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언제부터 글을 쓰고 싶었나 하는 생각을 종종 하곤 해
일기를 쓸 때면 매번 착실히 달리는 코멘트가 좋았나.
우리 우무는 참 착한 어린이구나 /
부모님의 말씀을 잘 듣도록 해요/
즐거운 주말을 보냈구나/
하는 무미건조한 문장에 군더더기 없는 글씨체를 한참을 보곤 했어. 그런데 그마저도 머리가 크고 나니 확인 도장을 꾹 찍어버리고 말더라. 나는 금세 흥미를 잃었어.
그 나잇대의 내가 생각하는 글은 누군가에게 읽혀야만
제 값을 한다고 생각했거든.
언제였을까
들여 쓰기를 처음 배웠던 그 순간일까
기어코 학교를 하루 빼먹겠다고 소아과에 진단서를 떼러 간 날이 있었어. 내 딴에는 고등학생이 소아과에 온 게 맘에 걸렸나 봐. 그것도 꾀병을 부린다고. 분유 냄새가 나는 아기들이 빽빽 울며 존재감을 내비치는데 나는 한켠에 마련된 잡지를 꺼내 들었지. 정치가 어떻구 예술은 또 어떠며 누가 이런 옷을 입었네 하는 글들 사이에서도 나는 섹스 칼럼을 뚫어지게 봤었어. 상대를 홀리는 법이니 체위니 하는데 그 뜻도 모르면서 한참을 봤어.
나도 그런 새빨간 글을 쓰고 싶었나.
언제일까
언제부터 글이 좋았나. 또 쓰고 싶었나 한다. 나는
매년 돌아오는 네 생일에 편지를 꾹꾹 눌러쓰는데
아래에 덧댄 종이엔 내 글씨 자국이 남아있었어
아무래도 그때부터였던 거 같아.
글을 쓰고 싶었던 건