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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롱혼 Apr 18. 2024

손톱 호강

남자도 네일샾에 가더라

손톱이 갈라졌다. 

엄지 가운데가 그렇고 오른쪽 중지가 그렇다. 선천적으로 손톱이 약하다. 그래서 군대 갈 즈음 어머니께서는 공병대로 갈까 봐 무척 걱정을 하셨다. 손톱이 약하다고 힘들어한다고 하지만 군대가 어디든 편할까 그저 갈라지든 말든 아픈 기억도 없이 잘 보냈다. 그런데 나이 먹으니 점점 심해지는 것 같다. 영양제도 듬뿍 챙겨 먹는데도 말이다. 심지어 뚜껑도 들고 있으면 아내가 눈치껏 따준다. 

점점 아내가 힘센 사람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며칠 전 아내가 미국으로 가기 전에 머리 염색을 하고 나더니 손톱정리하러 가야겠다며 메일샵 검색을 한다. 그냥 동네 네일샾에 슬렁슬렁 걸어가면 좋으련만 점수따지고 후기 읽어보고 깐깐하게 고른다. 이럴 땐 모른 척하는 게 건강에 좋다. 아니나 다를까 집에서 한참 떨어지고 복잡하여 차도 세우기 힘든 곳으로 골랐다. 투덜대는 나를 보더니 생각이 났는지 같이 손톱정리 하자고 한다. 


'아니 남자가 무슨 손톱정리야'

그동안 지나가며 흘깃 쳐다본 네일샾에는 미용실과 달리 언제나 여자들만 있었지 남자는 전혀 본 적이 없었다.

'당신은 환자야 손톱 환자 그래서 가는 건데'


예약을 하고 찾아간 '꽃님이네일' 조용한 음악에 왠지 모를 편안함이 감돈다. 다짜고짜 아내의 손을 살피는 원장님께 나를 먼저 해달라고 나섰다. 사람이 없으니 지금이 좋다 그리고 자초지종 쫑알쫑알 건강상 하려 한다는 부연까지 


'남자분들도 많이 오세요 저기 보세요'

가리키는 곳은 가격표 아래 조그맣게 맨스케일이라 쓰여있다. 아주 조그맣게


난생처음 손톱이 호강한다. 둥글게 갈아내고 티끌도 걷어올려 제거해 주고 신기해하고 있으니 오늘 애기손으로 만들어 주겠다며 호기 있게 계속 갈아내고 발라준다. 손톱이 원래 이렇게 동그라 했구나 깔끔해진 손톱을 휘휘 올려보며 좋아라 하다 잊을 뻔했다. 중요한 손톱영양제를 가져간다는 것을 


'영양제는 일주일에 한 번씩 잘 지우고 바르세요'

집에 모셔놓고 바라보는 손톱영양제는 일주일이 길다. 두 번 바를까,  많이 바르면 좋은 것 아닌가

갈라진 손톱은 아무 말이 없다.


덕분에 즐거운 경험을 했다. 남자도 네일샾에 가더라 

사는데 쓸데없는 벽을 만들 필요가 없다. 행복하면 그만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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