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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백양 Jun 02. 2022

전하지 못할 위로

위로받고 싶은 이에게 전하는 진정 위로하고 싶은 이의 말

가끔 그런 날이 있다.

내가 아닌 타인에 의해 몸서리치게 슬퍼지는 날이.


애써 지은 웃음 속 묻힌 한 줌의 비애(悲哀)가

하필이면 내 두 눈에 선명히 비칠 때,

운(云)을 층계 삼아 천(天)을 뛰노던 심(心)은

대번 심연의 수면 아래로 잠긴다.


본디 슬픔이란

저마다 다른 크기, 다른 모습으로 찾아온다지만

가장 아픈 슬픔은 감히 ‘위로할 수 없는 슬픔’.


그래도 가벼운 슬픔이라면

응원의 한 마디 던질 것을.

차라리 무거운 슬픔이라면

함께 눈물이라도 뽑을 것을.


공감 넘어 상상조차 쉬이 불가한

미지의 슬픔을 마주한 자에게

진심이나 진심 없는 전이(轉移)밖에 할 수 없는

무력한 스스로와 마주하는 날이면

자꾸만 증식하는 응어리에 호흡이 가빠온다.


두 손을 맞잡고 불명(不明)의 수신자를 향해

그저 무한히 되뇌고 또 되뇐다.

드리운 그림자를 어서 무사히 거둬주기를.


가끔 그런 날이 있다.

내가 아닌 타인에 의해 온 감정이 무너지는 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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