 이상하게 일도 꼬인다.


지침과 규정에 따라 업무를 처리해야 하는 직업인 만큼, 민원인에게 사업을 안내하고 안된다는 말씀을 드렸다. 


안되는 걸 안된다고 말했을 뿐인데,

돌아온 짜증 섞인 목소리와 상대방의 기분 따위는 안중에도 없는 감정배출의 언어들..


평소 같았으면 으레 있는 일이겠거니 생각하고,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흘리기를 시전 하며 불필요한 감정소모를 하지 않으려 노력했을 것이다.


그런데 몸이 안 좋아서였을까? 오늘따라 유난히 상대방의 배려 없는 말들이 하나같이 마음에 박혔다. 


인내력의 한계를 느낀 나는 결국 같이 목소리를 높였다. 


'선생님, 번거로우시고, 언짢으신 건 이해합니다. 하지만 저희도 사실관계를 서류로 확인해야 하는데, 준비가 안되어있으면 지원이 어려워요'


'모든 분들의 사정을 다 고려해 드릴 수가 없어서, 지침과 규정이 있는 겁니다. 더구나 제가 최대한 예외규정도 설명해 드렸는데, 그 부분도 해당되지 않으셔서 안타깝습니다만 저희도 안 되는 건 어쩔 수가 없어요'



툭.



전화가 끊기고 갑자기 마음속에 밀려오는 감정들.


그중에서도 나를 가장 힘들게 하는 건,

'참지 못하고 무너진 나 자신'과 마주하는 것이다.


몸이 아프니 마음의 여유도 없어지는 건 당연하다. 

그렇지만, 자제력을 잃고 무너진 나 자신을 보는 건 참 괴롭다.


그렇게 6시가 되자마자 회사를 나왔다. 

도망치듯 회사를 빠져나와 운전을 하는데 약속이나 한 듯 주체할 수 없는 피로가 몰려왔다.


신호대기를 기다리며 졸아보기는 손에 꼽을 일이다. 


그렇게 지친 몸을 이끌고 헬스장을 갔다. 


컨디션 난조로 몸이 젖은 솜처럼 무거웠지만, 걷고 뛰기를 반복했다. 

간단한 근력운동을 하며 생각했다. 


'어떻게 돌아간 회사인데'

'얼마나 꿈꾸던 출근인데'

'이렇게 무너질 수 없어'


우울증 휴직 이후 바뀐 게 있다면 '감사하기'를 노력한다는 것이다.


'잊지 말자, 내가 이 소중한 일상을 얼마나 바라고 바랬는지'

'매일 아침 눈을 뜨면 출근할 수 있는 직장이 있다는 사실이 감사하다'



감사하지 못하면, 

마음이 병든다. 


감사할 수 있다면,

오늘을 살 수 있다.





* 사진출처

Image by <a href="https://www.freepik.com/free-vector/hand-drawn-illustration-world-gratitude-day-celebration_30119590.htm#page=3&query=%EA%B0%90%EC%82%AC%20%ED%96%89%EB%B3%B5&position=26&from_view=search&track=ais">Freepik</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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